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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29일 22시 47분 등록

몽골의 어느 날 아침, 빗방울이 게루를 어루만지는 소리에 잠에서 깼어요. 눈을 비비며 게루 문을 향해 걸어갔지요.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일어나, 써니언니, 세나야. 밖에 비가 와.”

나는 1번 게루 친구들을 깨워 밖으로 나갔어요. 우리는 우비를 입고 손에 손을 잡고 몽골의 하늘을 올려다 봤어요. 얼굴위로 살포시 내려앉는 빗방울이 간지러워 웃음이 절로 흘러 나왔어요. 고개를 쳐들고 웃음 짓는 입속으로 몽골의 빗물이 찾아들었지요.

“어, 이게 뭐지?”

가장 키가 큰 써니 언니가 게루의 지붕 위를 손으로 가리켰어요. 손가락의 시선을 따라 지붕 위를 바라보니 작은 먹장구름이 게루 지붕에 걸려 있었어요. 구름은 손에 잡힐 듯 아주 가까이 보였어요. 써니 언니는 무릎을 꿇고 나에게 목마를 타라고 했어요. 나는 써니 언니의 양 어깨에 다리를 끼우고 흔들리지 않도록 언니의 머리를 단단히 잡았지요. 언니가 무거운 나를 짊어지고 힘겹게 무릎을 다 폈을 때, 지붕위의 구름은 나의 손에 닿았어요. 작은 구름은 너무너무 가볍고 촉촉했어요. 조금만 손에 힘을 주어도 한껏 머금은 물을 쏟아냈지요. 우리는 구름이 달아나지 못하게 조심조심 안고서 게루 안으로 들어왔어요.

우리는 큰 그릇에 구름을 담았어요. 써니 언니는 그릇에 따뜻한 우유를 붓고 이스트와 소금, 설탕을 넣어 반죽을 했어요. 비를 머금은 먹장구름은 반죽을 손쉽게 도와주었죠. 세나와 나는 반죽을 작고 동그랗게 빚어 게루 한가운데 자리 잡은 난로에 넣었어요. 난로 뚜겅을 살며시 닫으며, 써니 언니는 언니 답지 않게 아주 작고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이제 1시간만 기다리면 맛있게 익을 거야.”

게루 안에는 어느새 고소한 냄새가 가득 피어오르기 시작했어요. 1시간이 지난 후 나는 난로 뚜껑을 숨죽여 열었어요. 뚜껑이 열리며 긁히는 쇠소리는 긴장감을 고조시켰지요. 빼꼼이 빵들이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와~~”

노릇노릇 잘 익은 구름빵들이 빈 공간으로 두 둥 실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사방으로 떠오르는 구름빵을 따라 나의 고개도 하늘을 향해 떠올랐어요. 그렇게 입을 벌린 채 한참을 서 있었나봐요. 세나는 온 몸의 힘이 풀린 채 멍하니 서있는 나에게 다가와, 볼을 살짝 꼬집어 주었어요.

“아아야~~”
“언니, 맛있겠지? 빨리 먹어보자~~”

우리는 사방으로 흩어지는 몽골 구름빵을 잡기 위해 의자위로 침대로 정신없이 뛰어 다녀야 했어요. 침대위에서 멋지게 쩜프를 하여 드디어 몽골 구름빵을 손에 쥐었어요. 아직 따스한 빵의 체온이 손을 통해 가슴까지 전해져 왔어요.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 구름빵을 한 입 베어 먹었어요. 그러자 구름빵을 먹은 나도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두 발이 바닥위로 가볍게 튀어 올랐지요. 어깨에 숨어있던 날개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나봐요. 너무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어느새 써니 언니는 “이히~~”를 연발하며 양손의 엄지를 빳빳하게 세운 채, 관광봉고 춤에 심취해 있었어요. 세나는 두 팔과 다리를 활짝 펴고 고공낙하 하는 선수처럼 멋지게 하늘을 날고 있었지요. 호흡을 할 때 마다 나의 몸은 조금씩 게루 천장을 향해 날아 올랐어요. 그때, 밖에서 영훈 장군님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이제, 말 타러 출발합니다. 빨리 모여주세요.”

우리는 급하게 구급약품이 담긴 빨간 가방을 비워 몽골 구름빵을 담았어요. 그리고 게루 문을 열고, 셋이 함께 힘껏 날아올랐지요. 게루 사이사이를 지나 말들과 친구들이 모여 있는 숙소 입구에 도착했어요. 사람들에게 몽골 구름빵을 나누어 주었어요. 말위에 올라탄 친구들은 구름빵을 한 입 베어먹은 후, 말에게도 구름빵을 먹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하나 둘, 스무마리의 말이 하늘위로 두둥실 떠올랐어요.

“쵸우!!!!”

사부님의 힘찬 구령과 함께 우리는 하늘초원을 달리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구름 사이를 날아 끝도 없는 푸른 하늘초원을 달렸지요. 힘이 들면 전봇대에 말을 묶고, 전깃줄에 앉아 도란 도란 휴식을 취했어요. 네발로 힘차게 달리는 말은 수직으로 하늘 높이 상승하였다가, 구름 처럼 마냥 하늘위에 두둥실 떠 있기도 했지요. 우리는 구름을 만들어 세상에 내보내는 ‘구름공장’도 방문했어요. 그 공장의 이름은 ‘칭기즈칸 구름 공장’ 이었어요. 새털처럼 가벼운 새털구름, 눈을 내리게 할 듯 한 눈구름, 하늘에 떠다니는 뜬구름, 비를 머금은 검은 매지구름, 뭉게뭉게 솟아오르는 뭉게 구름. 공장 굴뚝 사이로 온갖 종류의 구름이 피어나고 있었지요. 정말 신나는 경험이었어요.

우리는 다시 구름 사이를 날아, 전깃줄을 아슬 아슬 넘어서 게루 지붕 위에 살짝 내려 앉았어요. 1번 게루 지붕에 내려앉은 써니 언니, 세나 그리고 소라는 눈이 마주치자마자 이구동성으로 소리를 질렀어요.

“배고파~~~”
“하늘초원을 달려서 그럴꺼야.”

그때, 써니 언니가 살짝 감춰둔 몽골 구름빵 세 개를 주머니에서 꺼냈어요. 그리고 우리에게 하나 씩 나누어 주며 이야기 했어요.

“구름빵을 다시 먹으면 어디에 가고 싶니?”
“언니는?”
“나는 아이들을 만나러 가고 싶어.”
“세나는?”
“나는 내가 가고 싶은 나라를 모두 가볼꺼야”
“나는... 자유롭게 미래로 가고 싶어.”

우리는 너무 신나 손뼉, 발뼉을 정신없이 쳤어요. 꼭, 고릴라 세 마리 같았지요. 그날 밤, 언니가 나누어준 구름빵을 비닐에 담아, 품에 안고 이불 속에 누웠어요. 구름빵은 어둠속에서 노른노른한 생명의 빛을 발하고 있었지요. 그 빛은 나를 미래로 이끄는 마법의 빛과 같았어요. 몽골은 나에게 미래를 선물로 주었구나. 구름빛은 어느새 내 마음속에 스며들었어요.

오늘 하루, 하늘초원 여행이 많이 피곤했나봐요. 서서히 눈이 감겨 오네요. 그 빛이 나의 시야에서 서서히 사라져 가요. 눈꺼풀이 나의 눈을 감싸자, 여러가지 빛깔로 아롱진 따스한 꽃구름이 품안에 가득 피어올랐어요. 어둠 속에서 써니 언니의 말이 들려왔어요.

“소라야, 오늘 구름빵 맛있었니?”
“언니, 나의 미래의 맛도 그렇게 따스하고... 달콤할까...”

몽골 여행길에서 우연히 구름과 친구가 된 소녀,
꽃구름을 품고 미소 지으며 서서히 잠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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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동화를 패러디하여 썼음을 알려드립니다.^^


 


IP *.161.82.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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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8.29 11:44:30 *.75.15.205
미쳐야 미친다는 말이 딱 네게 적용하면 어울리겠네.
사부님과 세나와 승완이 만들어낸 책을 보면서 아버지의 자식사랑 같은 것을 느꼈는데 오늘은 모모가 언니 마음을 읽어주네.

깜찍한 것 같으니라고. 쌩쌩 거침없이 달리는 야생마 모모 때문에 언니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이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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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정
2007.08.29 12:43:59 *.244.218.10
아앗... 동화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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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동
2007.08.29 13:03:24 *.6.116.84
사람마다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지니고 있는 매력 또한 제각각 독특한 색채를 지니고 있음을 생각케 하는 글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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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
2007.08.29 13:32:25 *.93.113.61
소현에게 딱 어울리는 글이다.
이제 제 길을 찾은 느낌이 드네.

상상력 + 감수성 + 표현력이 적절하게 어울린 글.
잘 읽었다. 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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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
2007.08.29 13:32:25 *.249.162.56
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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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곤
2007.08.29 14:01:53 *.227.204.109
역쉬~ 할 말을 잃었음.
몽골 세자매의 구름빵 먹으며 좋아라 날아오르는 장면이 머리속에 생생하게 그림이 그려질 정도로 글이 선명하다.

난, 몽골구름빵은 못먹었지만 가끔씩 한 모금 뺏어 먹었던 몽골구름과자가 그렇게 맛날 수가 없었소.
나도 하늘로 핑~ 날아올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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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윤
2007.08.29 14:44:45 *.227.22.57
구름빵 얘기 드디어 썼구나. 오호~ 갑자기 생각났다더니 이렇게 풀어내는구나. 좋네. 정말 좋아. 누군가처럼 어른을 위한(?) 혹은 여성을 위한 동화(?) 같은 것도 멋지게 어울릴거 같은데,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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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07.08.29 16:34:02 *.246.47.134
여러분, 재밌죠? ^^ 쓰면서도 참 재밌었는디.. 크크크..
이것이 하늘에서 뚝딱 떨어진건 아니구...
사진중에 내가 게르앞에서 분홍 담요에 몽골마담처럼 앉아있던거 기억나요? 그때 요런 상상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또 잊어버리곤 했지만..
그렇게 한국에 와서 동생과 광분의 수다를 떠는데.. 동생이 내가 말한것과 같은 동화를 쓴사람이 있다고 했어요. 아주 반가우면서도 써도 될까 싶었는데, 그냥 상상할수록 재밌어서 써봤어요.^___^
변경영에 왠 이런글을 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나 이런 삽질 자주해도 되겠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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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8.29 17:31:25 *.72.153.12
'구름빵 나눠 먹지 지들만 먹었네.'라고 잠시 중얼거리는 데, 언제 나눠줬다는 구먼...헤헤헤. 그 맛 잊어부따. 소라야 구름빵 더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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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바다
2007.08.29 17:37:38 *.134.25.52
창조적 부적응자의 진면모.

이 홈피에 처음 와 본 사람은 경찰에 신고할지도 모르겠다는 세속적인 생각도 함께 들고...ㅋㅋ

최초의 등장인물 3인이 그냥 선정되지는 않았을꺼라는 느낌이 오네요.
저는 ISTJ인지라 당최 그런 발상 자체가 어려워서 그저 부럽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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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07.08.30 09:53:27 *.231.50.64
정화언니.. 다음에 살짝 건네줄께..^^
그리고 파란바다님, 등장인물은 단지 몽골여행에서 함께 방을 쓴
친구들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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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언
2007.08.30 21:54:03 *.128.229.198
계속 호가 헷갈리는 사람이 두명있어요. 소현과 호정.
처음에 글을 읽기 전에는, 호정을 소현으로 소현을 호정으로 생각해서........'앗, 민선언니, 상상력이 풍부하잖아....'라고 생각했는데, 점점..'어...어어...이럴리가 없어...'랄 생각이 들더니......역시나...
이름을 잘 못 알았군요....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아. 귀엽습니다. 몽골 구름빵..둥실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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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곤
2007.08.30 21:56:30 *.202.137.105
오늘 집에 와서 책장을 보니, 아니 우리 집에 '구름빵'이라는 책이 있네. 재아 왈 '이거 짱 재미있어. 빵먹고 둥둥 떠나니는 게 너무 좋아'그러길래 한번 읽어 보았는데 그림도 좋고 짱짱 재밌다. 나도 구름빵 먹고 전철안타고 회사로 날아다녔으면 좋겠다. 근데 말이야 솔직히 너한테만 말하는데 소라가 쓴 게 훨씬 더 감칠맛나고 재밌다. 진짜야.

요, 위의 언아~ 웃음소리가 그게 뭐냐? 대학생이 세상 다 산 사람처럼. 마이너스 구점. 그 웃음소리는 싸부로도 이미 충분하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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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2007.08.31 11:19:38 *.128.30.27
소라 몽골 구름빵 먹고 싶다.
아 그립다. 몽골도 소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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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정
2007.08.31 13:30:50 *.244.218.10
소라 언니의 이런 상상력은 다 어디서 나오는 걸까.

언,,,, '어어...이럴리가 없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맞아. 난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이런 발상 근처도 못 가지.

구름구름 빵빵 둥실둥실 두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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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언
2007.08.31 14:32:02 *.73.25.207
ㅎㅎ 민선언니에게는 대신 그 엉뚱함과 귀여움이라는 무기가 있잖아요~ 상심마셔요!! 응원하고 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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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07.09.02 00:03:52 *.73.2.157
호정아..~~ 내가 너 강점시간에 이야기한거 기억하고 있지?
넌 나랑 다른 상상력과 창조성을 가진 사람이잖아..
슬금슬금 고개를 내미는 너의 그 기질들에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며
기대하고 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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