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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24일 08시 57분 등록

아이들에게 올 추석 선물로 무엇을 줄까 고민하다 한 가지 괜찮은 선물을 준비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의미도 있지만 그동안 개인적으로 내가 갖고 싶었던 선물이기도 합니다. 특히 <코끼리와 벼룩>의 저자 찰스 핸디의 권유로 이번에 큰 마음먹고 샀습니다.

“나는 경쟁자들의 책을 읽는 것을 중단했다. 그 대신 개념을 찾기 위해 역사책, 전기, 소설들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 책들은 인생의 여러 가지 문제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고 또 인생이야말로 내가 환히 밝혀서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고 싶은 문제였다.” (p 274)

결과적으로도 썩 좋은 선물임이 증명되었습니다. 다름 아닌 만화책 <미스터 초밥왕> 입니다. 그것도 아이들 대상으로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그린 만화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선물로 선택한 이유는 내용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발간된 때부터 일본에서는 천만권이상이 팔려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내 대기업에서는 전 사원들에게 세트로 선물하면서 필독서로 권장하기도 하였고, <식객>이라는 국내 음식만화의 붐을 일으킨 원조이기도 합니다.

홋카이도 오타루의 조그만 초밥집 아들 ‘세키구치 쇼타’가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가기 위해 동경에 있는 유명 초밥집인 ‘오오토리 초밥’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형 초밥 체인점인 ‘사사초밥’에 밀려 아버지 초밥 가게가 어려워지자 평범한 중학생이었던 쇼타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나서고, 초밥 명인인 오오토리 사장 눈에 들어 동경으로 가게 됩니다. 허드렛일과 밥짓기부터 시작해서 혹독한 수련을 쌓아 나간 쇼타는 선배인‘사지 안토'를 제치고 신인 초밥요리사 대회에 출전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수많은 경쟁자들을 만나며 마침내 전국대회 우승을 거머쥐고 일본 최고의 초밥 요리사로 등극한다는 것이 전체적인 줄거리입니다.

줄거리는 아주 단순한 내용이지만 ‘고객을 위한 마음’과 ‘한 길로 매진하는 열정’등 각 에피소드마다 시사하는 바가 매우 다양해서 배울 점이 무척 많습니다. 또한,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장면이나 표정들을 매우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조금 과장된 부분도 없지 않지만 주제가 픽션인데다가 만화라는 제한된 표현도구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전달하고자 바는 충분히 설득력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점이 만화책이면서도 나이를 불문하고 수많은 대중에게 읽히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그 외에 개인적으로는 찰스 핸디가 설명한 몇 가지 소중한 내용을 이 책에서 발견하였습니다. 첫째로 ‘남들보다 더 잘하려고 하기 보다는 남들과 다르게 하라.’ 라는 말입니다. 주인공 쇼타는 어린 나이이기에 여러 가지 점에서 경쟁자들보다 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단점을 극복한 점 중에 한 가지가 바로 남들과 다르게 한다는 것입니다. 잘하는 사람과 같은 방법으로는 도저히 쫓아갈 수 없는 부분을 자신만의 재능과 노하우로 경쟁을 하여 이겨낼 수 있다는 점을 아주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둘째, “실험을 해보라. 마음에 드는 것은 뭐든지 해보라.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열정으로 성숙하게 될 때까지 그것을 당신 인생의 중심으로 여기지 말라. 그것은 오래가지 못할 테니까.” 인생은 우리가 가지고 놀 수 있는 유일한 것입니다. 이 소중한 것에 열정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 점을 이 만화책에서는 많은 등장인물을 통해서 다양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열정은 어려운 시기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삶을 지탱해줍니다.

우습게보았던 만화책 속에서 심오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니 만화책 속에 담긴 ‘아무리 쓰레기라도 쓸 데가 있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우리는 어떤 쓸모를 갖고 태어났을까요? 아니 초밥왕의 주인공처럼 어떤 왕이 될 수 있을까요? 이번 추석 연휴에 다시 한번 나 자신에게 물어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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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2007.09.26 13:00:57 *.75.15.205
고우영님께서 벌떡 일어나고 이현세님께서 통탄하겠구려. 만화를 우습게 보다니... ㅋㄷㅋㄷ

참 좋은 선물이네그려. 여해아우님은 참 훌륭한 훈장님이 될 것이외다.
그리고 만화 한번 써보는 것은 어떠우? 정화와 함께. 환상이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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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10.04 09:39:39 *.132.71.10
집에 만화책 몇 질이 있습니다. 만화에는 이야기와 그림이 있어서 좋습니다.

어린시절 TV 만화에 열광했던 것은 거기에는 어른들이 다 들려주지 못한 진한(?) 인생 이야기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이 특별한 선물을 받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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