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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1일 01시 36분 등록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을 출간한지 만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전국의 강연장에서 많은 가족을 만났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만나면서 늘 생각했습니다. 제 말과 글이 엄마, 아빠, 자녀로 구성된 소위 ‘정상가족’에 국한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올해 초, 올해의 목표를 세웠더랬습니다. 비혼주의 1인가족, 미혼모, 입양가정, 다문화, 이민가정, 부부, 한부모, 조손가정 등 가족에 관한 모든 책을 읽어보자 다짐했습니다. 틈틈이 책을 읽었습니다.


지난 주에, 경기도의 어느 도서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과 <이상한 정상가족>을 연계해 ‘가족’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강연 기획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이상한 정상가족>을 만났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닫혔던 뇌의 회로가 열리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동시에 경험했습니다.


이상한 정상가족, 김희경, 동아시아


이상한 정상가족.jpg


‘세 살 현수. 지적 장애를 안고 태어나 친부모의 버림을 받았지만 위탁가정에서 3년간 돌봄을 받으며 곧잘 말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3년 10월 세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됐고 4개월만인 이듬해 2월 양아버지의 폭력으로 숨지고 만다. (…) 현수는 2017년 한국계 입양인이 만든 추모 동상으로 돌아와 서울 내곡동 다니엘 사회복지법인 정원에서 손끝에 나비를 얹고 서 있다.’


‘현수 사건을 알게 된 것은 2014년 봄이었다. 해외입양인들이 홍대 앞 공원에서 숨진 현수의 추모 집회를 했다는 것을 알리는 인터넷 뉴스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검은 플래카드에 적힌 ‘현수야, 미안하다’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뭔가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이상한 정상가족>의 저자 김희경은 현수 사망 사건에서 눈물을 흘리던 사람들이 해외로 입양을 갔다가 성인이 된 뒤 고국에 돌아와 입양제도 개선을 위해 싸우는 해외입양당사자들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국가에게 사과를 받아도 시원찮을 이들’이 모여 현수에게 미안하다고 집회를 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겁니다.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고 느낀 저자는 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행동을 시작합니다.


저자는 ‘결혼=출산’의 등식을 당연시하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혈통적 한국인’들로 ‘정상가족’을 이루어야 한다는 배타적 가족주의의 폭력성을 고발하며, ‘비정상가족’으로 치부돼 제도적·사회적 차별에 시달리는 미혼모가정,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들과 그들의 자녀들의 사례를 돌아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배타적 가족주의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며, 다양한 가족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합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각자가 보다 자율적인 주체로서 느슨하게 연대하며 서로를 돌보는 열린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입법 제안과 국외 사례 들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좋은 책이 주는 선한 에너지를 받아, 오랜만에 맑게 갠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말을 꼬박 들여 강연 기획안을 작성했습니다. ‘가족 구성원 각자의 소명 찾기’, ‘가족-조화와 균형을 이루기 위해’, ‘배움의 공동체로서의 가족’, ‘가족과 사회-자존과 공존을 위해’, ‘가족과 이상’,  ‘가족 내 인권과 친권에 대해’,’가족과 성-성평등한 가족 문화를 위해’,’다양한 가족을 상상하다’, ‘함께 살기-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로의 모색’ 등 커리큘럼을 완성했습니다. 강연을 준비하고 진행하며 가족에 관해 더욱 넓고 깊게 사유하게 되기를, 가족 연구자로 거듭나기를, 스스로 한 뼘 성장하기를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
격주 월요일에 발송하는 마음을 나누는 편지 '가족처방전'은 필자와 독자가 함께 쓰는 편지입니다. 가족 관계가 맘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고 계시다면 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마음을 다해 고민하고 작성한 가족처방전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김정은(toniek@naver.com)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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