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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24일 09시 54분 등록
살다보면 공연히 주위환경에 의해 일이 꼬일 때도 있다. 늘 ‘이번엔 잘해야지, 빨리 후딱 해치워야지’를 외쳐보지만 언제나 마감 직전 임박형이다. 이번에도 예외 없이 책읽기부터 늦어진다. 언제 읽고 언제 쓸 것인가. 내심 마음에 부담감을 지니며, 내 일과 보다는 주위의 요청에 더 바쁘다. 그래도 어쩌랴, 중요한 일 보다도 더 급히 도울 일이 있을 때에는 도리가 없질 않은가. 더군다나 해결사가 나밖에는 없는데다가, 때마침 명절연휴가 끼어 시간이 없으니 처리와 수습에 동분서주 마음이 바쁘다.

엊저녁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차를 타고 걸으며 여기저기 친지의 심부름 몇 군데를 돌고 나니 피로감이 몰려왔다. 저녁을 먹지도 않고 씻지도 않은 채 그대로 잠이 들었던가보다. 시간을 보니 11시, 덜컹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비몽사몽간에도 캄캄한 주위를 살펴본다. 아직 밤이다. 다음날 아침은 아닌 것이다. 아직 더 자도 되겠다. 눈꺼풀이 왜 이리 안 떨어지는가.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다. ‘10분만 더 자고 일어나야지’ 하고는 금방 잠이 들었나 보다. 꿈결에 무언가를 아주 열심히 논쟁을 벌이며 연결하며 글을 썼다. 리뷰와 칼럼 가운데 한 가지를 마쳤다는 안도감에 기분 좋게 잠을 깨보니, 으앙~ 허망하게도 아무것도 없다. 그새 새벽 2시, 10분만 자려고 그랬는데 벌써 3시간이나 흘렀단 말인가. 헉~그래도 다행이다. 아직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으니까.

어기적 비틀거리며 꾸역꾸역 일어나서 다시 새벽녘에 책을 펼쳐놓고는 읽겠다고 배를 깔고 엎드려서 몇 장을 넘겼다. 그리고는 스르르 눈이 또 감겼던가 보다. 조금만 더 자도 괜찮을 거야. 나는 내게 속삭였다. 조금만 더 자고 차라리 맑은 정신에 읽어야지. 왜 자꾸 졸릴까를 생각하며 깊이 잠에 빠져들었던 모양이다.
또 열심히 글을 썼다. 이번에는 진짜 완성이다. 아까와는 달라. 봐, 여기 사람들이 보이잖아. 사람들이 잘했다고 나를 칭찬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모두들 밝은 얼굴이고 나는 무언가를 완성하고 흡족한 발표를 한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하고 핏대를 올리다 시피 해가며, 내 말의 요지를 일목요연하게 간추려 머릿속에 입력시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뭐가 어떻고를 정리하여 행여 잊어버리지 않도록 몇 번이고 다짐하듯 마무리하고, 이제 다음 할 것을 준비하면 되었다. 이건 실제 상황이야. 이번엔 꿈이 아니지 했다. 순간, 휴대폰의 알람이 열심히 울려댄다. 어?, 으악?? 웬걸, 또 꿈결이었다. I~ C, 몰~라. 으흐흑.

이맘때 환절기엔 늘 고생을 한다. 눈이 딱 붙어 버리고 눈곱이 끼면서 까칠까칠하다. 눈이 시리고 따갑다. 아마도 노안 증세의 하나인 안구건조증까지 겹쳐 더 그런 것이다. 약을 먹으면 당연 졸리고 약을 안 먹어도, 그저 계속 자야 만사가 편하다. 특히 봄ㆍ가을 연중행사로 치러지는 알레르기는 차라리 아예 춥거나 더워야 사라진다. 눈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놈이 코를 타고 내려와 코 속을 간질이며 한 번씩 재채기를 유발시키면, 실내가 떠나가도록 요란하다. 모르긴 몰라도 그 파편 또한 멀리 튈 것이다. 코 속은 왜 이리 열기가 느껴지면서 건조하게 메마르는 것인가. 열통 터지게스리 어느 놈이 내 콧구멍에 대고 군불이라도 지펴대며 염장을 지르는 것인지 화끈화끈 열기가 뻗친다. 이것을 무심코 두었다가 한번만 더 한기가 몸을 감돌게 방치했다가는 영락없이 목감기가 되어 목구멍까지 꺼칠꺼칠 캑캑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뻔할 뻔자로 점령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지 싶다. 아직은 목구멍까지는 내려가지 않았지만 얼굴은 가려워 근질근질 하다. 몸도 공부하기 싫은 놈 억지로 앉혀놓고 숙제할 때처럼 여지저기 긁적대기 일쑤다. 그러니 얼굴 긁다가 눈 비비고, 콧물 닦다가 코가 으스러져라 코 주위 비벼대며 급기야 콧구멍까지 후벼 파게 되는 등, 온통 손이 가만있질 않으니 무슨 책의 내용이 들어올 것인가.

게다가 친지가 부탁해 오는 일거리를 처리해 주어야 한다. 시간은 없고 일거리는 쌓여가고 마음에 부담이 갈밖에.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그래서 그 헛된 망상에 가까운 꿈을 연거푸 꿔대고 있는가 보다. 심리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생각하는 대로 꿈을 꾸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틀리는 것 같지는 않다. 뇌에 입력되는 수많은 일상 가운데, 마음에 남아있거나 짓누르는 것이 있다면 잠재의식 중 그것에 매달리게 되고, 그것이 바로 강박 증상처럼 나타나게 되는 것이 꿈이 아닐까 유추되기까지 하니 말이다. 어쨌거나 이 해프닝은 컴퓨터 앞에서 종일 완성한 작업을 순식간에 날려버리던 날처럼 허무하기 짝이 없다.

다시 꿈결에 내가 무엇을 썼던가를 더듬어 본다. 글과 벗들이 온통 이리저리 나부끼고 무척 화기애애하게 피드백을 나누며 멋지게 해낸 것 같은데, 그러면서 무얼 연결하려고 애썼던 것 같은데 말이다. 연결, 연결, 연결... 생각이 날듯 말듯 기억이란 놈이 드문드문 알맹이는 잡히지 않고 거죽만 환하게 고무풍선처럼 주렁주렁 달려 맴돈다. 분명히 꿈결에서는 찾아냈었는데, 지금은 마치 유령처럼 형상만 남아 떠도는 것이다. 아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라 발을 동동 구르고, 가슴팍을 쳐대며 아무리 기억을 짜내 봐도 더 이상 나오질 않는다. 추석이라고 조상신들이 내려 오사 도와는 주고 싶으시나, 위인의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그마저도 제대로 받들지 못하는가 보다 하는 생각에 이르니, 밤새의 꿈결이 더 없이 안타깝고 속절없다.

어쩌겠나, 왠수 같은 글쓰기를 하겠다고 멋모르고 달려든 것이 원인이라면 원인인 것을.
그리고 그렇게 저렇게 글쓰기를 시름하는 것이 이 초가을 추석명절을 앞두고 벌이는 낭만적인 해프닝은 아니겠는가. 스스로 달콤 씁쓸한 위안을 가져본다.
“♪무작정 당신이 좋아요, 이대로 곁에 있어주세요.♬~” 하는 이맘때면 늘 흘러나오는 가수 임수정의 노래가사처럼 ‘그래도 글쓰기가 좋아요, 이대로 나아가게 해 주세요.’라고 듣거나 말거나 조상님께 외치며 한가위 바쁜 글쓰기를 해나간다. 무작정 사랑하는 것이 오롯한 사랑이기라도 한 것처럼 쓰고 또 쓰고 날마다 쓸 뿐이다. 꿈결에도 튀어나오는 소망 같은 글쓰기를 말이다.



.............. 추석 명절 잘 쇠세요. 덩더 쿵덕쿵 얼쑤! 에헤라 디여~ ..............
IP *.70.7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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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9.27 10:42:44 *.99.242.60
역시 이번에 글쓰기는 만만치가 않더라우.
마음이 멀리 떠나있어서 그런가...
예전같으면 두서너개 소재를 가지고 선택의 고민이 있었는디.
이번에는 추석다운 글도 제대로 쓰질 못해서 좀 서운.
보름달과 같이 둥글고 풍요로움이 함께 하길..
하고 소원 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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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9.28 00:28:39 *.70.72.121
변.경.연 우덜 가족 모두 추석에 이어 이 가을 풍요로움이 함께 하길 빌지라.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이길 말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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