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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17일 11시 49분 등록
#1. 프롤로그

내가 톰 피터스의 책을 처음 만난 건 2002년, 초여름이었다. 복학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대구에 머물던 때, 한 서점에서 작은 연두색 책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제목은 'Wow 프로젝트 1. 내 이름은 브랜드다 (The Brand You 50)'. 월드컵으로 나라 전체가 뜨거웠던 그 때, 나는 그의 책에 흠뻑 빠져들었고, '브랜드 유(Brand You)'란 개념을 제법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직장을 다니던 2005년 봄, 나는 그의 책 '미래를 경영하라!(Re-imagine!)을 만났다. 단번에 시선을 잡아 끄는 커다랗고 컬러풀한 책. 읽는 책이 아닌, 보는 책에 가까운 그의 새 책은 또 한번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가 말하는 변화와 혁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 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 때, '맥, 관, 연, 동, 파'란 다섯 개의 키워드가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

이번 주 연구원 과제로 톰 피터스의 책을 들추다 보니, 한 때 나를 사로잡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묻혀 있었던 다섯 개의 키워드들이 다시 떠올랐다. 나는 그 키워드들을 변화의 원(the Circle of Change)이라 이름 짓고, 머리 속에서 맴돌던 개념들을 이 글을 통해 한 번 풀어내 보려 한다.

#2. 변화의 원(the Circle of Change)

톰 피터스는 '변화만이 살 길'이라고 말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역동적으로 변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변화의 시대, 창조의 시대에는 끊임없이 혁신하는 것만이 앞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비법이라 한다. "튀지 않으면, 사라질 것이다!(Distinct or Extinct!)"라고 감히 단언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변화와 혁신을 하는데 일종의 단계가 있을까? 만일 있다면 어떤 순서에 따라 진행되는 것일까? 나는 그 단계를 '맥, 관, 연, 동, 파'란 다섯 개의 키워드로 정리해보았다.



1) 맥(脈) : 변화의 흐름을 읽는다.
2) 관(觀) : 흐름 속의 핵심을 파악한다.
3) 연(連) : 핵심을 연결하여 새로운 길을 만든다.
4) 동(動) : 지금 실행한다.
5) 파(波) : 다시 시작한다.

이제 각각의 키워드를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1) 맥(脈) : Think & Feel

"만물은 유전(流轉)한다." - 헤라클레이토스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우리 눈에는 멈추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은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통찰력을 갖추고 있다면, 이렇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규칙성 속에서도 일정한 패턴을 찾을 수 있다. 이런 통찰력을 갖추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맥킨지는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와 'So What? / So Why?'와 같은 분석적 방법 툴을 제시한다. 그러나 정확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런 논리적인 접근 뿐 아니라 감성적인 접근 또한 필요하다. 피터 드러커는 말한다. "인간은 특별히 논리적이지 않은 반면에 지각 능력이 있다. 바로 그것이 인간의 강점인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그런 우리의 능력을 '블링크(Blink)'란 용어를 통해 풀어내기도 했다.

변화를 읽고 싶다면 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생각(think)하는 동시에, 현장에 나가서 흐름을 느껴야(feel) 한다. 답은 당신과 세상 사이, 창문 안과 밖 사이에 존재한다.

2. 관(觀) : Find & Define

“해가 져야 저녁별을 볼 수 있다” - 헤라클레이토스



우리는 ‘태양’이 너무 밝기 때문에 별들을 보지 못한다. ‘저녁 별’은 태양이 없을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우리는 별이 늘 그 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발견이라는 것은 언제나 거기에 있었지만 다른 것에 가려져 있던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이다. 새로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찾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우리가 평소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 너머를 보아야 한다. 요로 다케시가 말한 '자신이 알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정보를 차단해버리고 마는',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바보의 벽' 너머를 보아야 한다. 그는 조언한다. "정보가 아니라 자연을 배워야 합니다."

이것은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 마티스는 거의 수백 , 수천 번은 그렸을 비둘기 한 마리를 그릴 때도 생전 처음 보는 듯, 한 손에 꼬옥 붙잡은 채 다른 한 손을 놀렸다. 단순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현실 너머를 보는 힘은 바로 그 '오직 모를 뿐'의 마음 가짐에서 시작된다.

핵심을 찾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영혼을 찾기 위해서는, 소비자 마음을 읽기 위해선, 비즈니스의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늘 익숙해져 있던 어른의 좌뇌가 아닌, 어린 아이의 우뇌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 남이 이미 본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다.

3. 연(連) : Link, Sync & Create

“연관 없는 것들이 만나 조화를 이룬다” - 헤라클레이토스



연관 없는 것들을 연결시켜라. 같은 아이디어를 계속 연결시키면 점점 예측하기 쉬워진다. 빤히 들여다보이는 진부하고 상투적인 결과물은 그렇게 나온다. 다른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이해하는 감수성에서 시작해서 그들이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보여줘야 한다.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고(Link), 공통점을 이어주어라(Sync). 그것이 이전의 것들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되었다면 그것이 바로 창조이다(Create). 르네 마그리트가 낮의 하늘과 밤의 풍경을 연결하자 아름다운 '빛의 제국'이 탄생했고, 프랭크 게리가 물고기의 비늘 구조와 첨단 비행기 절단 가공 기술을 연결하자 미래적인,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박물관'이 탄생했다.

루치아노 데 크레센초는 노래한다. "우리는 한쪽 날개만 가진 천사, 서로를 안을 때만 하늘을 날 수 있다."

4. 동(動) : Motion & Emotion

“태양은 날마다 새롭다” - 헤라클레이토스



태양은 날마다 새롭다. 우주는 변화한다. 우리의 마음도 날마다 변한다. 모든 것이 변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지금 당장 시작해라. '사랑과 열정은 산도 옮길 수 있다.'

죠셉 슘페터는 말한다. "혁신이란 지식의 행위라기 보다 의지의 행위이다." 아인슈타인이 위대한 이유는 천재적 직관보다는 오히려 그의 집요함에 있다. 그가 상대성 이론을 증명해내는 데에는 무려 10년이 걸렸다. "일류와 삼류의 차이는 바로 실행력이다."

그러면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는가? 우리가 여기에 멈춰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자신을 움직이는 '마음의 불꽃'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움직인다.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열정이다. 사랑이다. 꿈이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바로 그 순간이다.

T. S. 엘리엇은 '프루프록의 사랑 노래'에서 노래한다. '"해낼 수 있을까? (Do I dare?)", '"해낼 수 있을까? (Do I dare?)" … "내 감히 / 우주를 흔들어 놓을 수 있을까? (Do I dare / Disturb the universe?)"

그러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첫 발걸음을 떼기 전에는 우주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5. 파(波) : Flux

“원에서 끝은 다시 시작이다” - 헤라클레이토스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은 오늘 새로움을 향해 한걸음 나아갔는가?

로저 본 외흐는 말한다.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익숙한 것들을 향해 뒷걸음질치는 경향이 있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말한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하지만 우리는 닫힌 문만 열심히 쳐다볼 뿐, 우리에게 열려있는 다른 문은 보지 않는다."

변화를 하기 위해서는 실패는 필수이다. 때론 넘어지고, 때론 깨져야 한다. 톰 피터스는 "멋진 실패에는 상을 주고, 평범한 성공에는 벌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익숙한 방법으로 행동하면 안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저 그런 성공 밖에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남이 시키는 대로 살 수 밖에는 없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피터 드러커가 조언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변화 속에서 살아야 한다. 이제는 혼란이 일상이다. 운 좋게 성공했으면 그 성공을 버려라. 실패했으면 또 다시 실패해라. 하나의 문이 닫혔다면, 또 다른 문을 찾아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라. 우리의 인생에 완성이란 없다.

#3. 에필로그

'변화와 혁신의 전도사', 톰 피터스는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그의 책과 강연을 통해 우리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을까? 두 가지 핵심 키워드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감히 '초우량(Excellence)'과 '실행(Execution)을 선택하겠다.

* 초우량(Excellence)을 향해 나아가라!

자신의 잘 하는 것을 발견하고, 최상이 될 때까지 밀고 나가라. 평범한 짓거리를 그만두고 최고를 향해 나아가라. 최고 중의 최고를 넘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되어라.

* 일단 실행(Execution)하라!

계획 따윈 집어 치워라. 일단 실행하라. '조준만 하지 말고 발사해라.' 실행하기 전에는 그 무엇도 알 수 없다. '땅을 파야 기름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해라. 자신만의 변화의 수레바퀴를 돌려라! 일단 구르기 시작한 바위는 쉽게 멈추지 않는다. "롤러블레이드를 탄 지브롤터의 바위"처럼.

IP *.249.16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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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on
2007.09.17 12:53:40 *.60.237.51
핵심적인 키워드를 뽑아내고, 그것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솜씨에 감탄함.
두둥, 구르기 시작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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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07.09.17 16:15:14 *.73.2.22
도윤아. 갈수록 구체적이고 선명, 부드러워지는 너를 보게 되네..
이번 책을 읽으며 도윤이 생각이 많이 났더랬는데..
톰피터스가 에센셜 디자인에서 말하는 인물이 딱 너같은 사람이지 않을까?
아.. 참..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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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9.17 23:30:45 *.232.147.138
맥,관,연,동,파..... 아주 좋은 모델같아요.
이 모델이 우리가 변화하는데 실제로 잘 활용되려면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요? 그냥 단계별로 설명하는 것 말고 말이에요.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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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
2007.09.21 08:39:17 *.249.162.56
리욘님, 소현 누나, 땡큐~ 너무 과찬이라 부끄럽네요..^^;;

승오야, 활용의 문제에 있어선... 일단 실험해보는 수 밖에 없겠구나. 실험을 통한 증명, 그래야 힘이 생기고, 응용력이 생기는 거겠지. 그리고 그 실험대상은 우선 내 자신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구.. 행동이 뒷받침되어야 말에 힘이 생기는 것일테니...

계속 비가 오네.. 환절기에 건강 잘 챙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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