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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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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17일 06시 51분 등록


봄비가 내립니다. 며칠 전 꽃비가 되어 흩날리던 벚꽃잎들이 이제는 진짜 비와 함께 떨이지고 있네요. 돌아보면 고작 열흘 사이에 완연한 봄의 축제가 시작되었고, 이제는 그 화려한 축제의 클라이막스를 지나고 있는 듯 싶습니다. 행복한 나날들입니다. 올해처럼 이렇게 제대로 된 봄을 만끽하는 날들도 처음인 듯 싶네요.



지난 4월 초에는 아내, 아들과 함께 경기도 이천의 산수유마을에 다녀왔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산수유꽃을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겨자색의 은은하고 수수함이 살아 숨쉬는 산수유꽃, 이 꽃을 볼 때마다 소설가 김훈이 <자전거여행>에 쓴 문장들이 떠오릅니다.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 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20180402_160809_HDR(산수유).jpg


산수유꽃잎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작은 수술들이 그야말로 오글오글 모여 수다를 떠는 듯 보입니다. 작은 꽃 하나가 그러하니 나무 줄기에 피어난 수 많은 꽃들, 그리고 산수유 나무 한그루에 맺혀진 엄청난 수의 꽃들은 그야말로 산수유 꽃들이 만들어 내는 오글오글 축제의 장이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축제는 화려함, 시끌벅적함을 뒤로 한 채 금새 잊혀지고 말죠. 그래서 일까요? 김훈 작가는 산수유꽃이 지는 모습을 가리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이라 이야기합니다. 맞아요. 어쩌면 우리는 그저 봄이라는 계절에 지극히 당연스럽게 피어나는 봄꽃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겨우 내내 그들이 힘겹게 꿈꿔왔던 아름다운 실현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천을 다녀오고 며칠 뒤에는 아파트 단지 내 벚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어쩜 세상의 풍경들이 이리도 달라 보이는지... 이럴 때 가만 있을 수 없죠.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용인 구성의 옛 경찰대학터를 갔습니다. 그 곳에 벚꽃길이란 이름의 길이 있더군요. 아~ 너무나 멋진 풍경을 접했습니다. 용인의 제일 멋진 벚꽃 풍광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호암미술관 입구의 벚꽃길을 조금 작게 압축해 놓은 풍경(게다가 사람도 별로 없는)이라 하면 비슷할까요?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아직 벚꽃이 만개하지 못했더군요. 그럼에도 너무 좋은 풍광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리고 며칠 뒤 시간을 내어 다시 그 벚꽃길을 찾았습니다. 세상에나~ 활짝 만개한 벚꽃, 바람에 흩날려 뿌려지는 꽃비, 파아란 하늘, 조용함과 고즈넉함.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맛볼 수 있다니. 그야말로 내 생애 최고의 봄날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사진을 찍고 그 길을 걸었습니다. 앞을 보나 뒤를 보나 모두 인생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20180411_150239_HDR(벚꽃길).jpg


벚꽃길을 지나 비룡지라고 하는 작은 저수지에도 들렀습니다. 그 곳에서 큰 아들과 함께 산책나온, 꽤 나이가 지긋하신 한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저희가 데려간 작은 강아지를 너무나 이뻐하시더군요. 그리고 옆에서는 누군가가 드론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저희에게 높은 창공에서 찍은 비룡지 사진을 보여주는데 너무나 멋지더군요. 하늘에서 보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했습니다. 그 사진을 본 할머니 왈, 자신은 어디에 있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드론 주인이 답합니다. ‘할머니, 드론으로 사진 한번 찍어드릴까요?’ 덕분에 저희도 얼결에 같이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소녀같은 미소를 가진 할머니 덕분에 봄날의 추억 하나가 더해졌습니다.


드론사진(비룡지, 180411).jpg


흩날리는 벚꽃, 그리고 사진 속 할머니를 보며 만화가 임인스가 쓴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다시 피고... 다시 지고... 

조금만 멀리서 떨어져 보면.. 
그 짧은 삶들은 한없이 허무해 보일 거예요.. 

하지만... 그 떨어지는 초속 5cm를 지켜본 사람들은 알아요. 
그 짧은 순간들이..

얼마나..
눈물나게 아름다운지...



내 생애 최고의 봄날입니다.



차칸양 올림
Mail : bang_1999@naver.com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경제/인문 공부, 독서 모임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출간소식] 『내 인생 첫 책 쓰기』 오병곤, 홍승완 지음
오병곤 연구원과 홍승완 연구원의 책 <내 인생 첫 책 쓰기>이 새 책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10년 만에 나온 개정증보판이 표지도 제목도 아주 멋있게 변모했네요. 오병곤 연구원은 지난 10년 동안 여러 권의 책을 쓰면서 이 책을 곁에 두고 책에서 제시한 원칙과 체계, 방법론을 활용하고 검증해 이 책을 다시 썼다고 하네요. 자신의 이름이 박힌 책 한 권을 내고 싶은 소망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합니다.

2. [출간소식] 『아빠 구본형과 함께』 구해언 지음
변화경영연구소 10기 구해언(어니언) 연구원이 첫 책 <아빠 구본형과 함께: 일상에서 빛나는 나다움 발견하기>를 출간하였습니다. 아빠를 참 많이 닮은 딸이 추억과 그리움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담아 내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 선생님의 아빠로서의 모습도 느낄 수 있는 <아빠 구본형과 함께>의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3. [안내] 꿈벗 소풍이 열립니다!
2018년 꿈벗 소풍이 아래와 같이 개최됩니다. 변경연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다 참석가능하니 많은 분들의 신청바랍니다.
- 일시 : 5.26(토) 14시~ 27(일) 12시
- 장소 : 여우숲 (충북 괴산군 명태재로 미루길 105-60
- 내용 : 꿈을 가진 사람들의 1박2일 꿈잔치
- 참가대상 : 꿈벗, 연구원, 구사부님을 좋아하는 모든 분

4. [변경연 팟캐스트]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 박미옥 작가
우리는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 것일까요? 고전은 우리 삶의 근원을 알려주는 유일한 길이지 않을까요? 구본형 선생님께서 진행하신 방송 녹취와 엄청난 양의 칼럼을 엮은 박미옥 작가에게서 고전의 필요성과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고전에 관심있는, 그리고 생전 구본형선생님이 진행하셨던 <고전읽기>를 즐겨 들으셨던 분들의 많은 청취 바랍니다.

5. <강의안내> 뉴미디어와 작가 클래스 (팟캐스트, 유투브, 카드뉴스, 독립잡지)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1인 기업가 네트워크(1인자회)에서 <뉴미디어와 작가 클래스>를 마련합니다. 강의를 하시거나,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자신의 컨텐츠를 홍보할 '새로운 미디어 활용법'이 간절하신 분들께 참석을 권합니다. 변경연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는 동대문 김사장이 직접 강의합니다. 자리수가 많지 않으니 서둘러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IP *.117.5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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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7 08:43:43 *.111.12.225

차칸양님의 글을 읽기전에 제목을 보고는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그래도 무언가 경제적인 이야기인줄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서정적이고 회화적으로 아름다운 봄날을 묘사해주셨네요.

그 멋진 날에 만났던 처음본 사람들과 아름다운 교감도 나누시고,,


정말로 최고의 봄날 이었던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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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8 15:46:36 *.39.102.67

ㅎㅎ 제가 꼭 경제 이야기만 쓰진 않습니다~^^


그냥 좋다고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황홀한 봄날입니다.

굿민님은 이런 봄 만끽하고 계신지요?

요즘엔 라일락 향기에 푹 빠져있습니다. 라일락의 우리나라 명칭이 '수수꽃다리'인 건 알고 계시죠?

이름도 이쁘고, 그 향기는 진한 감미로움 그 자체라 할 수 있죠.


굿민님도 하루하루 좋은 나날들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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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3 08:20:54 *.111.12.225

라일락 보다 수수꽃다리가 훨씬 더 정겨운 이름이네요. 


길거리 작은 수수꽃다리 나무의 향기도 좋지만,,

얼마전 서울출장길에 남대문시장~서울역으로 걸어오는 길 엄청 큰 수수꽃다리 향기가 더욱더 진하고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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