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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10일 11시 58분 등록



 

이 친구는 직장 다니다가 지금은 집에 있는 것 같은데 정확히 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지난 해 변화경영연구소 송년회에서 각 기수의 근황을 나누는 자리였다.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동기가 나를 소개하려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이크를 넘겨 주었다.

 

“15년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올해 자유인으로서의 첫 해를 보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비로소 꿈꾸던 삶의 한 가운데를 살고 있는 중이지요.”

 

좌중은 술렁거렸다. 점점 더 모를 소리만 한다는 표정과 함께.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늘 뭔가 멋지게, 그것도 크게 한 건 해낼 것처럼 호기로웠던 나를 기억하던 그들로서는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을 거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떼부자가 된 것도 아니면서. 40대 초반에 대책없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전락한 주제에 감히 드디어 꿈을 이루었습니다라니! 아무리 낮에도 꿈을 꾸는 사람들의 모임이라지만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닌가.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로선 조금의 거짓이나 과장도 섞이지 않은 순도 100%의 진심이었다.



당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내가 가진 능력을 개발해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 현재 나의 연구문제는 몸과 마음이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는 법’, 우선 나와 가족을 대상으로 있는 힘껏 실험중이다. 연구문제를 성공적으로 풀어내어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연구결과가 온 몸으로 표현되는 경지에 이르고 싶다.

 

그리고 나면 그 방법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전달방법은 글일 수도 있고 말일 수도 있고 어쩌면 아직은 알 수 없는 제3의 매체일 수도 있다. 그렇게 나 자신의 기쁨으로 나를 둘러싼 세상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남은 삶을 채우고 싶다.

 

아직은 나를 둘러싼 세상이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라는 좁디 좁은 세상을 가족으로까지 확장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얼마나 더 여기에 머무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보이는 세상을 있는 힘을 다해 사랑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나마 가족이라도 마음으로 품을 수 있게 된 것도 아낌없이 나를 사랑하고 난 이후였으니까. 그 경계를 넘던 순간의 희열을 잊을 수 없다. 이런 느낌 때문에 그들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았나보다 짐작해 보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충분히 행복하지만 또 다른 모험에 설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전히 사랑이 버거운 나이기에 남은 시간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방향성만은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마음이 받아들인 그 공간을 최선을 다해 채워가 보려고 한다. 그렇게 서로를 다 채우고 나면 함께 경계를 넘어설 수 있게 되리라 굳게 믿으니까.

 

2017.2 해피맘CEO 진로학교셀프인터뷰 중에서



愛身愛家愛國愛天下, 비록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는 않겠지만 8년 전 스승과 함께 했던 1년간 공들여 찾아놓은 삶의 지도에 맞게 차근차근 나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8년 나 자신과 가족이라는 관계의 물동이에 사랑을 채우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더 없이 충만한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다시 맞은 새 해, 나도 모르는 새에 경계를 넘어서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과연 지금이 그 때가 맞는가?'하는 의심까지는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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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또 있던가? 가족만큼이나 절실한 존재가 또 있던가?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나와의 연결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그들까지가 내가 소화할 수 있는 한계치가 아닐까? 그 경계를 너머선 이들에게도 경계 안의 사람들과 같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인가? '한번 사랑을 준 사람은 평생 품고 간다'는 가슴의 언약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상황이 맞아 잘 지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그 뿐. 이것이 내가 가족 외의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 필요에 의해 사람들을 선택해서 만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그것이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나 역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내가 가진 풍요로운 것이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들 때 행복감을 느끼니까. 어쩌면 이런 느낌이사랑은 아닐까?


지난 3개월 12기 연구원 선발과정을 진행하면서 매일매일 마음속에서는 경계를 지키려는 나와 넘어서려는 나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뜬금없이 다시 찾아온 잠 못 이루던 밤도, 난데없는 소식에 대한 첫 반응으로 쏟아져내렸던 쌍코피도 그 전쟁의 흔적이었을 것이다. 


12기 장례식.png


아슬아슬하게 문턱을 너머선 덕분에 만날 수 있었던 시간. 비로소 나는 내가 치른 전쟁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10부를 꽉 채우고 있던 그릇이었으니 더해진 사랑은 응당 흘려야할 방향으로 넘쳐 흘러가겠지?


봄이 왔다. 드디어 내 마음에도.


다른 인간을 향한, 자연스러운 가슴의 열림. 이게 바로 성배, 즉 '사랑'인 것입니다.

『신화의 힘』360



 



IP *.130.11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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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14:13:27 *.103.3.17

얼마나 생각과 고뇌가 많았을까 느껴집니다. 엄마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요란법석으로 시작된 우리의 모험은 해피 엔딩으로 끝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달타냥! 파이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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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23:44:04 *.130.115.78
할까말까 하는 갈등에서 자유로워졌으니 거기서 아낀 에너지는 모조리 '어떻게 더 재밌게 놀아볼까?'에 올인할 예정!! 마음모아 신나게 즐겨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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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21:51:11 *.124.22.184

가족을 넘어선 사람을 사랑하는 것~

전 감정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으로 '사랑'이란 단어를 가족에게도 잘 못해요.

주위에서 그나마 변경연 과정을 하고 나서 표정도 감정표현도 많아졌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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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23:51:51 *.130.115.78
연구원 과정의 핵심컨텐츠는 '사랑의 기술'이라고 믿고 있어요. 그 사랑의 너비와 깊이를 늘려가는 것이 '성장'일테구요.

함께 힘껏 성장하는 1년, 아니 여생 만들어갈 수 있음 좋겠습니다.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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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22:11:30 *.48.44.227

그 사랑을 과분하게 받게 되어 기뻐요. 문요한 작가님 표현이 생각나네요. 

목표있는 고통!  와 근데 언제 이렇게 사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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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23:54:00 *.130.115.78

혜홍샘 사진은 미처 못 찍어서 누군가의 후기에서 다운받았어요. 저작권료로 맛난 밥, 괜찮으실랑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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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2 11:50:30 *.39.102.67

글에서 '소녀' 한 명이 보이네요.

멋진 셀프 인터뷰. 멈춤없는 여행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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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2 14:55:34 *.130.115.78
자꾸만 겨드랑이 밑에서 날개가 나오려구해요. 별안간 없어지거든 결국 날아가버렸구나. 하심 될듯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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