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산
- 조회 수 1161
- 댓글 수 4
- 추천 수 0
솔직히 고백합니다. 이번 마음편지를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평일은 직장을 다니면서 주말마다 이곳 저곳으로 보내는 칼럼을 하나씩 쓰는, 이른바 주말 글쟁이 생활을 꽤 여러 달 지속해 왔습니다. 그동안 기특하게도 잘 헤쳐오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이번 주는 페이스 조절에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어찌해야 하나 쩔쩔매다가 부끄럽지만 저의 자작시를 편지 대신 보내드립니다. 몇 해 전 강화도 고인돌 박물관에서 고인돌을 둘러보다가 지었습니다.
고인돌
유형선
거대한 바위로
오천년을 살았다
그대, 이유를 내게 묻는가
시간도 부질 없다
난 여기 있을 뿐이고
당신은 거기 있을 뿐이다
묻는다
그대,
이 곳 바위 밑으로 들어올
그 날,
무엇이 당신과 기꺼이 함께 묻힐 것인가
백년도 살지 못할
그대여
잊지 말라
흙으로
바람으로
풀잎으로
밤하늘로
다시 태어나려거든
남김없이 주고 오라
무엇도 남기지 말라
모두 주고 오라
당신만
바위밑으로 들어오라
유형선 드림 (morningstar.yoo@gmail.com)
IP *.183.177.225
어찌해야 하나 쩔쩔매다가 부끄럽지만 저의 자작시를 편지 대신 보내드립니다. 몇 해 전 강화도 고인돌 박물관에서 고인돌을 둘러보다가 지었습니다.
고인돌
유형선
거대한 바위로
오천년을 살았다
그대, 이유를 내게 묻는가
시간도 부질 없다
난 여기 있을 뿐이고
당신은 거기 있을 뿐이다
묻는다
그대,
이 곳 바위 밑으로 들어올
그 날,
무엇이 당신과 기꺼이 함께 묻힐 것인가
백년도 살지 못할
그대여
잊지 말라
흙으로
바람으로
풀잎으로
밤하늘로
다시 태어나려거든
남김없이 주고 오라
무엇도 남기지 말라
모두 주고 오라
당신만
바위밑으로 들어오라
유형선 드림 (morningstar.yoo@gmail.com)
댓글
4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377 | 삶의 여정: 호빗과 함께 돌아본 한 해 [1] | 어니언 | 2024.12.26 | 339 |
4376 | [수요편지] 능력의 범위 | 불씨 | 2025.01.08 | 403 |
4375 | [수요편지] 삶과 죽음, 그 사이 [1] | 불씨 | 2025.02.19 | 409 |
4374 | [수요편지] 발심 [2] | 불씨 | 2024.12.18 | 432 |
4373 | 엄마, 자신, 균형 [1] | 어니언 | 2024.12.05 | 453 |
4372 | [목요편지] 별이 가득한 축복의 밤 [3] | 어니언 | 2024.12.19 | 503 |
4371 | [목요편지] 육아의 쓸모 [2] | 어니언 | 2024.10.24 | 569 |
4370 | [수요편지] 언성 히어로 | 불씨 | 2024.10.30 | 664 |
4369 | [목요편지] 두 개의 시선 [1] | 어니언 | 2024.09.05 | 675 |
4368 | [수요편지] 내려놓아야 할 것들 [1] | 불씨 | 2024.10.23 | 693 |
4367 | [내 삶의 단어장] 크리스마스 씰,을 살 수 있나요? [1] | 에움길~ | 2024.08.20 | 696 |
4366 | 가족이 된다는 것 | 어니언 | 2024.10.31 | 698 |
4365 | [수요편지] 타르 한 통에 들어간 꿀 한 숟가락 | 불씨 | 2024.09.11 | 706 |
4364 | [수요편지]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1] | 불씨 | 2024.08.28 | 709 |
4363 | [수요편지] 레거시의 이유, 뉴페이스의 이유 | 불씨 | 2024.10.02 | 717 |
4362 | 관계라는 불씨 [2] | 어니언 | 2024.12.12 | 717 |
4361 | [목요편지] 장막을 들춰보면 | 어니언 | 2024.08.22 | 730 |
4360 | [수요편지] 문제의 정의 [1] | 불씨 | 2024.08.21 | 737 |
4359 | 며느리 개구리도 행복한 명절 | 어니언 | 2024.09.12 | 745 |
4358 | [수요편지] 마음의 뺄셈 | 불씨 | 2024.10.16 | 7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