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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30일 12시 07분 등록
교회 청년부의 순원들과 벌써 7개월째다. 연 초에 짜여진 순 모임 멤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새 우리는 자신을 많이 드러내고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했다.

각자가 자신이 선 위치에서 자신의 이야기로 서로에게 다가서서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일주일간의 기도제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때, 몰두하고 있는 일이나, 일주일간 하려고 계획한 것이나, 마음에 품고 있는 고민을 이야기한다. 기도제목은 드러내지 않아도 되지만 자연스럽게 그냥 서로 이야기하게 된다.

우리 순은 멤버들의 연령이 다양하다. 의대생으로 올해 실습을 나가는 혜미가 가장 나이가 어릴 것이다. 아마 26,7살 정도 됐을 것이다. 정선이도 그 나이 또래다. 알바 때문에 고민이 많은 기선이도 그 나이 또래이다. 혜선이는 학교를 졸업하고 연구소에서 일하는 것으로 봐서 그 아이도 서른이 조금 안 된 그 또래 일 것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3년 정도를 근무한 선미는 그보다 좀 나이가 많을 것이다. 군대를 다녀왔고 학교를 졸업했으니 순장인 상규는 서른이 다 되었을 것이다. 사진을 잘 찍어 늘 행사에 불려 다니느라 순 모임에 잘 참석하지 못하는 윤제는 서른이다. 가장 늦게 우리 순모임에 합류한 태권도 사범을 하고 있는 찬송이는 81년생이다. 이런 애들에 대면 나는 완전 늙은이다.

이런 다양함 속에서 재미난 상황이 많이 벌어진다.
순장인 상규가 살짝 운을 띄워 이야기 판을 벌여 놓으면, 거기에 몇몇이 적극적으로 끼어든다. 상규는 대부분이 듣는 쪽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어디로 새든지 결국은 결론을 찾아간다. 상규는 순장으로서 맡은 임무를 잊지 않는 약간은 범생이 스타일이다. 대부분은 찬송이가 사회생활 경험이 많아서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호기심 많고 말썽 많은 5학년 아이들의 담임을 맡아 고민이 많은 선미에게는 찬송이의 말이 신기하게 들린다. 순하고 부드러운 선미는 찬송이처럼 아이들을 다루지 못한다. 이번 여름에 캠프에서 1,2,3학년의 규율부장을 맡은 상규도 찬송이의 조언을 몇 개 듣고 활용한 케이스이다. 선미와는 달리 상규는 덩치가 커서 특별히 분위기를 잡지 않아도 벌써 외모부터가 규율부장 선생이다.

지난 주에는 ‘[ ] 하나님’ 이라는 것을 이야기했다.
순장인 상규가 준비한 A4 용지를 들어올린다. 커다랗게 길쭉한 네모와 뒤에 하나님이란 말이 써있다. 네모 칸에 수식어 넣기이다.

순장 상규의 의도는 알겠는데, 딱히 할 말이 없다. 머리 속에서는 그동안에 배운 단어들이 먼저 떠오른다. ‘신실하신’, ‘위대하신’........ 그러나 이런 답들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그것들은 책 속에나 있을 답이다. 옆에 순원들도 그래서 일까, 우리들은 잠시 침묵이다. 그런 우리에게 순장 상규는 그냥 편안히 말하라고 한다. 편안히 말할만한 것이었던가.

침묵을 깨고 혜선이가 나선다. 혜선의 대답은 ‘알 수 없는’이다.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는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들을 보면서, 뒤에는 뭐가 예비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 혜선이의 대답이었다. 어떤 선택을 내리거나 일을 추진할 때, 어떤 결과를 낼지를 짐작을 하긴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이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 버린다. 우리는 혜선의 말에 공감을 했다.

거기에서부터 이야기가 터지기 시작했다. 모두들 자신의 삶 속에 들어온 하나님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그때부터는 하나님이 아닌,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어느 설교에서 들었던 목사님의 말이 아닌, 큐티 책에서 본 이러이러하다라는 것을 그대로 읊어대는 것이 아닌,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기다리시는’이라는 답을 했다. 지나놓고 나니 그렇게 느껴졌다. 원하는 것을 달라고 조르는 기도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삶 속에서 초조하고 불안한 내게 사람들은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좀더 기다리자.’ 그런 말들은 쉽게 해줄 수 있는 조언들이었다. 그 안에서 방황하는 사람은 자신이 가진 시각 안에서는 해볼 것 다 해본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그 말은 아픈 말이다. 그러나, 지나놓고 보니 그것이 가장 적절한 대답이었음을 안다. 내가 원하던 것들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그것을 성장이라는 말로표현해도 될까.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내가 성장하길 ‘기다리시는’ 하나님이시다.

나는 못 기다리겠는데, 좀 일찍 주시면 안되나. 기선이는 여기에 동의하고 나선다. 찬송이와 윤제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의미를 알 고 있는 듯 하다. 겪어 본 녀석들이다.

내 이야기에 이어 윤제가 나선다. ‘짙은 안개 속을 걷는 것 같은 시험을 주시는’이라는 그의 다듬어지지 않은 답변은 그의 삶에서 나온 답이다. 사진 찍는 동안 여러 사람을 접하면서, 사람들에게서 상처도 받고, 또 방황하다가 자신을 추스르기에 몰두하는 윤제가 할 수 있는 답이다. 윤제는 지금 마사지 관련해서 새로 사업을 시작한 상태다. 단골이 생겼다고 했다. 그리고, 단골 중 한 분은 자신과 만나서 그 힘으로 일주일을 더 버텨내신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뭔가를 본 윤제의 또 다른 답변은 ‘생명을 주시는’이었다.

다른 답들도 몇 개 있었다. 순장은 거기에 자신의 답도 적어 두었다.
그것으로 되었다.

우리들의 이야기에는 정답이 없다. 가지런히 정리된 것들도 아니고, 논리적인 것도 아니다. 모두가 공감하는 것도 아니다. 교과서를 공부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때론 너무 얼토당토 않게 우습고,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그 만큼으로 이야기하고, 서로 겹치고, 반대하고, 또 위로한다. 각자가 선 위치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받아들인다.

순모임이 끝나갈 무렵, 순장은 한 달간의 순원 각자의 일정을 체크하면서 8월이 가기 전에 밖에서 같이 식사를 하면서 모이자고 했다. 9월에는 다른 순으로 개편될 거라고 했다. 서운했다. 이제 막 우리들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느끼고 있는데. 이제 막 서로를 더 알아가고 싶어졌는데.

우리들의 이야기는 서로 안에서 이렇게 흐른다.

IP *.72.1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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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08.04 16:37:32 *.165.174.111

어렵네...
나는 뭐라고 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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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2007.08.04 19:29:17 *.72.153.12
백산님, 쓴 저도 읽기 어려운데,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그리고 뭐라고 했는지는 짐작 안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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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08.05 01:50:52 *.165.174.111
비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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