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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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에서는 매년 4월 한식 차례를 지냅니다. 선산의 묘소에서 아침 차례를 지냅니다. 올해는 4월 8일 일요일에 한식 차례가 있었습니다. 종갓집 11대 종손부인 저는 결혼 후 처음으로 어제 한식 차례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설 명절에 시어머니의 커밍아웃이 있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가족처방전 -시어머니의 커밍아웃을 참조하세요. http://www.bhgoo.com/2011/838648) 집안의 모든 제사를 없애겠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집안 남자 어른들의 거센 저항을 예상하셨고 대가족의 가부장이자 남편인 시아버지와의 담판을 불사하셨습니다.
이번 한식 차례에서 시어머니의 결과 발표가 있었습니다. 11대 종손 남편이 전하는 소식을 듣고 저는 덩실덩실 어깨춤을 췄습니다. 지난 설부터 한식 전날까지 시어머니를 비롯한 종갓집의 10대 여성들이 단합해 이뤄낸 변화를 공유합니다.
1. 설과 추석, 명절 차례를 없앤다.
올해 추석부터 명절 차례를 지내지 않습니다. 대가족 모든 구성원이 한 집에 모이지 않습니다. 개별 가족이 여가를 보냅니다.
2. 일 년에 제사는 세 번!
설 제사 대신 설 직전에 할머니 제사를, 추석 제사 대신 추석 직전에 할아버지 제사를 지냅니다. 한식 제사를 지냅니다.
3. 제사는 성묘로 대체한다.
세 번의 제사를 모두 성묘로 대체합니다. 집에서 제사상을 차리지 않습니다. 성묘할 때 술과 과일만 올립니다.
4. 대가족 모임은 식당에서 치른다.
제삿날 성묘 후 식당에서 식사를 합니다. 집에서 음식을 하지 않습니다.
변화를 이뤄낸 시어머니와 숙모님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시어머니께서 “더 이상은 못하겠다, 힘들다”고 하셨을 때 집안의 여성들이 모두 “나도 더 이상은 못하겠다, 나도 힘들다”고 같은 목소리를 내고 함께 행동했기에 변화가 가능했습니다. 이젠 기쁜 마음으로 시댁 어른들을 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투(나도 힘들다) 이후 집안의 풍경이 어떻게 달라질지 무척 기대됩니다. 우리 가족의 변화가 당신 가족의 변화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
격주 월요일에 발송하는 마음을 나누는 편지 '가족처방전'은 필자와 독자가 함께 쓰는 편지입니다. 가족 관계가 맘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고 계시다면 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마음을 다해 고민하고 작성한 가족처방전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김정은(toniek@naver.com)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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