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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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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8일 06시 39분 등록

나는 어릴 때 초승달과 그믐달을 구별하지 못한 과학痴였다. (사실 지금도 잘 구분 못한다)
과학을 못해서였을까 수학도 못했다. 고등학교 때는 더불어 화학, 지학도 못했다.
아무 개념도 모른 채 미분 적분을 풀려니 수학시간이 내게는 고역이었다.
못해서였을까 과학 시간의 추억은 하나도 없다.
수학 시간의 추억이라고는 여고시절 늘 20점을 받다가 딱 한번 30점을 받았고, 그 10점 덕분에 전체 등수가

엄청 올라간 적이 있었다는 것 밖에 없다. 그 때는 0점도 흔했다.
(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그때는 식과 답을 써라 해서 딱 10문제가 나왔고 답이 맞아도 식이 틀리면 틀렸다.

1문제에 10점씩 )
이 수학은 대학 때도 날 따라왔다. 전공 과목 수업에 통계가 나와서 또 쩔쩔 맸다.
그래서 수학이나 과학을 잘 하는 사람을 보면 존경을 넘어 경이로움까지 느낀다.

과학 시간은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열나게 미분,적분을 설명하시던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수학 선생님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나이 들어, 가야 할 자리를 알지 못해 젊은이들의 공간에 들어와 칼럼 하나 쓰는 재료가 된 것 밖에 없는 것일까? 


이런 나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학 과학을 토대로 우주를 공부 밭으로 삼아 평생을 명성이 자자하게,

셀 수 없이 많은 상을 받고 자기의 어릴 때 꿈을 실천하며 살다간 과학자도 있다.

하나님도 너무 하시다. 참 사람 차별하시네.
이렇게 생각하다가 다행히도 다음 성경말씀을 읽고 생각이 바뀌긴 했다.
‘토기장이가 진흙 한 덩이로 하나는 귀히 쓸 그릇을, 하나는 천히 쓸 그릇을 만들 권한이 없느냐’ 

(로마서 9:21)
‘진흙이 토기장이의 손에 있음 같이 너희가 내 손에 있느니라’ (렘18:6 후반)
하나님이 그렇게 하시겠다는데 내가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반항해봤자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쉽게 받아들이게 된 것은 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무척 겸손한 사람이었다는 것도 한 몫 한다.

수많은 업적으로 그렇게 많은 상을 받고, 때로는 다른 과학자들의 질시 속에서 내쳐짐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는 인류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성역이었던 과학을 일반인들에게 대중화시킨 사람이기도 했다.
역시 넓은 세계를 보고 경험한 사람은 다르다.
깊이 있게 아는 사람은 겸손하다. 그런 사람을 볼 때 나는 감탄과 더불어 큰 기쁨을 느낀다.
나름대로 뭘 좀 안다고, 한 번 작은 성공을 맛보았다고 우쭐대는 사람을 보면 칼 세이건 앞에 서 보라고 말하고 싶다.


다음은 보이저 1호가 찍은 사진을 보고 그가 한 말이다.

(궤도를 향해 가던 무인 탐사선을 뒤를 돌게 해 지구를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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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억 킬로미터 밖에서 촬영한 지구 사진.
                태양 반사광 속에 있는, 파랑색 동그라미 속 희미한 점이 지구이다


‘이 창백한 푸른 점(지구)  만큼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그는 과학에서 겸손을 발견했다.


‘이 세계는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우며, 크고 깊은 사랑과 선으로 가득한 곳이기 때문에, 증거도 없이 예쁘게

포장된 사후 세계의 이야기로 자신을 속일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약자 편에서 죽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생이 제공하는 짧지만 강렬한 기회에 매일 감사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그는 과학에서 모든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해야 할 이유를 발견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생각을 억압하는 일은 종교나 정치에서는 흔히 있을지 모르겠지만, 진리를 추구하는 이들이 취할 태도는 결코 아니다. 이런 자세의 과학이라면 한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우리는 어느 누가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할지 미리 알지 못하기 때문에 누구나 열린 마음으로 자기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는 과학에서 자기 혁명을 이룬 사람이다.


‘그는 과학자이지만 종교의 신비를 옹호하는 사람을 비난하지 않았다. 다만 우주라는 또 다른 신비를 제시하고, 그 안에 사는 인간의 왜소함을 보여줌으로써 보다 겸손할 것을 권하는 것뿐이었다.’


나는 굳은 머리로 상상력을 발휘해 보았다.
하나님께서 세이건을 똑똑한 사람으로 창조 하셨는데 신을 모르니 그를 광활한 우주로 데리고 가셨다.

하나님의 세계를 보여주신 것이다. 이걸 내가 만들었노라...
그래도 그는 끝까지 불가지론자로 남았다. 과학의 머리, 과학의 세계에서만 신을 바라보았다.
신조차 과학적으로 입증해 보려고 했다. (우주를 창조한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좀 더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이와 같은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려면 우주에게 시작은 없었다는 확고한 증거가 있어야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
그렇지만 그가 말한 대로 우주에 떠 있는 점 같은 지구에 사는 인간이 어떻게 그 광활하고 위대한 신의 세계를 과학으로 입증할 수 있겠는가.
그는 신에 대해서만큼은 겸손할 수 없었나보다.


그는 돌고 돌아 과학의 세계에서 신이 말씀하신 겸손과 따뜻함과 화평하게 살아야 할 이유를 과학적으로

입증해 낸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비록 끝까지 불가지론자로 남았지만 나는 그가 천국에 갔다고 믿는다.
그의 정신은 별이 되었다고 믿는다.



IP *.48.4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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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8 06:57:02 *.124.22.184

"생이 제공하는 짧지만 강렬한 기회에 매일 감사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매일 감사하며 살고자 하는 저에게 좋은 글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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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9 18:23:10 *.7.28.140
칼세이건의 '강렬한 기회'를 읽는데, 문득 조셉캠벨의 '살아있음의 황홀'이 떠오르는건 왜일까요. 글, 잘읽었습니다. 혜홍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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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14:32:35 *.130.115.78

저도 초승달 그믐달 구별 못하는데.. ㅎㅎ


어느 분야를 택하든 정상에 있는 사람들은 다 같은 풍경을 보는 모양입니다.

비록 과학의 길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머문 이 길을 따라 정상에 이를 수 있기를...


다시한번 기도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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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18:19:54 *.103.3.17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반쯤 읽다가 책꽂이에 마냥 방치해두고 있는데, 그 옆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가>가 역시 반쯤 읽힌 채로 꽂혀 있습니다. 저는 이과생인데 말이죠 ㅎㅎ 과제 빨리 해치우고 <코스모스> 좀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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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3 22:47:04 *.48.44.227

연대님을 보면 자꾸 박중훈이 생각나서리..책읽는 배우 같아요. 인생수업 아직 못읽었어요. 숙제 먼저 하느라고.

우리 삼총사님들, 책읽으며 지내는 1년 건강관리에 유의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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