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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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박이와 부득이
박 혜홍
일연의 연구자 고운기님의 붓끝을 통해 ‘이기적인 심성’ ‘도의 낮은 차원’ ‘사람들의 눈이 두려워 참 보살행을 외면’ 했다고 오해받은
달달박박을 나는 변호하고 싶다.
극소수의 달달박박이 있기에 세상이 이 정도나마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박박이가 사람들의 눈을 두려워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지 저자에게 묻고 싶다.
사람의 깊은 속은 자기만 알 뿐이다.
또 박박이의 생각, 박박이의 수준 정도까지 가 본 사람이 이 세상에 흔치 않은데 어찌 그렇게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법이 있어도 융통성을 부리고, 잘못을 저질러도 융통성이라는 면만 바라본다면 세상은 곧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 융통성 속에 숨은 교묘한 자기 변명과 합리화를 나는 많이 봐 왔다.
편법을 융통성이라고 우기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가?
그러다보니 나는 계율을 지키려고 애쓴 박박이를 칭찬하고 싶은 것이다.
사람들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기적이라 보일지라도, 계율을 지키려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계율을 지키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남자로서 아름다운 여자를 물리쳤다는 것도 칭찬하고 싶다.
여자들은 설화 속에서 여우 등 동물이 변신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히 박박이는 그 점을 유의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한편으로는 차라리 못 생긴 여자를 둘에게 보냈을 때 그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또 하나는 관음보살님은 왜 굳이 ‘함정수사’를 했는지 모르겠다.
하나님은 직접 말씀하신다. 네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쳐라, 선악과를 먹지 마라 등
특히 저자가 박박이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시인으로서 상상을 더하여 썼는데 부득이에 대해서는 칭찬 일변도이다.
둘에게 나타난 여인의 묘사인 설정자체도 불평등하다.
밤늦게 임신한 여자가 찾아왔다면 박박이도 틀림없이 도와주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득이는 작가가 충분히 칭찬했으니 나만이라도 박박이를 알아주고 싶은 것이다.
다음 글은 어느 책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최창현은 의금부로 이송돼 혹독한 문초와 고문을 받았다. 중인 신분인 데다, 정약용이 "최창현은 괴수의 우두머리이고,
황사영은 죽음에 이르러서도 변치 않으니 비록 조카사위라도 곧 원수이다"라고 진술한 터라 매질은 더욱 가혹했다.
그럼에도 그는 추관이 얻어내고자 하는 진술을 끝까지 거부했다. 이미 순교를 결심한 터였다. 그는 추문 초기에 흔들렸던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정약용이 저를 괴수로 지목하였지만 저는 지목할 사람이 없으니 죽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이제 천주와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전날 천주를 배반했던 것을 통절히 뉘우치면서 죽고자 할 따름입니다.
지목할 사람은 없습니다."(2월 13일 의금부 「추안 및 추국」 기록)
이날 이후로 그의 행적을 아는 사람은 없다. 「순조실록」과 「벽위편」에 남아 있는 기록만이 그가 서소문 밖 형장에서
장렬히 순교의 칼을 받았음을 전해준다. 그의 나이 42살이었다.」
나는 박박이나 최창현, 황사영 같은 이들을 기억하고 존경한다.
박박이처럼 계율을 지키고자 한 행동조차도 후세에 한 개인의 붓 끝에서 새롭게(?) 그려지는 것을 나는 경계한다.
일제시대 때 ‘융통성없이’ 나라를 위해, 자신의 지조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분들을 존경하고 그 분들의 후손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박박이같은 분들은 그런 인간의 본성조차 버릴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귀하다.
사족으로는 예쁜 여자들의 힘겨움도 알아주고 싶다. 예쁘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시기와 질투를 받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마음이 착한 예쁜 여자는 백치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쁜 남자들의 눈길과 유혹을 더 많이 받는다. 그렇게 예쁜 여자를 망쳐놓고 일찍 죽으면
‘미인박명’이라고 단정 짓는다. 그래서 어떤 때는 예쁜 여자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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