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海瀞 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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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사람도 있어줘야
얼마 전 거의 3년 만에 학교 동아리 사람들과 조촐한 모임을 가졌다. 그 동안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바삐 걸어가느라 다같이 모일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말이 더 정직한 변명일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우리는 각자 돌아가면서 그간의 생활과 현재의 삶,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한 브리핑을 하느라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정신 없이 떠들어댔다.
우리 중에는 외시 합격생도 있었고, 대학원생도 있었고, 대기업 회사원도 있었고, 금융계 종사자도 있었고, 그리고 나도 있었다. 찰스 핸디가 정의 내린 코끼리의 편에 서 있는 그들과 벼룩의 편에 서 있는 나, 이렇게 그림은 그려졌다. 참 재미있는 그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은 나를 가장 궁금해 한다. 언제나처럼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 않는 나이기에, 나는 그냥 나중에 책 나오면 많이 팔아달라는 의미심장한(?) 말만 던져주고 약간의 신비주의 모드로 나아간다.
나는 이상하게 그들이 전혀 부럽지가 않다. 그들이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들이 하루하루 직면하게 될 그 생활이 빤히 보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냥 내 현재의 삶에 대해 스스로 만족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진정 나의 스물일곱을 나쁘지 않게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레 겉으로 드러나나 보다.
며칠 전 만난 내 대학교 베스트 프랜드가 나에게 이런 말을 건넨 것을 보면 말이다.
“너, 참 좋아 보인다”
힘들었던 순간마다 옆에 있어줬던 그녀이기에, 그 말이 더 가슴에 와 닿았다. 그녀에게 그 동안의 일들을 이야기해 주며, 나는 내 머릿속에서 내 삶을 되돌아 보고 있었다. 한 마디로 2007년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중간점검 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었다. 그리고는 결론 내리기를, 나는 대략 ‘매우 잘 지냄’과 ‘최고로 잘 지냄’ 사이의 어딘가 쯤에 와 있다고.
물론, 여기까지 오는 데 결코 쉽지만은 않았음을 고백한다. 남들은 한 번 할까 말까 할 때에 나는 두 번씩이나 사직서에 싸인 해야 했고, 부모님으로부터의 무언의 압박도 견뎌내야 했고, 사회생활 하면서 쌓여만 갔던 가슴의 상처들을 보듬어 줘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조금씩 내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마냥 뿌듯하고 사는 게 참 즐겁다. 부모님도 마음이 편해지셨는지 요즘은 재미있는 대화가 오고 간다. 한 번 공유해 본다.
엄마 왈(나를 째려보며): “으이그, 내가 어쩌다가 저런 괴물을 낳았을까. 너 괴물 맞지?”
아빠 왈(엄마를 위로하며): “아냐, 괜찮아. 잘했어. 괴물 낳아서 잘 키우기도 힘든 건데 당신 참 장해. 수고했어, 그렇게 하기도 참 힘든데 말이야. 큰 일 해냈어”
나, 이 대화의 중간에 끼어 그냥 자지러지게 웃었다. 말은 그렇게 하셔도 누구보다 나를 믿고 지지해주시는 두 분임을 알기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요즘은 내가 하고 있는 모든 프리랜서 일에 깊이 관심 가져 주시고,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다.
여기에 내가 잠시 가르쳤던 학원 아이들도 한 몫 톡톡히 한다. 고맙게도 내가 계속 학원에 남아 있어주길 바라는 아이들도 있고, 한 아이는 내 홈페이지에 찾아와 이런 말을 남기고 갔다. “선생님, 그냥 학원에 눌러 앉아도 될 텐데……”
아직은 모든 것이 미정인 상태이지만, 그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맙고 나에게는 큰 힘이 되어준다. 그들이 나를 원한다는 것은 일종의 작은 브랜딩이 싹트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를 팔 수 있는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 학교선배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대뜸, 몇 년 후에 아예 학원을 차리라고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조언을 해준다. 그러면서 자신이 아낌없이 투자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물론,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지만 말이다. 감사하게도 내가 창업하면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다. 나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냥 웃고 넘기곤 하지만, 그런 말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크고 작은 활력소가 되어준다.
나에게는 꿈이 있다. 바로, 21세기형 현모양처이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를 띠게 될지는 나도 아직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는 내가 가진 재능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것과 내 남편과 함께 가정을 승리로 이끄는 공동 CEO가 될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해준다. 내가 결코 평범한 사상을 가진 아이가 아니라고. 이에 대해 나는 뭐라 해줄 말이 없다, 이 말 밖에는.
“나 같은 사람도 있어줘야 이 세상 사는 게 재미 있지 않을까요?”
IP *.6.5.241
얼마 전 거의 3년 만에 학교 동아리 사람들과 조촐한 모임을 가졌다. 그 동안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바삐 걸어가느라 다같이 모일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말이 더 정직한 변명일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우리는 각자 돌아가면서 그간의 생활과 현재의 삶,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한 브리핑을 하느라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정신 없이 떠들어댔다.
우리 중에는 외시 합격생도 있었고, 대학원생도 있었고, 대기업 회사원도 있었고, 금융계 종사자도 있었고, 그리고 나도 있었다. 찰스 핸디가 정의 내린 코끼리의 편에 서 있는 그들과 벼룩의 편에 서 있는 나, 이렇게 그림은 그려졌다. 참 재미있는 그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은 나를 가장 궁금해 한다. 언제나처럼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 않는 나이기에, 나는 그냥 나중에 책 나오면 많이 팔아달라는 의미심장한(?) 말만 던져주고 약간의 신비주의 모드로 나아간다.
나는 이상하게 그들이 전혀 부럽지가 않다. 그들이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들이 하루하루 직면하게 될 그 생활이 빤히 보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냥 내 현재의 삶에 대해 스스로 만족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진정 나의 스물일곱을 나쁘지 않게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레 겉으로 드러나나 보다.
며칠 전 만난 내 대학교 베스트 프랜드가 나에게 이런 말을 건넨 것을 보면 말이다.
“너, 참 좋아 보인다”
힘들었던 순간마다 옆에 있어줬던 그녀이기에, 그 말이 더 가슴에 와 닿았다. 그녀에게 그 동안의 일들을 이야기해 주며, 나는 내 머릿속에서 내 삶을 되돌아 보고 있었다. 한 마디로 2007년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중간점검 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었다. 그리고는 결론 내리기를, 나는 대략 ‘매우 잘 지냄’과 ‘최고로 잘 지냄’ 사이의 어딘가 쯤에 와 있다고.
물론, 여기까지 오는 데 결코 쉽지만은 않았음을 고백한다. 남들은 한 번 할까 말까 할 때에 나는 두 번씩이나 사직서에 싸인 해야 했고, 부모님으로부터의 무언의 압박도 견뎌내야 했고, 사회생활 하면서 쌓여만 갔던 가슴의 상처들을 보듬어 줘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조금씩 내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마냥 뿌듯하고 사는 게 참 즐겁다. 부모님도 마음이 편해지셨는지 요즘은 재미있는 대화가 오고 간다. 한 번 공유해 본다.
엄마 왈(나를 째려보며): “으이그, 내가 어쩌다가 저런 괴물을 낳았을까. 너 괴물 맞지?”
아빠 왈(엄마를 위로하며): “아냐, 괜찮아. 잘했어. 괴물 낳아서 잘 키우기도 힘든 건데 당신 참 장해. 수고했어, 그렇게 하기도 참 힘든데 말이야. 큰 일 해냈어”
나, 이 대화의 중간에 끼어 그냥 자지러지게 웃었다. 말은 그렇게 하셔도 누구보다 나를 믿고 지지해주시는 두 분임을 알기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요즘은 내가 하고 있는 모든 프리랜서 일에 깊이 관심 가져 주시고,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다.
여기에 내가 잠시 가르쳤던 학원 아이들도 한 몫 톡톡히 한다. 고맙게도 내가 계속 학원에 남아 있어주길 바라는 아이들도 있고, 한 아이는 내 홈페이지에 찾아와 이런 말을 남기고 갔다. “선생님, 그냥 학원에 눌러 앉아도 될 텐데……”
아직은 모든 것이 미정인 상태이지만, 그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맙고 나에게는 큰 힘이 되어준다. 그들이 나를 원한다는 것은 일종의 작은 브랜딩이 싹트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를 팔 수 있는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 학교선배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대뜸, 몇 년 후에 아예 학원을 차리라고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조언을 해준다. 그러면서 자신이 아낌없이 투자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물론,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지만 말이다. 감사하게도 내가 창업하면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다. 나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냥 웃고 넘기곤 하지만, 그런 말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크고 작은 활력소가 되어준다.
나에게는 꿈이 있다. 바로, 21세기형 현모양처이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를 띠게 될지는 나도 아직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는 내가 가진 재능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것과 내 남편과 함께 가정을 승리로 이끄는 공동 CEO가 될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해준다. 내가 결코 평범한 사상을 가진 아이가 아니라고. 이에 대해 나는 뭐라 해줄 말이 없다, 이 말 밖에는.
“나 같은 사람도 있어줘야 이 세상 사는 게 재미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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