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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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는 현실이 없다. 꿈을 꿀 때는 이루어 질 수 없는 꿈을 꿔야 한다.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 그것이 꿈꾸는 자의 특권이다. 그래서 꿈은 우리가 계획한 것 중에서 가장 대담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인류의 진보를 만들어낸 것은 바로 그 대담한 꿈을 꾼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 <구본형의 필살기> 중에서
#1. 채식 베이커리 까페 & 벨리 스튜디오 운영 in 양구 (2028년 7월)
3시 55분. 어느새 퇴근 시간이다. 그녀는 서둘러 앞치마를 벗고, 다른 직원에게 까페를 맡긴 후에 지하에 있는 스튜디오로 향한다. 알로하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까페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밸리 댄스를 가르친다. 그녀가 양구에 살게 된 건 얼마 안 됐지만, 이미 여러 해 전에 이곳에 작은 집을 지어 가족들과 주말 주택으로 사용해 왔다. 그녀의 엄마는 오래전에 사기를 당해 양구의 산기슭에 땅을 구입했는데, 맹지에 가까운 이 땅은 20년이 넘도록 방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10년 전, ‘판문점 선언’이 있은 후 남,북 사이에 평화 기류가 조성되면서, 군인과 군인 가족만 산다던 양구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한반도의 정중앙, 배꼽임을 selling point로 내세웠던 도시답게 양구는 남과 북을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장소였다. 남북한 주민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중심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도 몰려왔다. 일자리를 찾아 온 젊은 사람들은 물론 자연과 가까이 하고 싶은 은퇴자들도 많았다. 알로하도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이곳에 다시 집을 지어 살아보기로 했다. 자연속에서 사는 삶, 채식 베이커리 까페, 벨리 스튜디오 등, 한번에 세가지 버킷리스트를 이룰 수 있는데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었다.
4시 30분.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스튜디오로 들어온다. 다음 주 양구 배꼽 축제의 벨리댄스 대회에서 출 안무를 체크해본다. 이 정도면 입상은 크게 문제 없을 것 같다. 6시, 한 무리의 중년여성들이 들어온다. 5~60대 회원들이지만 아이들 못지 않게 생기가 넘친다. 그녀들의 대회 안무도 체크한다. 마음은 30대지만 몸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그녀들은 그냥 참가하고 즐기는 데에 의의를 둬야겠다.
#2. 엄마와 함께 쓴 책 저자 사인회 (2025년 5월)
이제 10분 뒤면 사인회랑 엄마의 레시피로 요리 시연을 해야 하는데 엄마는 아직도 화장실에서 나오실 줄을 모른다. 아무리 예쁘다고, 괜찮다고 해도 오랜만에 미용실에서 한 메이컵과 헤어가 어색하신가 보다.
알로하는 1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저자 사인회 시작 1분 전까지 손에서 거울을 놓지 못하고 화장을 고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1년 전에 친구 연이랑 조카 서연이와 함께 북유럽을 여행한 후 출판한 그림 여행 책이 대박이 났을 때도 여기에서 사인회를 했었다. 그들은 처음 계획한 지 꼭 10년 만에 북유럽을 갔다 왔다. 그 동안에 북유럽은 많이 변했지만 다행히도 그들이 꼭 가보고 싶었던 핀란드의 무민 월드나 산타 마을은 아직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산타 마을에서는 산타님이 한국 어린이에게 편지 쓰는 것과 선물 포장을 도왔으니 그녀의 버킷 리스트 하나가 더 클리어 되었다.
처음부터 책을 쓸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여행 중 쓴 일기와 연이랑 서연이가 그린 그림을 본 숙이가 “어머 이건 꼭 출판해야 돼” 라며 그들을 부추겼다. “이런 걸 누가 돈 주고 사?”라며 손을 내저었지만, 20년째 출판계에서 일하는 숙이의 촉은 정확했다. 출간하자 마자 ‘어른을 위한 동화책’, ‘이모와 조카가 함께 읽는 책’, ‘2024년에 출간된 가장 아름다운 책’ 등으로 불리며 비소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었다. 1년이 지난 아직도 여행 서적 베스트 셀러 코너에 있는 걸 보면 그 때 숙이의 말 듣기를 참 잘했다.
알로하가 생각에 잠겨 있는데 드디어 엄마가 화장실에서 나오시고 사인회가 시작되었다. 분홍색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엄마는 사인을 받기 위해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시고도 전혀 떨지 않으시고, 여유 있게 사인을 해 주시고 이따가 요리 시연회도 꼭 오라고 하신다. 1년 전에 손을 덜덜 떨며 사인을 해 주던 그녀랑 비교하면 엄마는 타고난 스타 기질이 있으신가 보다.
#3. 경주 벚꽃 마라톤 대회에서 하프 코스 완주 (2021년 4월)
흩날리는 벚꽃을 맞으며 보문 호수가를 뛰고 있는 건강한 여인.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스포츠 화보의 한 장면 같겠지만, 실제로 달리고 있는 그녀는 심장이 터지고 다리가 후들거려 곧 쓰러질 것만 같다. 18km를 달렸음을 알리는 배너가 보인다. 할 만큼 한 것 같은데 그만 달릴까? 이제 그만 뛰자 결심하고 발걸음을 멈추려는데 갑자기 환호성과 박수가 들린다. 19km 지점에서 물을 나눠주고 있는 자원봉사 학생들의 응원이다.
이런 된장… 응원에 힘이 나기도 하지만 박수를 받으며 멈출 수는 없으니 물을 마시고 기운 내서 다시 달리기로 한다.
2016년 4월, 그 전 해에 달리기를 시작하고 첫 참가한 마라톤 대회에서 10km, 1시간 내 완주라는 목표를 이룬 후에 알로하는 매년 봄, 가을 한 달에 두번씩 대회에 참가해 달리기로 결심했다. 결심과 달리 변경연 연구원 과정을 하던 2017년, 그녀는 하반기부터 운동에 소홀해지면서 건강에도 이상이 생겼고 달리기 대회 참가도 쉬었다. 하지만 2018년 4월에 <꿈토핑 더비움> 과정을 하면서 기존의 건강한 생활로 되돌아갔고, 달리기 대회도 다시 참가했다. 2016년 경주 벚꽃 마라톤 때에는 벚꽃 놀이 겸 응원 겸 해서, 같이 왔던 가족과 친구들이 이후에는 각자의 몸 상태에 따라 5km 걷기나 10km 등 대회에도 같이 참여하고 있다. 중, 고등학생이 된 조카들까지, 이제는 1년 중 가장 기다리는 가족 여행이 되었다.
또 다시 한계가 다가옴을 느끼며 정말 그만 뛰려고 하는데 어느덧 20km를 지나고 있다. 이제 다 왔다. 1km만 더 뛰면 되는데 이 정도면 걸어서라도 갈 수 있겠다. 무리하지 말고 그냥 천천히 가자.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는데 시우랑 우진이가 옆에서 같이 달린다. 10km 달리기를 끝낸 조카들이 혹시라도 이모가 쓰러질까봐 같이 뛰고 있다. 억지로 미소를 쥐어 짜며 달리는데 드디어 결승선이 보인다. 이미 5km, 10km 달리기를 마치고 결승선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환호하는 모습도 보인다. 시계를 보니 1시간 59분 17초. 목표한 2시간 내 완주에 성공했다. 갑자기 북받치는 눈물과 땀으로 얼굴은 엉망이 되었지만, 아무렴 어떠랴.
그녀 인생 최고의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하지만 다시 하라면 못 할 것 같다. 동기인 기상은 내년에는 반드시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겠다며, 풀코스를 뛰고 있다. 잠시 쉬고 밥 먹은 후에 피니시 라인에 들어올 그를 응원해야겠다.
#4. A letter from Notre Dame (2026년 8월)
안녕하세요 알로하 선생님,
이곳 Notre Dame은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정말 아름답네요. 어제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는데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을 보며 정말 인터내셔널한 학교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영어가 제일 싫다며, 영어학원 가기 싫다고 울면서 집에 오던 저였는데…ㅋㅋ
선생님과 Global Talent Project로 영어를 공부하며 영어가 제일 재미있어지고, 이렇게 미국 학교에, 것도 손에 꼽히는 명문대학에 영문학을 공부하러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어요. 선생님과 공부하며 영어를 쉽게 배우고, 수업시간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좋았던 건 왜 영어를 배워야하는지 깨달았던 거에요. 우리들은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꿈을 꿔야 한다고, 그리고 세계인을 친구로 사귀어야 한다는 말.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감이 났어요. 그리고 그 말씀이 현실이 되는 걸 보며 영어가 재미없는 공부가 아니라 “삶”이 되었고, 그럴수록 더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네요.
좀 더 길게 쓰고 싶지만 어제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Chris가 같이 산책가자며 부르네요. 갔다 와서 또 쓸게요~^^
#5. Emilie Wapnick과 한국에서 Multipotentialite 워크샵 개최 (2020년 8월)
오늘부터 3박4일간 Multipotentialite 워크샵이 있다. Multipotentialite는 다방면에 재능을 가졌고, 많은 흥미와 창의적 취미를 가진 사람들. 긍정적으로 말하면 수많은 열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들. 우리 말로는 “다능인” 정도로 번역되는 신조어다. 이 말을 만든 Emily Wapnick도 작가, 강연가, 웹 디자이너이자 커리어 코치이다. 부업으로 락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했고 저예산 영화도 제작했다.
알로하는 글로벌 기업에서 마케터로 일하며 통역을 했고, 경영전문 책을 번역했다. 이후 영어를 가르치고, 건강한 삶으로 인도하는 health coaching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리고 부업으로 여행 기획, 베이킹, 벨리댄스 강사를 하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그녀의 계획은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비웃음을 샀다. 그녀는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절망 속에서 한참을 방황했는데, 이 때 Emilie Wapnick과 Multipotentialite 커뮤니티를 만났다. 그녀는 그들과 어울리며 자신이 비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고, 미래는 그들과 같은 사람들, 그리고 포트폴리오 삶이 대세가 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후 Emilie Wapnick의 첫번째 책 <How to be everything>을 번역, 한국에 소개했는데, 그 책은 4차 산업시대에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녀는 매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진행된 Multipotentialite 워크샵에 참여해 그들과 교류했고, 드디어 올해 한국에서 워크샵을 진행한다. 워크샵을 마친 후에는 그녀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영어 글쓰기 책에 이어 두번째 책이다. 그녀의 삶에 “작가”를 추가하는게 부끄럽지 않게 된 지금, 그녀는 진정한 Multipotentialite의 삶을 즐기고 있다.
#6. 작가 인터뷰 (2020년 12월)
오늘은 Yes 24와 인터뷰가 있는 날이다. 그녀는 첫번째 책을 낸 후에 신문, 방송, 잡지 등 다양한 매체와 인터뷰를 했던 터라 이런 인터뷰가 긴장되거나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그래도 오늘은 좀 특별하다. 오늘 Yes 24와 하는 인터뷰는 독자들에게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그녀가 2021년에 가장 기대되는 작가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2017년 연구원 과정을 마치면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인터뷰는 웃으며 때로 북받치는 감동의 눈물을 살짝 흘리기도 하며 3시간 동안 이어졌다.
4년전만 해도 그녀는 언감생심, 책을 쓴다는 생각은 꿈에서도 하지 않았다. 글을 쓰는게 너무 싫었고,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와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진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이 되어, “나를 탐구하는 여행”을 하면서 그녀는 자신 안에 있는 쓰고 싶은 본능을 찾았다. 연구원이 끝난 뒤 건강이 나빠져, 잠시 쉬고 방황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꿈토핑 더비움> 프로젝트를 한 이후, 곧 자신을 되찾았고, 그해 말에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를 썼다. 그리고 Multipotentialite의 삶을 다룬 <How to be everything>을 번역하더니, 올해 드디어 두번째 책을 출간했다.
“아직은 작가라고 불리는게 부끄러워요. 호호”, 그녀는 괜히 마음에도 없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 한다.
#7. 엄마 팔순 잔치 가족여행 (2027년 5월)
알로하는 22년만에 안티구아(Antigua)를 방문했다. 그녀는 25년 전에 약 1년간 그곳에서 살았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2005년 12월,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러 갔던 게 마지막이었다. 이후 몇 번이나 다시 가려고 했지만 비행기를 두 번 이상 갈아타고, 20시간이 넘게 걸리는 카리브해에 있는 곳이라 쉽지 않았다. 여러 번 벼르다 이번에는 가족들과 함께 엄마 팔순 잔치 기념으로 안티구아를 찾았다. 올해 만으로 팔 십이 된 엄마가 힘들어 하실까 걱정했지만 일등석은 그야말로 '하늘을 나는 호텔.' 너무 편하게 잘 왔다며 밝은 표정이시다.
예약한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바닷가로 나갔다. 25년 전 그녀가 처음으로, “살아있는 게 고맙다”고 느꼈던 에메럴드빛 바다와 화이트샌드 비치는 여전히 아름답다. 해가 질때까지 바닷가에서 놀다가 저녁은 “Royal Antigua” 에서 먹기로 했다. 이곳은 그녀가25년 전에 친구들과 비치 파티 또는 저녁을 먹기 위해 자주 오던 곳이다. 그때 스탭으로 친하게 지냈던 Dominique가 지금은 총괄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오랜만에 왔는데도 예전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엄마의 생신을 축하하는 케잌에 촛불을 함께 끄며 엄마의 건강과 가족의 평안을 기도했다. 알로하는 그냐는 새삼스럽게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깨달으며 감격에 잠긴다.
#8. 하루 4시간 일하는 삶 (2025년 5월)
올해부터 알로하는 하루 4시간, 주 3일만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오늘은 월요일. 시각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에서 일하는 날이다. 오늘은 시집 녹음을 하기로 했다. 보통은 그녀가 직접 녹음을 하지만 시 낭송에 어울리는 목소리는 아닌지라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저자가 아는 사람이라 시를 쓴 시인에게 직접 녹음을 부탁하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도서관에 도착하니 저자인 정야님이 벌써 도착해 있다.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소녀 같은 미소를 간직한 천생 시인이다. 알로하는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9. 알로하 실버벨리 월드 투어 (2029년 2월)
어느덧 마지막 공연의 마지막 순서만 남기고 있다. 알로하 실버벨리 무용단의 단장인 알로하가 그녀의 댄스 멘토, 진 애드먼(Jean Erdman)에게 헌사하는 공연이다. 1년전 이 곳 하와이에서 공연을 시작해서 1년간 전세계를 돌며 공연을 했다. 마지막 공연은 역시 진 애드먼이 있는 하와이. 특히 그녀의 115세 생일을 축하하는 공연이라 더욱 정성을 들였다.
알로하가 벨리 댄스를 처음 했던건 15년 전. 처음에는 그저 뱃살을 좀 빼려고 시작했지만 빠지라는 뱃살은 안 빠지고, 그녀가 벨리 댄스에 푹 빠져버렸다. 아마도 평소에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면서 몸에 균형이 잡히고 유연성이 늘면서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이 점점 예뻐 보여서 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녀 안에 존재조차 희미하게 남아있던 아프로디테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걸 느껴서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타고난 몸치인 알로하는 연습으로 각각의 동작을 정확하게 구사하는 건 가능했지만, 거기까지 였다. 음악에 맞춰 안무를 할 때는 동작의 연결이 어설프거나 손발이 안 맞기 일쑤였고, 춤이라기 보다는 기술의 나열 같아 보였다. "역시 나는 안 돼"라고 포기하며, 그냥 운동삼아 하는 걸로 만족했다. 그러다가 2016년 7월에 공연에 참가할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공연일이 다 되도록 겨우 안무만 외우는 데 불과해서 이게 무슨 집안 망신이요, 흑역사의 창조냐며 후회 했었다. 그런데 공연 당일 그녀의 어설픈 춤을 보면서도 친구들은 환호했고, 칭찬은 그녀를 춤추게 했다. 2017년에 조셉 캠벨과 그의 부인 진 애드먼을 (책을 통해서) 만났던 건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다. 그들은 춤에 있어서 안무나 규칙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충동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알로하는 그들 덕에 “우선 모든 규칙을 배운 다음, 그 규칙을 모두 잊어버려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후 그녀는 용기를 내어 강사 자격증에 도전했고, 공연과 대회를 즐기며 자연스러운 충동이 있는 삶을 살아 왔다.
잠시 옛 생각에 빠져있는데 막이 오르며 진 애드먼의 모습이 보인다. 진 애드먼과의 공연이라니… 그녀의 남편이 그토록 중요하게 말했던 천복(bliss)을 찾은 느낌이 이런걸까. 음악이 시작되자 알로하는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자 이제 모든 규칙을 잊어버리자, 자연스러운 충동으로 아름다운 무대를 즐겨보자.'
#10. 10년 전의 알로하에게… (2028년 4월)
알로하야, 너는 지금 10년 후의 모습을 떠올리며 머리가 복잡한 것 같구나.
2년 전 10년 후의 모습을 그릴 때는 자신만만하고, 꿈과 희망에 가득해서 말도 안되는 모습도 그리고 했었는데… 이제 다시 10년 후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여전히 같은 그림도 있지만, 이제는 기가 차고 허황된 모습도 눈에 들어오지?
지금 앞으로 10년을 꿈꾸면서도 정말 이렇게 될까 싶기도 하고, 실소가 나오기도 하겠지. 하지만 10년 뒤의 내가 장담하는데, 너는 네가 꾼 꿈을 모두 살아 왔다. 연구원 1년 과정을 마치고, 별로 변화된 게 없는 것 같은 너의 모습이 실망스럽겠지만, 너는 주저앉지 않고, 금방 다시 힘을 냈단다. 그리고 하루 하루를 네가 꾸던 꿈을 살았단다. 우선 3번부터 보자. 너는 곧 다시 운동을 시작했고, 2018년 하반기부터 10km 대회를 다시 참가했고, 2021년에는 결국 하프 코스를 뛰었어. 4번도 그래. 너가 가르치던 아이가 영어 읽기, 글쓰기 대회에 참가하면서 좋은 성과를 냈고 영어 문학과 작문에 흥미를 보이더니 결국 미국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단다. 과제로 썼던 영문 소설이 좋은 반응을 보여 학교 출판사에서 정식 출판할 예정이라고 하더라. 네가 책을 쓰고 번역을 하는건 말할 것도 없고 말야.
그러니 이제 그만 실망하고, 그만 불안해하고, 일어서자. 그리고 네가 깨달은 매일의 힘을 이제 실천해 보자.
알로하, 10년 전 그 때 너가 그렇게 대담한 꿈을 꿨기에 오늘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다. 정말 고마워. 앞으로 남은 날들도 불가능을 꿈꾸며 살아갈게~^^
10년 후가 더 아름다워진,
Love Aloha XXX, 2028,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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