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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18일 10시 03분 등록
옛날 옛적에 꽁지머리영감이라고 하는 별 희한한 중늙은이가 서울의 한복판 변.경.연이라는 동네에 살았다. 당시 그 동네 이미지는 새로 떠오르는 미래경영브랜드로 급부상하며, 강남의 금싸라기 땅도 전혀 안 부럽다고 할 만큼, 장차 이 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칠 자부심으로 가득한 신선한 인재들이 가득 모여드는 곳이었다고 한다. 소위 21세기를 당차게 살아가고자 하는 이 나라의 주역이 될 굵직한 인물들과, 걸출한 영웅호걸들이 전국의 원근각처에서 앞 다투어 살판나게 모여드는 것이었다. 미색도 반반한 여걸 또한 부지기수라 하니, 그곳 변.경.연이란 동네가 가히 21세기형 무릉도원武陵桃源이 따로 없는 지상의 낙원樂園이라 일컬어지며 저마다 따로 또 같이 서둘러 합류하더란다.
그런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잘못된 만남인지 기이하게도 그곳에는 꽁지머리영감도 있었던 것이다. 그 꽁지머리영감인지 땡감인지 곶감인지의 정체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마을에는 여러 특이한 사람 혹은 사람 아닌 얼굴들이 옹기종기 모여 도란도란 알콩달콩 이야기꽃을 피워가며, 때로는 치열하게 더러는 신나고 재미나게 살아가는, 좀처럼 다른 나라 여니 동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이들과 진풍경들로 가득했다. 그 이름도 유명한 병칸, 옹박 등은 그 나라 사람 같지 않았고, 모모와 은미 등은 그 생긴 모양이 사람보다 더 귀여웠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부시맨이나 토인 일테면 토끼나 다람쥐 혹은 땅콩이나 매끈한 대추 알갱이가 연상되어 그리 불리어 지고는 하였다.
하지만 이 마을의 사람들은 개성이 뚜렷하며, 각자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따로 또 같이” 공부하고 일하기를 즐겨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소문이 온 나라에 자자하게 퍼져있었다. 어찌 그것을 알까마는 그를 확인시켜주는 여러 꿈 벗들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서 그 위상을 소상히 뒷받침하곤 하였던 것이다.

예를 들면 벌써 부산이라 하면 그 함자만 들먹여도 주역의 대가로 손꼽힐 희대의 거목 <쉽게 풀어 다시 쓰는 주역>을 집필하신 초아 서대원 선생이 우선 계셨고, 영일만 친구가 그리운 포항에는 <29세까지 반드시 해야 할 일>의 저자 운제 김달국사장이 있는가 하면, 전라도라 빛고을 광주에는 그 마을의 대자보 <함께봅시다>란에 마치 고자가 처갓집 드나들 듯 뻔질나게 글을 올리며 장차 인디라이터가 되고도 남을 소문난 삼색주로 유명한 도명수님과, 요즘 같이 밤 길이가 길어질 때 연로하신 부모님께 효도라면 호두과자를 떠올리게 하는 천안이라 마실에는 자로 박노진님이, 충북이라 괴산에는 향 그윽한 자연산 송이가 한참 익어가고 있을 <행복 숲>의 지기 아름다운 놈 김용규님이 떡 하니 터를 잡고 있거니와, 수원이라 중문인지 남문인지 북문인지에는 이름만으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음으로 나누는 편지>의 한명석님이 계시고, 서울이라 청담동 정신경영아카데미에는 베스트셀러를 향해 가는 <굿바이, 게으름>의 저자 문요한님이 있으며, 바다 건너 일본에는 얼굴 없는 미남 같은 김용균님이 늘 그 마을에 한 번씩 잊을 만하면 안부 글을 올리고, 비행기 삭도 만만찮은 호주에서는 화통한 여인 손한나님 등, 전국 방방곡곡ㆍ세계 여러 나라에서 벗들이 늘 기별하며 함께 하지 않던가.

그러니 혹여 그 동네의 입소문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 동네 사람들이 미치고 환장하듯 신나고 뻑적지근하게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오매불망 해대는, 변화경영이니 자기계발을 미처 생각지 아니하고,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 사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고 옛말은 전하더라. 이쯤 되면 뭣이냐 역사적으로 볼 때, 각자의 인생에서 쌍코피가 터지더라도 한판 붙어 보겠다는 심사로 작정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 아니었겠냐는 믿거나 말거나 지어내는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가뜩이나 기이한 그곳 변.경.연 마을에도 그에 버금가는 안성이라 안성맞춤에 딱 제격인지 안성의 <세렌디피티>에서 조차 창조적 부적응자로 몰려 편히 살수가 없는 것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요상하게 신출귀몰하는 꽁지머리영감이 있어 그 정체가 괴이하다 하더라. 이쯤에서 영감이 꽁지머리를 하고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이야기를 더듬어보자.

그 영감으로 말할 것 같으면 늙지도 아니하고 늙은 채를 하고 젊지도 않으면서 제법 팔팔하였다고 전해진다. 필경 그 영감이 간혹 머리를 헤쳐 풀어 산발을 하고, 야시한 윗도리를 걸쳐설랑 어그적 산적처럼 시내를 주름잡고 나설 때면, 오가는 여대생 남대생 할 것 없이 모두가 힐끗힐끗 온 장안이 떠들석하매, 그 차림도 가히 볼만하다 하니 이 또한 무슨 영문이었을까. 활빈당인가 골빈당인가 활인검술인가를 한다는 소문이 있어 어느 이는 도인이라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를 두고 개량한복이나 쪽 빼입고 달이 뜨는 호수가에 넋 나간 듯 걸터앉아, 오는 비 가는 비 갖은 궁상을 다 떨며 맞아도, 그럴싸한 폼으로 제법 풍치를 자아내는 오리무중 사내라 전해오는 이야기 있더라.

그러나 그 마을의 추장은 대범하여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당신보다 더 중늙은이 같은 제자를 기꺼이 품에 두고 안쓰러워 보듬으며,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괴짜 인생의 괴짜 경영 그의 상태를 심히 걱정하는 것이 아니던가. 어느 날은 차라리 저 흰 머리카락을 죄다 뽑아 영화배우 율브린너처럼 밀어줄까, 신촌의 유명하다는 그의 미용실에 꿇어 앉혀놓고 스포츠머리로 깎아 백일섭 머리 모양을 만들어 버릴까, 어차피 이판사판 공사판이니 차라리 더 길러서 따가지고 댕기머리나 하게 할까, 주야장창 고심하니 가뜩이나 벌판 같은 그 추장의 이마가 날로 몽골초원처럼 드넓어져 가더란다. 그도 그럴 것이 행여 어느 자리에 가더라도 꽁지머리영감이 더 원로해 보이니 추장의 위신이 말이 아닌지라. 허면 머리카락으로 기선잡고 풍채로 죽여주고, 허여멀건 얼굴로 한 번 더 골 때리니 삼색주도 아니고 실속도 없는 삼지창이로구나. 이리 찔러대고 저리 휘둘러대니 그 노릇을 어찌할꼬.

자고로 자식이나 제자는 같은 이치라,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왜 이리 보태주는 머리카락 하나 없이 애간장을 녹이나. 선인의 말씀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틀린 바가 없다 하겠더라. 공짜야 치사해서 바란 적도 없다마는, 있는 지식 없는 밑천 다 털어서 뼈를 깎는 공훈으로 일찍이 그 마을을 브렌딩화 시킬 적에, 머리카락 정녕의 혼이 다 빠져 나갔던가 그 추장님 항상 의심하며 살더란다. 그리하여 한편으로 추장의 그 광체가 날로 빛나리(?)해 가니, 남모르게 타들어 가는 속마음을 뉘라서 알아줄까. 혹시 병칸이 아직 젊으니 가끔 모자 쓰고 다닐 적에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다가 생각이나 해봤을까. 귀뚜리도 울음 그친 쓸쓸한 초가을 밤 홀로 위안 삼으시더란다. 제 머리칼은 숱 많다 유유자적 천천히 끊임없이 어느 세월에, 추장님 차마 남들에게 까발릴 수 없는 초조한 마음을 위인이 철들어 헤아릴까. 지나가는 객이 절로 혀를 끌끌 차더란다.

제가 언제 소문난 미용실 샵마스터라고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심어드릴 생각이나 하던가, 그 깜찍하다는 붙임머리 한 번을 해드려 봤나. 키워봤자 소용없고 가르쳐봤자 저 잘났다 하는 것이 머리 검은 짐승이라던가. 제 머리칼은 언제까지 안 빠지고 말 꼬랑지처럼 탐스러울지 두고 보면 알 일이라. 어른 아이 마을사람 종일토록 모의 하여 꿈섭이네, 마실네 그를 찾아나섰더라. 주말을 몽땅 받쳐 헌신하여 간곡히 이르기를, ‘아이고 형님, 철 좀 드소.’ 제발하며 좌우당간 뜯어말리려 할 적에, 위인이 명석한지 둔함인지 그들 말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신바람이 나서 아해처럼 들떠서리 ‘얼씨구나 꿈 벗이여! 너희들이 날 찾아 왔느냐’ 맨발로 뛰어나와 반색하니 도리가 없더란다. 호들갑에 감격하며 꿈에 젖어 눈물에 젖어 그저 마냥 좋아라 폴짝폴짝 뛰더라는. 무지하게 황당하고 뜬금없이 당돌하게 급조하여 만들어진 웃겨주기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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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007.09.17 08:17:36 *.233.202.88
이야기 풀어내는 솜씨가 마치 신들린 듯해요.
맑은 하늘 사이로 햇살이 비치니 여간 반갑지요?
이렇게 씻은 듯 순해질려면서 왠 비와 바람은 그렇게도 사납게 대지를 흔들어 댔을까요.
알다가도 모를 게 자연의 조화속이에요.
겁나 재미지게 읽었어요, 써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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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9.18 18:32:54 *.70.72.121
제가 나이들어 언니야 만큼 너른 가슴으로 살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변.경.연을 하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끼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제게 가장 부족한 것이 남의 장점을 잘 봐주는 것이더라구요. 나와 다르면 그것이 잘 안보이고 이해가 잘 안되곤 하니까요. 많이 배우고 많이 고쳐야 겠어요. 남을 이쁘게 볼 수 있을 때 저도 이뻐질 수 있다는 것 하나하나 다시 배우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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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지머리
2007.09.23 21:09:09 *.131.127.35
써니,,, .
그랴... ! 근간에 우주회, 자주 모이지 못했나 비여...... 흠...

배 고프나.~? 밥묵자...
껍데기 갖고 안되나...? 그랴도 나를 물면 찔기고 아플텐디,...
나가 거그따가 힘 써불먼 니 이빨 모두 새로 해야 된당께...^^

좋아, 그라믄 이번에는 마포 껍데기 말고
신촌 불타는 닭발로 하자...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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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작 난 이(齒)
2007.09.24 13:22:09 *.70.72.121
어마야~ 우째 이런 일이...

비 오는 날 먼지나도록 맞고 몇 대 더 맞아야 쓰것다 요런 말씀? 그라고 우주회는 또 어찌 안답뎌? 참말로 요상시럽네이.

아무리 거시기혀도 신사가 체면이 있지. 무지막지 하게도 어엿한 요조숙녀(?)에게 함부로 힘써불면 안 되지라잉. 은백발님 머리카락값 하소.ㅋ

엄청 헛갈려버리숑. 껍데기던 깝데기던 하나로 할 것이제. 뭐한다고 또 불타는 닭발은 뭐당가? 근디 말여라, 그거 맛있당가요? 쩝쩝...꼴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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