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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3일 03시 33분 등록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워 보인다. 상대에게 깊이 몰입하고 헌신하는 열정적인 모습은 인류 역사이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찬미하는 글을 써 온 것만 봐도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사랑은 무한한 에너지임과 동시에 한 인간의 변화를 이끄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로 실연 또한 그에 버금가는 막강한 에너지를 갖는다.

실연이란 누가 먼저 마음이 변했는가와 상관없이 뒤돌아 가는 두 사람에게 상처를 남기게 마련이다. 그 잘잘못을 가리기엔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이 실은 너무 거대하다. 이성적이라 하기 어려운 그런 상황의 배경에는 분석학자들이 말하는 본능이라는 거대한 실체가 빙산의 일각처럼 살짝 머리만 내어놓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에 좌절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가 알고 있다. 자신 속에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파괴적인 그림자의 존재와 그것이 일각을 다투는 폭발 직전에 있었음을….. 그래서 실연은 사람을 소위 비정상이라 부르는 상태로 몰고 간다. 사실 인간 대부분은 정상이냐 비정상이냐 하는 경계에서 묘한 자세를 취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회적 인간이란 그것을 통제하는 “상식”이란 의미를 가지며 삶의 주변에 경계가 있음을 일깨울 뿐이다.

실연의 긍정적인 부분은 낯선 감성이 자신에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 함으로서 자신에 대한 이해와 타인을 배려하는 가슴을 갖게 하는 것에 있다. 부정적인 것으로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만 수습되는 거친 모욕감을 들 수 있다. 가끔 이것은 제 때 해결되지 못한 채 꼭꼭 숨겨져 있다가 전혀 다른 타인의 가슴에 느닷없이 비수를 겨누는 역할로 그 실체를 드러내곤 한다.

쿨하게 헤어지는 남녀, 멋있어 보이긴 하나 선수들의 눈에 그리 쿨하게 보이지만 않는 것은 그것의 속성이 그리 간단치 않음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쿨이거나 핫이거나 우리는 그 감정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사실 실연은 깊은 상처를 남기지만 적절한 대응에 따라 더 멋지고 격상된 세계로 안내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결국엔 자신에 대한 용서, 타인에 대한 아량을 갖추게 되면서 훨씬 더 성숙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거듭 날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면 어떻게 그 괴물 같은, 통제 불가능 할 것 같은 실연이란 감정에서 벗어 날 수 있을까.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은 본인이 의식하건 그렇지 아니하건 부정적인 감정이 그 동력원이 된 경우가 많이 있다. 실연이 몰고 오는 감정의 이면에는 그리 아름답지 못한 것이 잠재해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예로 분노가 있다. 그것은 열등감이나 모욕감으로도 연결된다. 범죄 심리의 이면에 돈과 여자(남자)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보더라도 그것은 폭발적인 감정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반대로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경우, 무엇보다도 새로운 변화의 기폭제로서 사용될 수 있다.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한 이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자면 그런 촉매제의 원천을 인식하며 분노를 넘어 수용의 자세를 보이는 성숙함을 보이곤 한다.

실연이란 사실은 너와 나 할 것 없이 헤어진 사람에게 모욕을 남긴다. 누가 더 그랬느니 말았느니 하는 것은 유치한 아이들의 말장난에 불과하다. 성숙한 사랑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여기서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런 감정은 나이 듬과는 전혀 상관이 없음이다. 사랑이나 실연은 젊었을 때의 한 차례 소낙비 같은 것이 아니다. 어떻게 그런 감정들을 수용하고 관리해 왔는가에 따라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사랑이 잔잔한 에너지라면 실연은 폭발적인 에너지이다. 현명한 이와 어리석은 이의 차이는 그 에너지의 사용방법에 따라 바뀐다.

실연의 귀책사유는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사랑은 누가 하라 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엄밀하게 말해 사랑은 자신이 선택한 행위이다. 그대 유전자의 선택이다. 그래서 당신도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더 많이 더 오래 사랑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바보스러운 일도 아니다. 차원 높은 행위이다. 상처받았다고 그 상대에게 가지는 복수의 감정은 가여운 일이다. 실연을 경험한 누구나가 그런 악마의 속삭임을 듣지만 고통스러울수록 빨리 벗어날 필요가 있다.

지혜로운 이들은 자신을 위해 그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몰아서 불을 지폈다. 어리석었던 이가 성공한 이로 변신하는 숨 막히는 과정 중에는 왕왕 그런 에너지의 집중이 있다. 이들은 장벽이나 장애를 뛰어 넘어 또 다른 많은 이들을 그들의 열망에 흡수시킨 자들이다. 터닝 포인트에서 방향을 제대로 설정한 사람들이다. 그렇게 성공한 그들은 그것을 후일 혁신이나 변화라 불렀다. 실연은 어쩌면 환영해야 할 대상인지도 모른다. 결국엔 감사하게 될 터이니..

인정 받고 싶다는 욕구의 이면에는 거부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가 존재한다. 사랑해 라는 말의 이면에 사랑 받고 싶다는 절절한 욕망이 존재하는 것 처럼…
두려워하지 말 것은 자신에게 존재하는 그것들과의 대면이다. 솔직하게 터놓고 그들과 만나라.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동력으로 삼아 성공이라는 대열에 뛰어들었다. 이미 우리 안에 축적되어 있는 조 단위의 유전자들은 기회가 없어서 잠자코 있을 뿐이다. 그것이 발현되는 날, 놀라지 말고 맞이할 일이다.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는 무기력에서 어느 날 갑자기 침대를 박차고 달리기 시작한다 해도 의심하지 말라. 그 모든 것이 그대의 것이다.

실연의 신은 딱 죽기 직전의 고통만을 줄 뿐 숨통을 끊지 않는다. 각자에 맞게 견딜 수 있는 고통만을 선사한다. 너무 오래 누워있지 마라. 일어나서 걸어가라. 삶은 인식하는 자, 그대의 것이다. 그대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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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007.09.02 14:33:09 *.233.198.88
40대를 지나오면서 접어버렸던 화두가 '사랑'이었습니다.
사랑, 그것 말고도 생애를 걸고 해봄직한 일들이 많다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한데 최근 빛이 많이 바래버린 '사랑'이라는 그 요물에 대해서 좀 오래도록 고민해보았습니다.

'사랑을 위한 최선의 미덕은 속이지 아니함이요, 사랑을 위한 최선의 지혜는 속지 아니함이다.'
새삼 어느 노철학자의 말이 지금도 절실해지는 걸 보면, 사랑에 눈이 멀어 서로 속이고 속는 누습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선남선녀들은 사랑이라는 환상이 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허우적대며 그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더군요.

60대를 바라보는 지금, 다시 얻은 결론도 향인님과 같아요.

실연한 그대들 앞에는,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해야 할 값진 일들이 수두룩하답니다.
훌훌 털고 일어나 그 일을 찾아 매진하세요. 그러다 보면 새로운 사랑이 다시 찾아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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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제
2007.09.02 19:00:47 *.86.177.103
실연으로 연결하기는 다소 뭣한 감이 있지만 떠나보낸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은 아직도 새벽까지 깨어있기에 충분한 에너지원이 됩니다. 쿨하고 핫한 것과는 별개의 것으로 말이지요. 몇 번이고 뒤돌아 보며 서로 멀어질 때의 그 때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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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9.03 03:10:25 *.48.32.74
하하 희주님, 제가 실연한게 아니고요...깔깔.
아 저도 했었지요. 좀 됐는데 이제라도 위로를 해주시니 감사하다는..ㅎㅎ
우제님,겨우 숙제 마치고 자야되는데 이거 벌써 아침이 밝아오기시작하네요. 조금 있으면 우리 바톤터치 하게 되겠어요. 그리운거 있는거 좋은 것 같아요. 없는 것보다 백번 낫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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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007.09.03 07:06:11 *.233.198.88
호호호.. 향인님, 커뮤니케이션에 오해가 생겨 해명합니다.
실연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 건 아이 때문이었습니다.(먼저 밝히지 않아 송구해요.)
하여 그 또래에 있는 젊은 이 들에게 전하는 저의 메시지였는데 표현이 좀 모호했군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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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칸
2007.09.03 10:15:23 *.202.137.105
깜짝이야, 느닷없이 실연 타령이라.. 맞어, 내 경험으로도 자학과 분노로 치닫기도 했지만 그걸 넘으니 아픈만큼 성숙해지지. 그게 에너지구나.

난 이 말이 팍 꽂히네.
'사랑은 누가 하라 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엄밀하게 말해 사랑은 자신이 선택한 행위이다. 그대 유전자의 선택이다.'
누굴 탓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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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9.03 16:28:50 *.218.203.243
왠지 술 한잔 하고 쓰신 글 같은데요?
양파 위에 놓고 삶은 돼지고기 한 접시와, 보쌈 김치, 한잔 소주를 놓고 추억에 취해 일필휘지로? ㅎㅎ 저는 무시 에너지에 대해 썼는데, 누나는 실연 에너지이군요. 나는 존중이 필요하고 누나는 사랑이 필요한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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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9.04 12:54:06 *.48.32.74
하하 희주님, 그랬군요. 잠시 웃었네요.
병칸. 실연이란 소재를 가지고 웃을 수 있으니 좋구먼. 아픈 사람들에게는는 천만번 백만번 괜찮다고 말하는 걸루다가.. ..
옹박. 그럼 우리 서로 필요한 거 하기로 할까? 나는 존중할께, 너는 사랑주렴.ㅎㅎ(좀 사악한 느낌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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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9.07 06:51:47 *.72.153.12
사랑.... 유전자의 선택이라는 말이 섬뜩합니다.
이미 자신 안에 새겨져 있던 것이 밖으로 나온거네요.
다음번 사랑에서도 같은 선택을 하게 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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