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박혜홍
  • 조회 수 996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18년 5월 22일 20시 22분 등록


아들 이름을 라 할 수 없는 이유

 


나는 여고도, 여대도 미션스쿨을 졸업했다.

그렇지만 믿음이 뭔지는 몰랐다. 예배시간에는 졸기 일쑤였고 교목님 설교는 따분했다.

대학 때의 채플시간에 지루한 기도시간이 오면 나는 눈을 뜨고 여기저기 돌아보거나,

오늘 일을 계획하는 등 기도가 누구에게 하는 줄도 몰랐다.

출석 체크 때문에 할 수 없이 모이라는 곳에 모였을 뿐이었다.

이런 모습이 골수 기독교인들에게는 안쓰럽게 보였을까, 내게 전도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나는 얄팍한 지식으로 그들을 요리조리 피했다.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자 하는 친구들이 다가올수록 나의 기독교에 대한 비판 수위도 점점 높아졌다.

알았으니 혼자 천국가라, 내가 무슨 죄를 졌나 , 그저 띨띨한 것이 죄라면 죄다 라며 좀 재미있는 얘기를 할 수 없냐고

그들을 한심해 했다.


나는 아예 불교학생회에 가입하여 방학때 마다 절에 가서 도를 닦았다. 면벽 수련을 했다.

송광사에서는 법정스님과 타 대학생들도 함께 했다.

그럼에도 친구들은 지치지 않고 내게 전도해왔고 나도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지 반격을 가하였다

 

어느 해 찬란한 5월이 되어 여대인 우리학교의 축제일이 다가왔다.

남자형제 사이에 커서인지 남자를 그저 성이 다른 인간으로만 봐 온 나에게 축제 때 함께 갈 이성파트너가 없었다.

친구들은 육사생도와 함께 온다, Y대의 학생과 온다하며 모두들 들떠 있었다.

어디서 멋진 남자 인간을 구하나 고심하던 차, 그간 줄기차게 나를 전도해 온 친구가 다정하게 내게 말을 걸어왔다.

파트너가 없으면 자기가 소개해 주겠노라며, 아주 멋진 사람이니 너도 좋아할 것이라는 것이다.

호오~ 어떤 사람인데? 몇 학년이야?’ 물어보자 미끼를 물은 물고기를 끌어올리는 낚시꾼의 신난 표정을 하며 저기 조용한 곳에 가서 얘기를 하자며 날 이끌었다. 처음으로 예수 얘기가 아닌 남자 얘기에 홀려서 나는 따라갔다.

어떤 남자니?’ 쫓아가며 묻는 나에게 친구는 획 돌아서 말하기를 그 분은 바로 예수님이셔하는 것이 아닌가!  아악~~

도대체 이 끝없는 질김은 무엇인가? 나는 친구에게 진저리를 치면서 , 나한테 예수의 예 자도 말하지마!’ 일갈하고 그녀에게서

아예 달아나 버렸다. 속이 무척 후련했다.

 

대학 졸업 전부터 엄마는 내게 살다간 흔적을 남겨야 한다며 결혼을 권했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나는 엄마가 권하는 대로 선을 보았다.

나는 누군가를 찼고, 누군가는 나를 찼다.

그러다가 친구가 결혼하는 날 부케를 받고 선보러 나갔다가 무뚝뚝한 오빠들과는 다른 부드러운 모습과 이름까지 문학적인 그 남자에 반했다.

그 남자가 나의 무엇에 반했는지는 몰랐지만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만난지  한 달 반 만인 26살에 결혼했다.

29세까지 아들 딸을 낳으며 학교를 다녔다.


학교에서도 일명 예수쟁이 교사들이 내게 전도를 해왔다. 목사님과 함께 기도하는 내 꿈을 꿨다는 둥, 성경공부를 같이 하자는 둥,

그들에게 걸릴까봐 퇴근 시간에는 몸을 낮추어 후다닥 달아나기까지 했다.


집에서 안도의 숨을 쉬고 있는데 문득 생각 났다. 남편은 듣도 보도 못한 성씨, 예씨였다......

하나님도 참!!!! 절 아주...! 집에서도 예예예

시댁에 가면 가수 혜은이의 노래가 생각났다. 예예예 예예예예예예 모두 예씨 였다.


말 함부로 하면 안된다.


IP *.48.44.227

프로필 이미지
2018.05.22 21:10:30 *.140.242.43

푸하하하, 기승전 하나님이여도 혜홍선생님은 유쾌하시기만 하십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8.05.25 18:56:59 *.131.225.124

푸하하하! 역시 옛날 수업시간에 배꼽 쥐게 만드셨던 바로 그 순간들이 생각납니다! 마지막에 혜은이에서 빵~! 터졌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8.05.27 16:30:56 *.130.115.78

제게 '구본형'이 그렇듯이

선생님께는 '예수님'이 운명이신 거군요.


벗어날 수 없다면 어쩌겠어요. 파고 들어가보는 수 밖에.

기왕 시작된 것이니 우리 함께 끝까지 가보도록 해요!!  ^^

프로필 이미지
2018.05.27 17:09:16 *.48.44.227

ㅎㅎㅎ 다들 웃어줘서 감사~ 나이 좀 들어보니 웃는게 최고~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992 마지막 수업(김기상) [4] ggumdream 2018.01.16 965
4991 선배님의 글쓰는 방식 [1] 송의섭 2018.02.12 965
4990 나도, 나로 살았으면 좋겠다 [4] 송의섭 2017.05.08 966
4989 <뚱냥이칼럼 #14> 뚱익스피어의 '뚱냥이의 하루' [1] 뚱냥이 2017.08.07 966
4988 8월 오프모임 후기(김기상) [1] ggumdream 2017.08.29 966
4987 8월 오프모임 후기-물듬에 감사하다 [2] 뚱냥이 2017.08.29 966
4986 칼럼 #32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몰라 불안해요 (정승훈) file 정승훈 2018.01.21 966
4985 [뚱냥이의 놀자 도덕경] 제2장 자연스러운 것이란? 뚱냥이 2018.02.12 966
4984 졸업여행 후기_이수정 file 알로하 2018.02.27 966
4983 또 다시 칼럼 #5 2인3각 멘토를 만나다(정승훈) [7] 정승훈 2018.05.06 966
4982 #23 - 모르고 지나가는 선택의 기회(이정학) [2] 모닝 2017.10.30 967
4981 1월 오프수업 후기(정승훈) [3] 정승훈 2018.01.14 967
4980 칼럼 #22 레이스 달린 덧신_윤정욱 [3] 윤정욱 2017.10.16 968
4979 11월 오프수업후기 file 디오니송스 2017.11.20 968
4978 11월 오프모임 후기_이정학 모닝 2017.11.21 968
4977 베트남에서 본 우리의 30년 [2] 모닝 2018.02.05 968
4976 [칼럼#4] 나는 어떤 사람인가(정승훈) [5] 오늘 후회없이 2017.05.05 969
4975 <칼럼 #5> 지금 있는 그대로 아름답습니다 - 장성한 [3] 뚱냥이 2017.05.15 969
4974 [칼럼 #7] 거위의 꿈(정승훈) file [11] 오늘 후회없이 2017.06.04 969
4973 #칼럼 9-대화의 프로토콜, 당신에게 로그인하고 싶어요(이정학) [2] 모닝 2017.06.26 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