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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5일 02시 42분 등록
1. 2018 
올 한해, 벌써 10개월 째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매일의 의식처럼 시작한 읽기와 쓰기가 습관으로 형성되었고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일과 관련해 협소하게 몰려 의무감에 읽던 책읽기와 글쓰기에서 벗어나 일상이 더욱 풍성해지고 읽기와 쓰기가 즐겁다. 꽤 오랜 시간 벽에 꽝하고 부딪혀 흐릿해져만 가던 일에 대한 생각들이 술술 써진다. 글이 생각을 만들어 내는 것인지 생각이 글을 만들어 내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서 일년 내내 삼십분 단위로 쪼개 쓰기 시작한 시간표가 매일 매일 빼곡하게 가득 찼다. 이제는 내가 내 삶의 주도권을 갖고 일과 일상 모두에서 오랜 고민이었던 시간 관리와 자기 경영의 틀이 또렷히 세워진 것 같다. 매일 아침 습관처럼 꿈과 삶의 목적을 되새기며 하루를 시작하다보니 일에 대한 의욕이 샘솟고 즐거운 마음이 떠나질 않는다.  

2. 2019 
오랫동안 일에 따라 이동하던 삶에서 벗어나 드디어 우리집을 갖게 되었다. 비록 옮겨 다닐 일이 아직도 많지만 다시 돌아와 회복하고 충전할 수 있는 작은 영속적인 공간이 생겼다는 것에 너무나 감사하다. 도시를 떠나 고립되어 있는 시간이 두렵기도 하고 아직은 더 손봐야 할 곳도 많지만, 이런 저런 이유와 위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오랫동안 미루었던 일들을 과감하게 실행했다는 사실에 하루하루 기분이 좋다. 한 켠에 작은 나만의 성소와 같은 공간도 만들었다. 긴 책상 위 창문 너머에 바다가 보이고, 새벽에 글을 쓰거나 생각을 하다 보면 멀리 해가 뜨는 것도 보인다. 아이디어나 글귀들이 적힌 노트들이 빼곡히 붙어 있는 벽을 바라볼때면 공간이 생각이 되고 생각이 공간이 된다. 일을 마치고 다시 돌아와 생각을 이어간다. 삶에 영속성이 생기는 기분이다. 

3. 2020 
오늘은 학교에서 발표가 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그다지 스트레스받지 않고 침착하게 즐기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참 많이 변했구나 싶다. 지난 2년간 꿋꿋하게 몰두해서 진행했던 일이 연계되어 이 프로그램에서 일년 간 일하게 되었다. 그동안 혼자 성과를 내기 위해 고분군투 했던 시간이었다면 올 한해는 그 일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었는지 이론적으로 피드백을 받고 실천적인 것들을 보여줌으로써 부딛혀야 하는 시간이다. 많이 어렵게 느껴지던 발표와 교류가 훨씬 편안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단기적인 성과나 당장 보여지는 것에 급급하는 마음에 흔들려 중심을 잃지 않고, 나만의 방식에 대한 믿음을 부여잡고 깊이 몰두했던 지난 2년의 시간이 가져다준 자신감 덕분인 것 같다. 힘들 때도 있지만 매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것을 배운다는 것이 느껴진다. 올 한해 겪게 될 빡빡하고도 도전적인, 그리고 때로는 경쟁적일 수 밖에 없는 경험도 앞으로 일을 지속해 나가는데 필요한 성장을 가져다 줄거라는 생각이 든다. 

4. 2021
공동 프로젝트 회사를 설립했다. 개성 강한 동료와 협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더 규모있는 일들을 진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상적인 선택이다. 혼자서 일하는 방식으로는 전통적인 범주의 전문가 집단을 넘어서 대중에게 접근하는데에 한계가 있기에 더 큰 목표를 위한 결정이었다. 함께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토론하니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 때로는 싸움이 벌어질 만큼 격렬하게 논쟁하지만 머리를 맞대고 피터지게 싸운 만큼 더 좋은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나도 동료도 함께 일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리서치를 하거나 예산을 따거나 홍보를 하는 일도 적성과 특기에 맞게 나누어 하니 훨씬 수월하게 일이 진행되며 회사도 내적으로 성장한다. 
 
5. 2022
이제 시작 단계에 있던 일들이 꽤 많이 진행되었다. 첫번 째 일이 일년 반쯤의 긴 시간을 거쳐 발표되는 날. 눈물이 날 만큼 뿌듯했다. 처음엔 많이 두렵고 잘 하고 있는지 의심도 많이 되었지만, 꿈을 꾸면 그 꿈에 가까이 다가간다는 말처럼 대담한 목표가 대담한 일을 가능하게 해주었나 보다. 하루하루가 숨가쁘게 바쁘고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매 순간 맞닥뜨려야 했지만, 오랫동안 꿈꾸었고 준비했던 일들이 하나씩 실현되는 것을 보며 지치기는 커녕 알지 못했던 에너지가 샘솟는다. 나를 다 쓰면서 하루를 산다는 말이 무엇인지 느껴지는 하루하루다.  

6. 2023
매일 아침 때로는 일기처럼 때로는 수필처럼, 마음이 내킬때는 일에 대한 글이나 시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그 종류가 무엇이든 글쓰기는 오롯이 나를 나로써 만나게 하고 아마추어로써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해주었다. 이 글들은 이미 나에게 내가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왜 이 일을 하고 있었는지 나를 돌아보게 해준 거울같은 것이었기에 이미 제 할 일을 넘치게 다했다. 하지만 오래 전 도움이 필요했던 시간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에게 세상을 연결해준 많은 책들처럼 이 글들이 나를 넘어 누군가에게 통찰과 용기와 지식을 나눌 수 있다면 밖으로 나갈 새로운 이유가 되겠지.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할지 모르지만, 나에게 힘이 되어준 나의 글이 나를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으로 나눔이 될 수 있는지 계획을 세워보아야 겠다. 

7. 일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을 넘어 프로로서의 삶을 세워야 한다는 깨달음은 지난 몇년 동안 회사 일을 하면서 맞닥뜨린 많은 어려운 과정을 꿋꿋히 이겨내게 도와주었다. 재정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대해 알게 모르게 나를 지배해왔던 거부감과 부족했던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었고, 현실적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덕분에 규모와 상관없이 재정적인 측면에 대한 운용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프로로 오롯이 서기 위해 일을 즐기는 만큼 그 일이 나를 넘어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는 것에 부지런했다. 그 과정에서 적절한 물질적 운용의 측면 또한 간과하지 않았기에 작은 규모지만 회사를 지속할 수 있었고 꿈을 이루어 내는데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으며 그에 따르는 어려움들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나 스스로에 대해서 바뀔수 없고 배울 수 없을거라 오랫동안 생각했던 부분들이 눈에 띄게 성장한 모습들이 보인다.   

8. 2028
바쁘게 일하는 와중에도 지난 십년간 꾸준히 해왔던 명상과 요가, 그리고 운동은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책임져주고 있다. 예민한 마음을 달래주고 밝은 에너지가 내 안과 주변에 머물게 해주었다. 폭풍과도 같은 거친 감정들을 때에 따라 자유롭게 일어나게 놓아두기도 하고, 고요하게 잠자게 하기도 한다. 머릿속을 잠식하는 걱정과 불안,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도 하고 그 감정들을 떨어져 살펴보기도 한다. 어느새 내 몸, 내 마음 그리고 내 감정이 나 자신과 갖는 관계가 이렇게나 서로 친절할 수 있게 된 것은 꾸준히 명상과 운동으로 스스로를 돌본 덕이었다. 

9. 각자에게 일이 너무나 중요하던 터에 어려운 순간들도 많았지만, 우리는 꾸준히 서로의 성장을 도와주고 있다. 일의 성장을 지지해주는 것 뿐 아니라 인격적 성장도 함께 이뤄나가고 있다. 마치 요가를 하면서 몸을 유연하게 만들듯이 함께 그리고 서로 배워가며 둥글어지며 나를 대하고 너를 대하고 우리를 대하는 태도도 오랜시간을 거치며 점점 더 유연해지는 것 같다. 이런 여유가 삶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하루하루 일상에서 마음에 충만함이 더해지고 함께함에 감사함이 더해져간다. 

10. 2038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꽤나 근사한 일이다. 내가 한  말이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 새로운 생각을 불러 일으키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누군가에게 지식이 되어 새로운 무언가를 해내게 한다. 또,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 내가 아는 것들을 더듬어 또렷한 말로 만들어 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거꾸로 동시에 나를 가르치는 일이 된다.  나의 성장이 눈에 보이지 않아 좌절하던 시간, 가르치는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그 과정을 극복했던 경험이 지금은 새롭게 일을 시작하거나 배우려하는 사람들과 수십년 동안 일했던 내 전문분야를 나눌 때 엄청난 자산이 되고 있다. 열심히 프로젝트를 하던 때와 마찮가지로, 지금 가르치는 일은 변화를 만드는 다른 얼굴로 나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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