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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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4월 20일
오늘은 11기 동기들과 여행을 시작한지 열흘째 되는 날이다. 지난 4월 8일은 장례식을 한다고 유서를 읽으며 서로의 죽음과 다시 태어남을 축하한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10년 전 우리는 “죽음과 재생의 레이스”라 불리는 변화경영연구소 11기 연구원, “블리븐”으로 만났다. 이후 1년간 매주 한권의 책을 읽고, 한편의 칼럼을 올리며 자신을 찾는 여행을 같이 했다. 이 후로 서로의 도반이 되어 삶을 나눈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10주년 기념으로 뭘 할까, 고민하다 그 때 아쉽게도 못했던 해외 연수 여행을 하기로 했다. 어디를 갈지는 고민할 것도 없었다. 스승님이 가장 사랑하셨던 곳, 신화의 땅, 우리가 또 한번 다시 태어날 곳. 바로 그리스와 터키다.
4월 10일 선생님의 추모제를 마친 뒤 바로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에 없는 보따리아와 기상은 현지에서 만나기로 했다. 몸의 자유가 아닌 정신적 자유를 누리며 글 쓰는 유목민이 되겠다던 보따리아는 2018년 <주역, 불혹을 유혹하다>를 출간한 이후 전업 작가가 되었다. 이후 <엄마가 읽어주는 주역>을 아이와 함께 출간하고, 남편과 함께 주역과 한의학을 결합한 책을 쓰더니 우리나라 최고의 주역 전문가가 되었다. 누가 작가는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없다고 했나? 보따리아는 매년 1권 이상의 책을 쓰며 1년에 한달만 일하고 11개월은 여행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이번에도 가족과 함께 아프리카를 여행 중이었는데, 남편과 아이를 그곳에 남겨두고 그리스에 와서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다.
기상은 올해 드디어 오랜 기간 동안 버킷리스트에 있었던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4월 19일, 바로 어제 대회가 끝나자마자 그리스행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고 있다.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하면, 같이 가서 응원해주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못 지켰다. 내년에도 참가한다면 꼭 응원하러 가야지. 마침 공항으로 픽업하러 갔던 티올이 기상과 함께 돌아왔다.
티올은 연구원을 마치고 다문화 가족을 위한 한글 가르치기 봉사를 하다가, 2년 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다문화 마을의 이장님이 되었다. 마흔세살이 아니라 마흔살에 다시 태어난 셈이다. 티올은 공항에서 오는 길에 십여 년 전 난민으로 그리스에 왔던 사람들이 정착해서 사는 마을을 지나왔다고 했다. 그들이 그리스인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의 다문화 가족을 위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벌게진 얼굴로 신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흥분하면 얼굴이 빨개지는 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티올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며 듣고 있는데, 산책을 나갔던 웨버와 송쓰와 모닝이 돌아왔다.
송쓰는 5년전에 그토록 원하던 “사장님”이 되었다. 직원과 사장이 가족 같이 일하는 회사라는 꿈은 처음에는 허황된 구시대의 유산이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하지만 송쓰는 이익이나 성과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인 기업의 꿈을 현실에서 구현했다. 지난 해에 그는 40대가 “가장 닮고 싶은 롤모델”로 선정 되었고, 그의 회사는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0위 안에 들었다. 또한 4차산업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기업 모델을 제시한 공로로 올해 다보스 포럼에 특별 연사로 초청되었다. 통역기를 믿고 자국어로 연설하는 대부분의 연사들과는 달리, 그는 유창한 영어로 연설을 마쳤다고 했다. 그동안 함께 영어 공부한 보람이 있다. ^^
모닝은 2018년 우리 중에서 가장 먼저 책을 출간했다. 그의 책 <방송국에서 나는 어떤 일을 할까?>는 출간되자 마자 초대박을 쳤다. 그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줄 모르고 인세의 50%를 변경연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그의 첫 책은 10만부가 넘게 팔리며 그 해의 자기개발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당시 회계를 맡았던 나의 통장은 모닝의 기부금으로 한도가 초과됐고, 나는 수입 신고 불성실로 세무 조사를 받을 뻔 했었다. 그후 모닝은 회사를 그만 두고 청소년 진로 전문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내년말까지 스케쥴이 꽉 차 있어서 여행이 어려울 뻔 했지만, 그는 진정한 의리남이었다. 모든 일정을 다 취소하고라도 같이 여행하겠다며 우리와 함께 했고, 어쩔 수 없는 강의는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웨버와 나는 연구원 과정을 마치고 나서도 수요소풍과 스탭, 1인자회를 같이 하며, 그전보다 훨씬 더 가까워졌다. 소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따뜻한 봄날, 우리는 앞으로 뭘 할까를 고민하다 성인들의 자기 개발을 돕는 일을 같이 해보기로 했다. 그녀가 생각했던 공간과, 내가 고민했던 프로그램은 다른 게 아니라 결국 같은 일이었다. 이후로 우리는 변경연의 인재들과 함께 스승의 뜻을 잇는 일을 해왔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들을 돕는” 우리의 일은 재미있고 의미도 있다. 어쩜 10년 전에 지나가는 말처럼, 그저 농담처럼 했던 말을 다 실제로 하고 있냐며 웃고 떠들다보니 배가 고파졌다.
다같이 저녁을 먹으러 나가려는데 뚱냥이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갔나 했더니 지금 위층에서 생방송으로 “변경연 팟캐스트” 진행중이라고 했다. 2018년 겨울, 회사를 그만두면서까지 선택했던 팟캐스트 진행은 그동안 뚱냥이가 했던 것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이었다. 초반부터 대박 조짐을 보였던 팟캐스트는 그해 말에는 드디어 도서부문 5위 안에 드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성장했고, 신인작가와 출판사들이 책을 낸 후에 꼭 출연해야 하는 필수 프로그램이 되었다. 나도 내 책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를 쓴 뒤 팟캐스트에 출연했다. 방송 직후 판매율이 급상승했던 건 말할 것도 없다. 뚱냥이는 이후 다른 팟캐스트 및 유트브 방송도 진행하는 탑 유튜버가 되었다. 그도 역시 의리남. 경쟁 도서 프로그램에서 큰 돈을 제시하며 여러 번의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지만, 그는 1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변경연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뚱냥이를 두고 나가려는데 전화가 온다. 춘희 언니다. 그녀는 내가 지난 해에 조직한 무용단에서 탱고를 맡고 있다. 나는 원래 60세 즈음에 실버 무용단을 만들어서 월드투어를 다니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빨리 무용단에 들어오고 싶다는 춘희 언니의 독촉으로 지난해에 무용단을 만들었다. 사실은 내일 이스탄불로 가는 유람선에서 우리의 첫 해외 공연이 있다. 춘희 언니는 미리 다른 단원들과 함께 가서 공연 준비를 하고 있는데, 무대가 너무 커서 떨려 죽을 것 같다며 엄살이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막상 내일 공연에서는 누구보다도 훌룡한 춤으로 관객들을 홀릴 거라는 걸. 그녀의 개미 허리와 “네 다리 사이의 예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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