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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5일 20시 54분 등록
2007년 8월에 들어서고 있다. 2001년 하반기에 입사하였으니 직장생활 한 지도 만 6년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쓰면서도 시간이 벌써 이만큼 지나갔음에 놀라고 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시간이 그만큼 지나니 여러 명의 상사를 거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상사라고 하는 사람도 참 여러 유형이 있다. 아니 유형으로 나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상사랑 어떤 상사이며, 나쁜 상사는 어떤 상사일까. 잭 웰치는 그의 책 <위대한 승리>에서 나쁜 상사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지만, 나쁜 상사가 어떤 상사인지는 상세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나쁜 상사는 자신보다 아래인 사람들에게 협박, 시비, 거드름, 무시, 정보독점, 혹은 빈정거림 등의 부정적 행동을 일삼는다고 한다.

나는 갑자기 내가 겪은 상사들의 모습에 가공을 더하여 몇 가지 극단의 상을 그려보고 싶어졌다.


[상사 A]

- 업무
그는 논리에 항상 빈틈이 없다. 전략적인 사고가 강해 목적이 세워지면 달성을 하고야 만다. 미팅 시 그가 내세우는 논리 앞에서는 고객조차 꼼짝을 못한다. 그의 설득력은 논리에서 온다. 물론 철저한 사전 준비가 있다.

- 대 부하직원
치밀한 그의 원칙을 부하직원에게도 엄격히 강요한다. 실수나 빈틈을 용납하지 못한다. 헐렁한 스타일의 직원 뿐 아니라 웬만큼 꼼꼼한 직원들도 목이 졸리는 압박감을 느낀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직원은 엄청난 질책을 각오해야 하며, 목표가 과중한 직원들에게 이는 스트레스이다.

- 대외 관계
다행히 그는 그 뛰어난 논리와 설득력으로 자신이 이끌고 있는 조직을 완벽하게 버퍼하며 그가 의도한 대로 끌어나간다. 부하직원들은 그의 조직이 사내에서 부당한 대접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유리하게 showing될 것이라는 안정감이 있다.

[상사 B]

- 업무
그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제품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다. 경쟁사 제품에 대해서도 훤하다. 그것이 고객을 대할 시 그의 강점이다. 그러나 하나하나 따지고 넘어가는 기질 탓에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상황에 대처하는 민첩함과 유연함은 떨어진다.

- 대 부하직원
그는 부드럽다. 웬만한 일은 웃으며 넘어가고 부하직원과 가깝게 지낸다. 그는 부하직원의 실수나 단점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지적하지 않고 넌지시 알려준다. 어떤 직원은 그의 이런 점을 편하게 여기지만, 어떤 직원은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

- 대외 관계
그가 맡고 있는 조직은 사내에서 무시당하기 일쑤이다. 한 회사에서도 조직들은 여러 이해관계에 얽혀있는데, 그런 갈등상황에서 그가 맡고 있는 조직은 백전백패한다. 직원들은 입술 없는 잇몸과 같은 두려움 속에 생활한다.

[상사 C]

- 업무
그를 대변하는 단어는 카리스마이다. 그는 특유의 분위기와 친화력으로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든다. 고객 미팅 시에도 논리보다는 친분관계나 장기 릴레이션십을 무기로 성사를 이끌어 낸다.

- 대 부하직원
그의 카리스마는 부하직원을 다룰 때도 발휘된다. 그의 한 마디에 감히 반박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는 부하직원에게 거리감 있는 하늘 같은 존재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알듯말듯한 선문답을 가끔 날리는데 참 의미심장하다. 그는 직접 해도 될 법한 웬만한 일들을 모두 부하직원에게 지시하는데, 직원들은 이것에 약간의 불만을 가지고 있다.

- 대외 관계
그는 상당히 정치적이다. 조직은 모두 정치판이라 하는데, 그는 그것이 깨끗하던 흐리던 살아남을 적응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가 맡은 조직에 얼만큼의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상사 D]

- 업무
그는 한 회사에서 잔뼈가 굵었다.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상황에 따라 대처 시나리오를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가지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것으로 고객을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

- 대 부하직원
그는 합리적이나 상황논리가 강한지라 지시가 자주 바뀐다. 어떤 직원은 이것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그는 그에게 다가오는 직원에게는 많은 이야기와 조언을 해주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에게는 말이 없다. 그래서 조직 안에서도 부하직원의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 대외 관계
상황 논리가 강한 달변가 스타일인 그는 어느 자리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의 모습에 듬직함을 느끼는 직원도 있지만 (절대 불변 진리의 상황은 없다 생각하므로), 한편 카멜레온 같이 수시로 바뀌는 그의 논리와 견해에 혀를 내두르는 직원도 있다.


여태 느낀 점은, 좋은 점만 갖고 있는 상사는 없으며, 반대로 나쁜 점만으로 둘러진 상사도 없다는 것이다. 사람 하나하나가 각각의 기질을 갖고 있고 상사도 사람이다. 단지,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특수 관계로 말미암아, 어떤 점은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그 장점과 단점이라는 것도 상황의 지배를 받는다. 예를 들면 영업부와 관리부에서 요구되는 특질은 업무상 다를 것이다. 어떤 자리에 있는 누가 다른 자리로 가면 훨씬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리고 개인의 기질로 인해 선호하는 상사의 상도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어떠할까. 나는 천성적으로 속박과 구속을 싫어하므로, 사사건건 간섭하고 통제하는 스타일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말로 나를 어느 정도는 그냥 두었으면 좋겠다. 한편 나는 인정의 욕구가 강하므로 때때로 칭찬 몇 마디 쥐어주거나 인정받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그것에 에너지를 얻어 일할 수 있다. 또 나는 장시간의 잔소리에는 반감을 쉽게 가지므로, 질책은 짧고 강하게 하면 효과적이다.

그리고 또 나는 상사는 이런 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상사도 자기의 직무를 갖고 있을 진대, 직무 상 우러름 받을 만한 강력한 무기를 한 두 가지쯤은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사라면 최소한 작은 조직을 이끌고 있을 것인데, 그는 자기 맡은 조직을 잘 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밖으로는 외풍으로부터 방어도 해야 하며, 안으로는 조직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그들의 능력을 충분히 살려야 할 것이다. 리더십은 완전 필수이다. 당연한 말만 했나.

결국은 맞고 안 맞고의 문제가 되는 걸까. 직장에서 인간관계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 부부간 궁합이 중요하듯 직장 생활에서도 상사와의 궁합은 중요하다. 그러나 배우자는 자신이 택할 수 있지만, 부하직원이 상사를 택할 자유는 없어 보인다.

나는 다행히 도저히 못 견디겠는 상사를 겪지는 않았다. 그 위치에 오르고 그만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와는 훨씬 다른 시야와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경험에서 나오는 연륜은 나의 짐작을 뛰어넘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배울 점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내가 너무 긍정적인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같이 못 있겠는 그런 상사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잭 웰치가 남기 시원한 한 마디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당신의 일이 나쁜 상사를 견딜 만한 가치가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입 다물고 있어라. 하지만 별다른 가치가 없다면 우아하게 회사를 떠나라.”

IP *.204.8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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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8.07 09:07:13 *.72.153.12
호정, 상사를 다른 사람으로 대치해 보면 어떨까? 후임? 가족중의 누구? 애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
그러면 상황이 재미있어 지지. 아주 재미나져.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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