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차칸양
  • 조회 수 824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8년 5월 22일 10시 43분 등록


소설가 조정래 씨는 봄을 3가지로 구분합니다. 3월은 오는 봄, 4월은 머무는 봄 그리고 5월은 가는 봄이라고 말이죠. 


5월도 벌써 중순을 넘어서고 있네요. 그토록 기다렸던 봄, 환희와 감격을 뒤로 하고 이제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할 수만 있다면 옷소매라도 잡고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큽니다. 그 마음을 달래주려는 걸까요? 지난주부터 제가 좋아하는 아카시아꽃 내음이 집 주위 뒷산을 가득 채웠습니다. 아쉬움이 사르르 녹는 순간입니다.

힐링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기 전 5월, 혜원(김태리 분)이 살고 있는 뒷산에 아카시아꽃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립니다. 혜원은 그 꽃을 따 아카시아꽃 튀김을 만듭니다. 꽃모양이 그대로 살아있는 튀김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아사삭 한입, 두입 맛있게 베어먹는 혜원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꿀꺽. 절로 군침이 돕니다.


지난 화요일 오후, 아내가 아카시아꽃을 따러 가자고 합니다. 그걸로 아카시아꽃 튀김과 청을 만들자네요. 아내도 함께 영화를 봤었거든요. 뒷산으로 올라갑니다. 하지만 너무 높은 곳에 꽃이 달려 있다보니 생각보다 따기가 쉽지 않네요. 생각보다 수확이 좋지 못합니다. 이번에는 앞산으로 갑니다. 오~ 여기에는 손으로 딸 수 있는 낮은 위치에도 싱싱하고 탐스러운 아카시아꽃이 많이 열려 있네요. 제가 아카시아 가지를 구부리면, 아내가 준비한 가위로 조심스럽게 아카시아꽃을 땁니다. 모양이 망가지면 안되니까요. 가지고 간 큰 비닐 속 아카시아꽃이 가득해 집니다. 향내가 진동합니다. 매번 기분을 좋게 만드는 꽃내음이지만, 이렇게 보니 마치 5월을 한곳에 모아놓은 듯 하네요. 함께 데리고 간 강아지도 떨어지는 아카시아꽃을 먹느라 여염이 없습니다. 사람에게도, 강아지에게도 자연이 주는 참 고마운 선물입니다.

아내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 갑니다. 따온 꽃을 물로 씻고, 살짝 튀김옷을 입힌 후 뜨겁게 데운 기름 속에 넣습니다. 치직, 치지직 맑고 선명한 기름방울들이 꽃 주위를 에워쌉니다. 마치 꽃에 얇은 옷을 입히고 있는 듯 보이네요. 너무 오래 튀기면 아카시아꽃 본래의 은은한 아이보리색을 잃을테니, 조심해야만 합니다. 대바구니에 거름종이를 깔고 꺼낸 아카시아꽃 튀김을 놓습니다. 하나둘 위대한 완성품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아카시아튀김 20180515_212516_HDR.jpg


그 먹음직스런 모습을 보니 더 이상 참기 힘드네요. 손으로 하나를 손으로 잡고 입으로 가져갑니다. 바사삭. 아~ 첫 맛은 바삭하고 따스한 고소함이 넘칩니다. 그리고 첫 맛이 끝나는 시점에 아카시아꽃이 씹힙니다. 음, 부드러움과 동시에 아카시아 특유의 향긋함이 올라옵니다. 아~ 이렇게 좋을 수가. 자연과 사람이 만들어 내는 멋진 콜라보레이션 그 자체네요. 하나를 다 먹자마자 다시 또 하나를 입으로 가져갑니다. 그리고 정성을 들여 튀김을 만들고 있는 아내에게도 한입 베어물게 합니다. ‘음~!’ 작은 탄성. ‘어때, 좋지?’하고 묻자, 말 대신 눈으로 답을 대신하고 있네요. 100%의 공감과 만족을 담아 말이죠.

맛을 보니 아카시아꽃 튀김을 그냥 별미라고 퉁칠 수는 없겠네요. 그야말로 5월의 맛이라 부를 수 있을 듯 합니다. 고소함 뒤에 감춰진 꽃잎의 보드라움 그리고 약간의 쌉살함과 향내음 가득한 5월의 맛이라고 말이죠. 이렇게 좋은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는 약간의 후회, 그리고 다시 제대로 된 맛을 보려면 또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큰 아쉬움이 동시에 교차합니다. 그럼에도 기쁨이 더 큽니다. 5월의 맛을 경험해보았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매년 5월을 기다릴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긴 거니까요.


아내 덕분에, 영화 덕분에 제 인생에 또 하나의 첫 경험이 아로새겨졌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기억, 추억의 한 장으로 남게 되었네요. 이제 5월이 되면 어김없이 아카시아꽃 튀김을 먹고 싶어질 듯 합니다. 어쩌면 파블로프의 실험처럼 5월하면 군침을 흘리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아르헨티나 국민가수 메르세데스 소사가 부른 ‘삶에 감사해(Gracias a la vida)’란 노래가 떠오릅니다. 감사하게도, 삶에 감사할 일이 또 하나 생겼네요.



차칸양 올림
Mail : bang_1999@naver.com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경제/인문 공부, 독서 모임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안내] '좋은 책 읽고 쓰기 습관화 프로그램' <에코독서방> 7기 모집
변화경영연구소 4기 차칸양 연구원이 진행하는 '좋은 책 읽고 쓰기 습관화 프로그램' <에코독서방> 7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에코독서방>은 첫째, 좋은 책을 읽고, 둘째, 반드시 독후감을 작성하며, 셋째, 정기적인 독서 습관을 키우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만남을 목적으로 합니다. 한번만 경험하게 되면 푹~ 빠지게 되는 에코독서방의 매력,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2. [안내] 꿈벗 소풍이 열립니다!
2018년 꿈벗 소풍이 아래와 같이 개최됩니다. 변경연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다 참석가능하니 많은 분들의 신청바랍니다.
- 일시 : 5.26(토) 14시~ 27(일) 12시
- 장소 : 여우숲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산15-1)
- 내용 : 꿈을 가진 사람들의 1박2일 꿈잔치
- 참가대상 : 꿈벗, 연구원, 구본형선생님을 좋아하는 모든 분

3. [변경연 팟캐스트] 『내 인생의 첫 책쓰기』 – 오병곤, 홍승완 작가편
이번 팟캐스트는 10년만에 개정증보판으로 돌아온 <내 인생의 첫 책 쓰기>의 오병곤, 홍승완 작가편입니다.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인 두 작가에게 들어보는 연구원 모집에 대한 에피소드와 초보 작가가 첫 책을 낼 때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틈틈이 할 수 있는 독서와는 달리 글을 쓰는 것은 매일 고정된 시간에 노동처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오병곤 작가의 이야기와 스스로 1인 교육과정을 만든 홍승완 작가의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4. [1인자회] 뉴미디어와 작가(팟캐스트, 유투브 등) – 6월 9일(토), 2~4시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1인 기업가 네트워크(1인자회)에서 <뉴미디어와 작가 클래스>를 마련하였습니다. 일찍이 구본형 선생님께서 작가도 마케팅에 신경을 써야하고 동영상 중심의 강의가 많아질거라 말씀하셨던 것처럼 자신의 컨텐츠를 홍보할 ‘새로운 미디어 활용법’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변경연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는 동대문 김사장이 직접 강의할 예정이며, 20분 마감으로 자리수가 많지 않으니 신청 서두르시기 바랍니다.


IP *.117.54.213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76 [자유학년제 가족 독서 #02] 신화의 힘 [2] 제산 2018.04.30 921
1375 이제 가는 길은 달라도 [2] 차칸양 2018.05.01 746
1374 [일상에 스민 문학] - 남북정상회담의 무거움 정재엽 2018.05.02 713
1373 목요편지 - 새소리를 들으며 운제 2018.05.03 752
1372 [금욜편지 35- 성격이 운명이다] 수희향 2018.05.04 969
1371 가족처방전 – 어버이날 아버지 선물 준비하셨나요? file 제산 2018.05.07 909
1370 당신은 지금 누구를 보고 있나요? -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를 보고 file [2] 차칸양 2018.05.08 800
1369 [일상에 스민 문학] 마음편지의 무거움 [6] 정재엽 2018.05.08 727
1368 목요편지 - 나의 취미 빙상 [2] 운제 2018.05.10 732
1367 [금욜편지 36- 중년들의 인생2막 대처법] file [2] 수희향 2018.05.11 1058
1366 고인돌 [4] 제산 2018.05.14 781
1365 매일 축제처럼 살 수 있다면 file [2] 차칸양 2018.05.15 730
1364 [일상에 스민 문학] 미투(Me-Too)시대의 김지영씨. 정재엽 2018.05.16 749
1363 목요편지 - 장미의 계절 운제 2018.05.17 780
1362 [금욜편지 37- 추신: 지난 10년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4] 수희향 2018.05.18 782
1361 가족처방전 – 이상한 정상가족 file 제산 2018.05.21 820
» 5월의 맛, 고소함과 향내 가득한 아카시아꽃 튀김 file 차칸양 2018.05.22 824
1359 [일상에 스민 문학] 물포기의 노래 정재엽 2018.05.23 725
1358 목요편지 - 5월의 노래 [2] 운제 2018.05.24 727
1357 목요편지 - 5월의 노래 운제 2018.05.24 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