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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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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2일 11시 09분 등록

목요편지 -다섯번째 <언행일치>

 

  

어제는 입춘에 때 아닌 겨울비날씨였습니다. 비와 눈이 섞여 하루종일 내렸습니다. 지난 경칩 때 나온 개구리와 막 꽃망울을 터뜨린 꽃에게는 또 다시 시련의 시간입니다.

 

그러던 날씨가 오늘 아침에는 맑게 개었습니다. 비 온 뒤의 날씨는 한폭의 수채화같습니다. 꽃망울은 더욱 탱탱하고 매화에는 벌이 붕붕거립니다.  

    

저가 쓴 책 중에는 시집이 세권 있습니다. 시를 쓸 수 있어 쓴 것이 아니라 말을 짧게 하다보니 시가 되었습니다. 집사람은 저가 쓴 시를 시라고 하지 않고 '짧은 글'이라고 합니다. 시라고 하든 짧은 글이라고 하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어차피 많이 팔릴 것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시라고 하지 않으니 부담도 없고 더 많이 팔린 것 같습니다. 

 

저가 시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며 벤치마킹을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바로 고은(En선생)입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고은이 노벨상의 후보자로 기억될 때입니다. 그래서 고은의 시집을 비롯해서 10권 정도를 읽고 나서 자신을 얻었습니다. 저에게 시를 쓸 수 있도록 한 시를 세 편 소개합니다. 모두가 짧은 시입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의 '그 꽃'이란 시입니다.

시인이 쓴 것을 보면 무릎을 치겠는데 나는 산에 수없이 올라갔다 내려오면서도 왜 그런 말을 할 수 없었을까.

 

고은의 또 다른 짧은 시가 있습니다. 제목은 '노를 놓쳤다'입니다. 

 

『노를 젓다 노를 놓쳤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보았다』

 

또 한번 무릎을 치게 되었습니다.

배를 젓다 노를 놓친 적은 없지만 실수나 실패한 일은 많았습니다. 그때 보는 세상은 전과 다르게 보였습니다.

 

짧으면서 강한 메시지를 주는 시를 하나 더 소개합니다.

이건 고은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잘 아는 나태주의 '풀꽃'이라는 시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조차도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우리는 왜 소중한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걸까. 이 시를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이런 시를 보면서 '나도 이런 시는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집사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5년부터 1년에 한권씩 시집을 냈습니다.

첫번째로 쓴 시집이 <지금 그대로 사랑하라>는 시입니다.

이 책은 저의 큰딸이 결혼할 때 쯤 나와서 하객들께 모두 한권씩 선물하였습니다.

그리고 결혼하는 딸에게 항상 책 제목처럼 남편이 잘 날 때나 못 날 때나 <지금 그대로 사랑하라>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 다음에 나온 시집은 <인생은 소풍처럼>과 <날마다 눈부신 나의 인생>입니다. 모두가 저가 살고 싶은 모습들이어서 제목을 그렇게 붙였습니다. 시를 쓴다고 시처럼 살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를 오래 가슴에 품고 살면 그런 삶이 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고은 시인이 <#미투>로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에 대한 생각이 천사에서 악마로 바뀌는 것은 한 순간이었습니다. 한때 벤치마킹한 사람이 혐오의 대상이 된 것이 가슴 아팠지만 그 사람을 내려놓기로 하였습니다. 시가 그 사람의 정신에서 나왔기 때문에 그 사람과 시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외과의사가 나중에 보니 나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아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혼란스러웠습니다.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난 후의 결론은 '그 시인은 싫어하더라도 그 사람이 쓴 시를 버리지는 말자'였습니다. 그 사람의 시가 교과서에서 삭제되더라도 내마음에서 지워버리지는 않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와는 대비되는 분이 한분 계십니다. 그분은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같았습니다. 그분과 함께 보낸 날들이 많았는데 말과 행동이 한결같았습니다. 그분은 한 마디로 언행이 일치하는 분이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삶을 시처럼 사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가셨습니다. 지금도 그분이 뿌린 사랑의 씨앗이 꽃피고 열매 맺고 있습니다. 저도 그 분이 뿌린 씨앗중의 작은 열매입니다. 그 분이 바로 구본형 선생님입니다.

 

사부님이 좋아하시던 벚꽃의 꽃망울이 봄비를 머금고 봄햇살을 받으며 통통하게 차오르고 있습니다. 열흘 정도만 있으면 활짝 필 것입니다. 벚꽃이 빨리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벚꽃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꽃이 필 무렵이면 사부님이 더욱 그리워지기 때문입니다.         

 


김달국 드림 (dalkug@naver.com)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출간소식> 『나는 왜 사람들 앞에 서면 말을 못할까?』 진성희 지음
변화경영연구소 8기 진성희 연구원이 신간 <나는 왜 사람들 앞에 서면 말을 못할까?>를 출간하였습니다. 매일 업무 현장에 있으면서도 말 떼기가 두려워 머리 속이 새하얗게 되어 버리는 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합니다. 전 KBS 아나운서이자 대한민국 직장인의 ‘말선생’인 저자가 알려주는 말하기 태도, 보고, PT, 협상 소통의 기술은 무엇인지 상황별 다양한 실사례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으니 자신 있게 마음껏 말할 수 있기를 바라시는 분들의 일독 권해드립니다.

2. [변경연 팟캐스트] 『마흔 살의 책읽기』 – 유인창 작가
2018년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추진 프로젝트인 팟캐스트가 점점 무르익어 가는 만큼 새롭게 ‘변경연 단신코너’가 추가되어 연구소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모신 분은 변경연 연구원의 교육팀을 맡기도 했던 『마흔 살의 책읽기』의 유인창 작가로 마흔 넘어 꽃을 보는 눈이 생기고, 그 꽃을 좋아하는 감정이 생긴다는 것이 정말 좋다 합니다. 그럼 닭이 소보듯 하던 그림에 대한 생각은 어떤 계기로 변하게 되었는지 방송에서 확인해보시고 많은 공유 바랍니다.

3. [안내] <1인기업을 만나다> 세번째 모임 안내입니다
자신만의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스스로 벌어서 먹고 살기’를 실천하는 1인기업가를 초청하여 어떻게 1인기업이 되고, 또 어떻게 자신만의 분야에서 살아남았는지 들어보는 <1인기업을 만나다>(직업과 사람연구소 정도영 대표 진행) 그 세 번째 시간이 마련됩니다. 이번 초대손님은 20년간 근무하던 은행을 나와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는 여행작가 겸 사진작가 정해경님으로 여행작가, 여행강사의 세계에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신청 바랍니다.

4. [여행안내] 미국 옐로스톤 & 그랜드서클 15일(’18.5.23-6.6)
변화경영연구소 4기 연구원이자 아트스트웨이 여행사 이한숙(로이스) 대표가 야심차게 기획한 미서부 트래킹 여행에 신청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20억년 지구의 역사가 아로새겨진 미서부의 장엄한 대자연의 감동속으로 떠납니다. 그 어디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미서부의 9개 국립공원, 7대 캐년을 아우르는 대장정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15분만 함께 할 수 있다하니 서두르시기 바랍니다.

 

IP *.103.2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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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2 15:16:59 *.200.175.124
그리움이란 참 아름다운 언어인데 만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참 슬픈 언어로 와 닿아요..훌쩍!
구본형 선생님께서 피운 꽃이 열매가 되어 수 많은 꽃들을 피우고 있으니 아름다운 세상이 될 거예요
힘내세요 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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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8 08:46:30 *.36.139.108

언행일치,,

타인과의 약속은 잘 지킬려고 애쓰지만

자신과의 약속은 핑계를 스스로 대면서 잘 지켜지지 않는데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다시 한번 더 다짐하게 됩니다.


이제 그곳 포항에도 곧 벚꽃이 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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