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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편지-아홉번째] 어머니의 자서전 |
지난 번 주말에는 대구에 계시는 어머니께 손톱과 발톱을 깎아드렸습니다. 아흔 한살의 연세에 비해서 손발이 고왔습니다. 걸음은 불편하지만 발은 예쁜 꽃신을 신으면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햇볕 가득한 마당 뜨락에서 가위로 손톱을 깎아주시던 어머니가 이제 나에게 손발을 맡겨야 하는 세월이 야속하였습니다. 지난 많은 일들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날 오후에는 어머니와 거실에서 영화를 다운받아 보았습니다. 어머니와 같이 볼 영화는 아무래도 사극이 좋을 것 같아서 <방자전>이라는 영화를 골랐습니다. 이 영화는 춘향전을 패러디한 영화입니다. 영화 시작전에 <19금>이라는 표시가 있긴 하였지만 야한 정도가 어머니와 함께 보기에는 민망할 장면이 많이 나왔습니다. 남자 주인공은 작년에 교통사고로 젊은 나이에 사망한 김주역이었습니다. 먹먹한 가슴을 누르면서 보았습니다. 춘향의 역할을 한 배우는 조여정입니다. 몸매가 장난이 아닙니다. 성형수술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제는 역사에 관한 책을 읽다가 갑자기 어머니의 자서전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만간 바람과 함께 흩어질 어머니의 삶을 좀 더 가슴에 그리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자서전을 쓰려면 어머니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야 되는데 자서전을 쓰는 과정에서 어머니와 더 많은 대화를 하면서 당신의 삶이 그저 세월만 보내면서 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작업에 손자와 손녀들도 동참하기로 하였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것이 당신의 자식이고 손자면 더욱 행복할 것입니다. 어머니는 이번 주말부터 아들 그리고 손자와 손녀들의 질문에 대답하느라 바쁠 것입니다. 어머니는 잊고 살아온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서 좋았던 일은 다시 한번 추억해 보고, 힘들었던 일은 이제 담담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겠지요.
어머니의 자식으로 수십년을 살았지만 당신의 인생에 대해 잘 모릅니다. 지금까지 당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당신의 어렸을 때의 꿈은 무엇인지, 꽃같이 젊은 날의 기쁨과 지금까지 한번도 말하지 못한 사연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가슴 속에 묻어두고 지낸 사연들에 색깔을 입혀 이번 어버이날에 예쁜 책으로 만들어서 어머니께 드리고 싶습니다.
다음 달 초에는 4권의 어머니의 자서전이 나올 것입니다. 물론 그 중에 책이 아닌 것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어머니의 삶을 다룬 다큐가 될 것입니다. 아버지가 계실 때 이런 생각을 하였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생각을 한 것이 다행입니다. 올해의 5월의 하늘은 더욱 푸르고 어머니의 마음도 더욱 푸르길 바랍니다.
김달국 드림 (dalku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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