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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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스민 문학] 미투(Me-Too)시대의 김지영 씨.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중학교에 들어간 딸 아이의 학교에서 오는 가정통신문을 볼 때가 있습니다. 나누어준 유인물에 도서 목록이 적혀있는데, 그중에 단연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82년생 김지영>이었습니다. 먼저, 요즘 가장 ‘핫’하다는 책이 중학교 독서 목록에 들어있다는 것에 놀랐고, 두 번째는 이 책을 읽은 아이의 반응이었습니다.
다른 몇 가지 ‘고전’들도 있었는데, 알고보니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 걸그룹 멤버가 휴가 동안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팬 미팅에서 했는데, 팬들이 졸지에 그 가수가 이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다, 라며 마녀사냥을 한 사건이 있었던 것입니다. 연예인이 읽은 책이라 아마도 어떤 책인지 궁금했을 터입니다.
감상문을 준비하는 틈을 타서 저도 아이 옆에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먼저, 이 책은 후루룩- 하고 단번에 읽힙니다. 조남주 작가의 이력에 나와 있는 ‘선입견’을 가지고 읽어서인지, 방송의 고발 프로그램을 보는 듯이, 사건과 사건을 연결하는 솜씨가 일품입니다. 이 책의 미덕은 독자로 하여금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긴박감에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긴박함이 사건의 전개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상황을 던져주고 깊숙이 파고들어가는 깊이에 있습니다. 어찌보면 별 사건 없이 전개 되는 소설인데, 상황과 상황을 속도감 있게 건너 뛰어가 어느새 주인공에 공감을 하게 만들어버립니다.
‘김지영’이라는 가장 보편화된 이름을 가진 1982년생 여자. 어느 날 김지영씨는 친정 엄마에 빙의해 속에 있는 말을 내뱉기 시작하고, 남편의 결혼 전 애인으로도 빙의해 가족을 기겁하게 만드는 주인공입니다. (소설에서는 계속 ‘김지영씨', 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존칭 기법도 시사 고발 프로그램 같습니다.) 이 소설은 김지영 씨의 이상 행동을 상담하던 담당의사의 리포트 형식으로 구성됩니다. 여성의 입으로 다른 여성의 입장에서 '말'을 한다는 설정을 작가는 독자에게도 툭- 하고 던져줍니다. "배불러까지 지하철 타고 돈 벌러 다니는 사람이 애는 어떻게 낳아?" 같은 말들을 주인공이 아닌 빙의 된 사람으로 내뱉습니다.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같은 김지영 씨 자신의 말이 교차되고, 그 말은 우리가 아는 주변의 김지영(익명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작가는 ‘김지영’이라는 이름을 빌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에 과감하게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이 시대에 여자로 사는 것은, 뭘 의미하니?” 라고.
미투(Me-too) 시대에 어쩌면 82년생 김지영씨는 자신의 과거를 자기 자신을 감추고 지낼 지도 모릅니다. Me-too라고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주위의 사람들의 시선을 한번 더 봐야하고, 어쩌면 상사의 눈을 피해 ‘좋아요’를 눌러야 하고, 자기 이름이 아닌, 익명 게시판에 몰래 댓글을 달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 시대에 가장 흔한 ‘김지영’이라는 이름하에 말입니다.
중학교에 들어간 딸아이는 이야기합니다.
“엄마. 이 책의 주인공은 왜 이렇게 힘들어해? 나는 좀 이해가 안가.”
아내는 이야기합니다.
“아휴~. 이건 완전히 내 이야기인데? 나도 ‘지영’으로 개명이나 할까보다.”
정재엽 올림 (j.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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