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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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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10일 07시 16분 등록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청년은 죽음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생의 경계 너머, 죽음이라는 순간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는 의학적인 죽음에 이르렀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들이 겪었다고 하는 임사체험에 대한 책을 찾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그의 관심을 끌었던 책은 <티벳 사자의 서>였습니다.


<티벳 사자의 서>의 원래 제목은 ‘바르도 퇴돌’입니다. 여기서 ‘바르도(Bardo)'는 한 사람이 죽고 그가 다시 태어날 때까지 거치게 되는 49일 간의 중간 세계를 말하며, ’퇴돌(Thos-grol)‘은 듣는 것을 통해 벗어남을 뜻합니다. 즉 ’바르도 퇴돌‘은 ’죽음 이후에 한번 듣는 것만으로 영원한 자유에 이르게 함‘을 의미하는데, 한마디로 ’죽은 자를 위한 (해탈) 안내서‘라 할 수 있죠.

<티벳 사자의 서>는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두 종류의 사람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하나는 이 책을 특정 종교의 경전, 즉 티벳 불교라는 하나의 지엽적인 종교가 만들어낸 종교서에 불과하다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반면에 다른 한 사람은 윤회의 끝없는 고리를 끊게 해주는 가장 탁월한 방법으로 이 책을 대하죠. 사실 어느 쪽이든 별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불교, 기독교, 힌두교, 무신론을 모두 아우르는 보편적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두 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죽은 자가 다시 태어남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해탈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죽은 자가 다시 태어남을 멈추지 못했을 때, 그나마 더 나은 삶으로 환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실제로 티벳인들은 죽음에 임박한 사람 옆에 앉아 이 책을 읽어준다 하네요.

분석심리학자 칼 융은 이 책의 해설을 쓰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 첫 문장부터 모든 주어진 것의 ‘주는 자’가 바로 우리 자신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우리가 모든 것을 창조해낸 장본인이고, 모든 결정을 내린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중략) 어쩌면 우리 대부분은 세상을 자신의 마음이 창조했다고 보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관점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티벳 사자의 서>의 저자이자 티벳의 위대한 스승 파드마 삼바바는 청년에게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허망해 할 필요없다. 그저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행동을 해라. 미련과 아쉬움과 후회를 만들지 마라. 심판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너를 심판하는 존재 같은 것은 없다. 삶과 죽음은 곧 너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청년은 파드마 삼바바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며 아홉 번째 계단인 ‘죽음’에 오르게 됩니다.


이후 청년에게는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사고 이후 불안한 마음을 다스려보고자 썼던 원고를 책으로 출간하게 되고,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으며, 출간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다양한 장소에서 강연까지 하게 되죠. 한 강연에서 그는 자신이 오른 열 번째 계단인 ‘나’ 그리고 진정한 ‘나’를 깨닫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우파니샤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문서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구약>이고 다른 하나는 <베다>라고 합니다. <구약>은 잘 알려졌다시피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중심이 되는 문서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에게 친숙하지 못한 <베다>는 고대 인도에서 기록되어 베단타 철학과 힌두교 그리고 불교에 영향을 미친 문서입니다.

<구약>과 <베다> 두 문서의 공통점은 우리에게 신과 인간이 무엇인지를 설명해 준다는 점입니다. 반면에 차이점은 신과 인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구약>은 신과 인간의 관계를 단절적으로 파악합니다. 신은 창조주로서 절대적, 유일한 존재이고, 인간은 그의 피조물로서 불완전한 존재인 거죠. 이에 반해 <베다는> 신과 인간의 관계를 연속적으로 파악합니다. 신은 곧 인간이고, 인간은 곧 신으로 마치 강과 바다의 관계처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보는 겁니다.

<베다>는 대략 기원전 2500년 무렵 작성된 문서로써 인더스 강 부근에 살던 아리아인들이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아리아인들이 가졌던 신화, 종교, 철학이 총망라되어 있죠. <베다>는 지식과 지혜를 의미하며, 크게 본문과 부속문헌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비밀스럽게 전수되는 지혜’를 의미하는 <우파니샤드>는 부속문헌에 포함되며, 베타의 결론이라 할 수 있는 문서입니다.

<우파니샤드>는 불교의 세계관이라 할 수 있는 업과 윤회 그리고 해탈에 대한 개념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불교 자체가 <베다>의 영향을 받아 생긴 것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자아’에 대한 입장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파니샤드>에서의 ‘자아’는 연속적이며 불변하는 존재입니다. 마치 그리스도교의 영혼과 같은 존재로, 그 영혼이 새로운 육체로 옷을 갈아입듯 들어가며 다시 태어나는 식으로 윤회를 거듭한다는 겁니다. 이를 ‘아트만’이라 부르죠. 반면에 불교는 고정된 자아나 영혼이 윤회하는 것이 아니라 그전에 행했던 업에 의해 새로운 자아가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에서는 아트만을 부정하며, 무아(無我)를 주장하죠. 이를 ‘아나트만’이라 부르고 있고요.

<우파드샤드>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범아일여(梵我一如)’ 사상입니다. ‘범아일여’에서 ‘범’은 우주 원리인 ‘브라흐만’을 말하고, ‘아’는 개인의 본질인 자아, ‘아트만’을 뜻합니다. 즉 범아일여란 우주의 원리와 개인의 본질이 궁극적으로 하나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범아일여의 깨달음을 얻게 될 때 비로소 자아는 윤회의 고리를 끊고 영원한 자유에 이르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파니샤드>는 이렇게 말하고 있죠.

“네가 바로 그것이다(Tat tvam asi).”


자아에 대한 의미를 알게 됨으로써 그는 열 번째 계단에 올라서게 되고, ‘나’라고 하는 경계선에 서게 됩니다. 

뒤를 돌아봅니다. 지금까지 자신을 편안히 보호해주던 가족과 학교와 직장이라는 작은 세계는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서 있는 계단이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다시 떠날 시간이 도래할 것이고, 그때는 가려져 있는 다음 계단이 보이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 시간이 오면 불안함, 불편함을 감내하고 다시 모험을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난 후 알게 되겠죠. 열한 번째 계단이 끝이 아니라, 겨우 시작에 불과했음을.

(끝)


차칸양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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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17.5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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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11:54:15 *.36.10.10

차카양님 잘지네시죠?

글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8.04.11 21:42:18 *.39.102.67

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겨울엔 날씨도 춥고 좀 그랬는데, 지금은 화사한 봄꽃 덕분에 참 좋네요~

김산님도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하루하루 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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