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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24일 10시 46분 등록
나의 강점
'춤추는 레인트리'



몇 주 전, 새벽에 심한 비바람을 동반한 천둥번개가 치던 날이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태풍이 도로시의 집을 모두 삼켜 버린 것처럼, 하나도 남김없이 모든 걸 앗아 가버릴 모양으로 천둥번개는 덤벼왔다. 나는 잠이 들었다가도 약간의 식은땀을 흘리며 몇 번이나 깨어났다. 그렇게 깨어났다 잠들기를 여러 차례, 조금은 잠잠해진 틈을 타서 깊은 잠에 빠져들게 된다. 그때, 꿈속에서 한 구루의 나무를 만났다.

나무는 보라색과 남색이 어우러진 빛깔 이다. 뒤로는 석양의 붉은 기운이 나무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고 있다. 나무는 동화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나무처럼 아주 빠르게 하늘을 향해 줄기가 쭉쭉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 동안 나뭇잎이 파릇파릇 돋아나 무성한 숲을 이루었다가 이내 우수수 떨어지고, 또 다시 새잎이 돋아나곤 했다. 나무의 심장에는 굉장히 푸르른 기운이 맴돌고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지구가 심장의 중심에서 생명력 있게 뛰고 있었다. 나를 강력하게 빨아들이는 에너지에 나는 심장가까이로 귀를 가져가 조심스럽게 기대었다. 그리고 오른손은 내 심장으로 가져갔다. 나무의 심장 박동 수와 내 심장의 박동이 같은 리듬으로 뛰고 있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살랑 살랑 불어온 바람 따라 나무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의 손이 움직인다. 마치 ‘미러링’을 하듯, 나무와 나는 하나가 되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플로잉의 부드러운 흐름의 리듬이 내 몸을 감싸왔다. 어느새 눈을 감고 무아지경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나무와 나의 경계가 무너져 하나가 되어 춤을 추고 있는 순간이다. 몸이 나무의 리듬을 따라 흔들릴 때마다, 하늘을 보고 있던 나의 이마 위로 빗방울이 툭, 툭, 투둑 떨어졌다. 좀 더 강렬하게 춤 속으로 빠져 들자 더 큰 빗방울이 얼굴과 어깨위로 쏟아져 내렸다. 따뜻한 빗방울에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저기 사람들이 나무 밑에 멈춰 서서 촉촉한 나무의 빗물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들의 몸과 마음이 촉촉해 지면 질수록 나의 몸은 하염없이 흐르고 또 흘러내렸다.

아, 레인트리구나. 그렇게도 내가 만나고 싶었던 오에겐자브로 소설에 등장하는 ‘비 나무’. 너가 나였구나. 나는 레인트리였구나. 땅에 뿌리를 내려 하늘로 끊임없이 성장 하는 나무 였구나. 한 밤 중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면, 이튿날 오후가 되어서도 그 옴폭하고 손가락만한 조그만 잎사귀들이 한 밤 중의 소나기를 머금고 있다가, 손님이 찾아왔을 때 바람결에 따라 춤을 추며, 비를 뿌려 그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는 레인트리였구나.

나는 레인트리 같은 사람이다. 미래에 초점이 있는 동시에 현실에 초점이 있다. 미래지향은 자칫 현실을 외면한 채 두 발이 허공에 떠있을 수 있으며, 현실지향은 자칫 현실의 상황에 매몰되어 미래를 바라보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두 가지가 공존한다. 공존을 위하여 나는 땅에 뿌리를 내려 현실에 발을 붙이고, 가지를 뻗어 미래를 향해 하늘로 무한히 뻗어나간다.

나는 미래에 매혹되어 마치 벽에 투사되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미래가 상세하게 보인다. 선명한 미래의 이미지가 직감적으로 나를 찾아와 두려움의 벽을 쉽게 뛰어넘게 한다. 하지만 단지 미래를 정해진 목적지로만 보지 않는다. 미래는 지금 이 순간에 이루어지는 선택으로부터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 작은 선택의 점들을 통해, 상세한 그림에 끌려, 내일을 향해, 하늘을 향해 끊임없이 가지를 뻗어 나간다. 즉, 실현가능한 미래를 그리는 나무이다. 뿌리를 통해 앞으로 뻗어나갈 가지, 잎, 꽃의 그림을 선명하게 그린다. 이것은 현실과 미래의 경계에서 균형을 잡고 줄타기를 멋지게 하는 나의 가장 중요한 핵심 강점이다.

나는 뿌리와 잎을 통해 끊임없이 무엇이든 흡수하고 또 흡수한다. 뿌리는 토양에 녹아 있는 물과 무기양분을 흡수하여 나무가 현실에서 건강하게 자리 잡고 자라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준다. 잎은 비를 머금어 필요한 때에 나만의 레인을 사람들에게 선물하도록 한다. 즉, 땅의 에너지와 하늘의 에너지를 동시에 흡수하고 수집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들이 가득 저장된 뿌리는 굵고 커져서 그 속에 양분을 저장하는 것으로 삶의 균형을 잡아준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흡수된 양분들은 어디에 쓰일까? 흡수된 양분과 머금은 빗물은 더 이상 그 전의 양분과 빗물이 아니다. 뿌리로 다양하게 흡수된 양분들은 서로 복합적인 연결을 통해 더욱 흥미롭고 새로운 나만의 색깔과 모양의 꿈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미래에 활짝 피어날 꿈꽃의 내용, ‘암술, 수술, 꽃잎, 꽃받침’을 채우는 역할을 하게 된다. 미래에 피어날 한 송이 한 송이의 풍광을 선명하고 상세하게 보는데 토대를 만든다.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튼튼한 두 다리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손가락은 육체 중에 가장 섬세하고 많은 관절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세밀하고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묘사하는데 뛰어난 기술을 발휘 할 수 있다. 머금은 빗물은 잎몸, 잎맥, 잎자루로 스며들어, 광합성을 통해 양분과 산소를 만든다. 그 과정을 통해 나만의 새로운 빗물이 생성된다. 빗물은 과거의 빗물이 아니다. 이미 변화를 경험한 빗물이며, 변화된 물은 바람결에 춤추는 순간마다 뿜어져 나와 메마른 마음의 대지를 촉촉하게 감싸 안는다.

나는 비 자체로 사람들을 찾아가 촉촉함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레인트리 꽃의 아름다운 향기와 자태를 통해, 사람들이 나를 찾아낼 수 있도록 향기와 매력을 뿌려 둔다. 나는 암술과 수술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나의 내면은 여성성과 남성성이 공존하며 서로 상호 보완 하여 균형 잡힌 아름다운 향기와 자태를 뽐낸다. 아름다운 색깔과 모양으로 벌과 나비를 유혹한다. 수동적인 향기의 은은함. 그 향기에 매혹되어, 혹은 그늘이 그리워 나무 품으로 찾아온 이들에게, 나는 나의 몸을 이용하여 촉촉한 비를 선물 할 수 있는 존재이다.

옴폭하고 손가락만한 잎사귀에 담긴 촉촉한 빗물, 잎사귀에 담긴 물은 바람결에 따라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는 빗물이다. 물은 흐름이다. 흐르고 흘러 어디든 흘러갈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나는 나의 잎에서 흘러나와 다른 사람들의 몸에 편안히 담겨, 다른 그릇이 될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물의 본질은 레인트리의 빗물이다. 그렇기에 상담이 편안하고 즐거운 것이리라. 상담은 나를 내려놓고 온전히 그 사람의 그릇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본래의 상담의 목적을 잃지 말아야 한다. 상담은 물의 성질을 담은 작업이다. 또한 나를 처음 대면하는 사람들은 나를 물과 같이 느끼리라. 최초로 빗물이 당신의 몸을 어루만질 때, 당황스럽고 차가워 몸을 움츠리리라. 어디서 흘러내리는 빗물인지 가늠할 수 없어, 물속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알 수 없어, 두려우면서도 신비해하리라. 하지만 곧 알게 되겠지. 그 빗물이 당신의 대지에 어느새 스며들고 있다는 것을.

나는 자연의 리듬에 춤을 춘다. 땅에 연결된 자연의 리듬과 순환에 온 몸을 열고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행동한다. 묵직한 가을바람에는 플로잉의 춤을, 번개가 내리칠 때는 스타카토의 춤을, 비바람을 동반한 리듬에는 케오스의 춤을, 살랑한 봄바람에는 리리컬의 춤을 춘다. 레인트리는 흐름의 에너지다. 사물들 사이의 어떤 구별이나 분리가 없다. 끊임없는 변화만이 존재한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또 움직일 뿐이다. 양분을 흡수할 때가 되면 뿌리를 통해 정보를 흡수하고, 줄기를 통해 양분을 운반하며, 최상으로 끌어올린 나의 정보들의 연결을 통해 나만의 잎과 가지, 꽃을 피워낸다. 자연과 함께 춤추며 사람들의 내면을 만난다. 모든 움직임이 최고의 학습이자 배움이며 변화의 출발이다. 또한 반복된 순환을 통해 그 다음, 그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자연스럽게 터득 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신선하고 풍부한 꽃을 피워낼 수 있겠는가?

레인트리 숲으로 오라. 그곳에는 아이들이 엉금엉금 기어 다니다가 일어나 아이가 되고, 아이가 뛰어놀다 어른이 되어, 어느새 다시 네발의 노인으로 기어 다니는, 순환의 역사를 맛보며 모두가 춤을 추는 숲이다. 흠뻑 땀에 젖은 당신에게 규정되지 않은 빗물과 맛깔스런 그늘을 선물하는 신비한 숲이리라.

IP *.73.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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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07.08.23 21:02:11 *.73.2.88
좀더 손봐야지 하다가 시간만 가네요. 그냥 처음 썼던대로 올립니다. 강점은 이곳에 올리고 10대풍광은 버젼2로 5천만~~~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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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곤
2007.08.23 21:23:56 *.227.204.75
쏘라의 기질적 특성이 모두 잘 드러난 글이다.
꿈의 카펫트를 따라 넘실넘실 날아가면서 한판 구성지게 어우러지다가 촉촉하게 스며드는 그런 향내가 나는 글이다.
몽환적이면서도 너의 '몸철학'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유혹하는 글이다.
다만 손을 좀 봤으면 늪에 빠지게 만들 수 있는 글이었을텐데 그게 쪼까 아쉽다잉~

보라색을 좋아하고 중성적인 이미지가 풍긴다는 거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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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언
2007.08.24 05:24:12 *.128.229.42
교주님 말씀대로 이끼같은 싱싱한 매력이(?) 있는 글이군요.^^
허허허허, 몽골에서 했던 강점 발표시간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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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07.08.24 10:16:48 *.231.50.64
뱅곤오라버니..
몽골이후 매일 병든닭처럼 졸기만 하니..
손보고나서 올려야지.. 라고 생각하는건 진짜 욕심인듯해요.
이렇게도 전달이 될까 싶었는데.. 전달이 된다니 그걸로 만족~~^^

그리고 선비언.. 우리의 막내둥이 신가?
(그렇다면.. 악~~ 너무 반가워~~~^0^)
이끼가 싱싱하다고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교주님은 음흉하다 하였소..)
그리 불러주니 기분 무쟈게 좋소이다..
우리 오늘 보는거야? 잉... 보고싶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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