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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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처방전 – 일곱 살 엄마와 화해하고 싶어요
저는 올해 마흔의 여성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엄마는 늘 일곱 살 어린 아이의 상태였습니다. 엄마가 왜 그렇게 된 건지 저는 모릅니다. 선천적인 장애인지 사고로 얻은 병인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여태 엄마를 엄마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늘 원망스러웠습니다. 엄마가 싫어서 성인이 되자 마자 집을 나왔습니다.
얼마 전에 엄마 몸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뒤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어린 아이처럼 순수했던 엄마의 미소만 떠오릅니다. 지금이라도 엄마를 찾아가도 될까요? 엄마가 저를 알아볼까요? 일곱 살 엄마와 화해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연을 받고 한참 동안 고민했습니다. 길에서 우연히 일곱 살 또래 여자아이를 만나면 보내주신 사연이 떠올랐습니다. 마흔이 훌쩍 넘어도 엄마라는 역할이 버겁기만 한데 일곱 살 엄마는 어땠을까, 일곱 살 엄마와 함께 해야 했던 딸의 삶은 또 어땠을까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모른 척 답장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권정생의 <사과나무 밭 달님>을 소개합니다. 필준이 어머니 안강댁은 ‘얼빠진’ 할머니입니다. 베개를 업고서 소꿉놀이를 하고 고기가 먹고 싶다 장 구경을 가고 싶다 하며 아들을 졸라 댑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어머니 때문에 필준이는 국민학교도 3학년까지만 다니고 그만두었습니다. 열 두 살 때부터 거지 노릇을 하고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해서 겨우 먹고 살았습니다. 마흔이 되도록 장가를 못 가고 어머니 때문에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았지만 필준이는 어머니를 탓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냅니다. 어머니와의 일상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필준아, 내가 나쁜 어미야…….”
안강댁은 정신이 좀 들면 하염없이 필준이를 건너다보며 말꼬리를 흐리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왜 나쁘셔요?”
“내가, 내가 미친 사람이지 않니……”
필준이는 그만 목이 꽉 메었습니다. 온통 주름투성이 어머니의 얼굴이 너무도 애처로웠기 때문입니다.
‘불쌍한 어머니.’
<사과나무 밭 달님>를 읽고서 오랜만에 엄마를 뵀는데 엄마 모습에서 안강댁이 보였습니다. 주름 가득한 얼굴에 드문드문 빠진 이 때문에 움푹 페인 볼이 너무나 애처로웠습니다. 끝이 없는 기대로 부담주는 엄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엄마를 오해했던 것 같습니다. 내 삶이 내 맘대로 되지 않은 걸 엄마 탓을 했던 것 같습니다. 곁에 있어서, 살아 계셔서 눈물 나게 고마운 존재가 바로 엄마였습니다.
더 늦기 전에 엄마를 찾아가세요. 엄마를 뵙기 전에 <사과나무 밭 달님>을 읽어보세요. 일곱 살 엄마와의 만남에 필준이와 안강댁이 함께 해 줄 거예요. 저도 마음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
격주 월요일에 발송하는 마음을 나누는 편지 '가족처방전'은 필자와 독자가 함께 쓰는 편지입니다. 가족 관계가 맘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고 계시다면 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마음을 다해 고민하고 작성한 가족처방전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김정은(toniek@naver.com)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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