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時田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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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 삶의 이야기꾼이며 당신만의 전설을 창조할 수 있다." - 소설가 이사벨 아옌데
#1.
아내가 직장을 그만두었다.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나도 하루를 쉬었다. 남들이 일하고 있는 평일에 쉰다는 건 조금 낯설지만 참 여유로운 기분을 준다. 가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9월, 우린 조금 들뜬 마음으로 외출을 나섰다.
우선 극장에 들러 영화를 한 편 골랐다. 관객이 별로 없는 영화관에서 팝콘과 콜라와 함께 여유롭게 영화를 본 뒤, 삼청동을 향했다. 조금 늦은 점심으로 홍합밥을 맛있게 먹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여태 가보지 못했던 작은 북카페에 들렀다. 편안한 음악이 흐르는 그 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찰스 핸디의 책을 펼쳤다. 제목처럼 매력적인 책, '코끼리와 벼룩'이다.
따뜻한 목소리를 가진 옆집 할아버지 같은 찰스 핸디의 책은 그날 오후, 창가에 내리던 가는 빗줄기처럼 편안했다. 읽은 이에게 무언가를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고, 조용히 물 흐르듯 흘러갔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나는 그의 글 속에 깊이 빠져 들어 있었다.
그의 편안하지만 통찰력 있는 글을 읽으며 앞으로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의 미래와 직장인들의 미래,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 것이며, 또 어떻게 변화를 시작할 것인가, 등등 두서 없는 고민들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일말의 불안감과 함께 '나는 현재의 직장에서 대체 무엇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찰스 핸디는 말한다. "자기 자신을 알려면 먼저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나는 이렇게 되뇌며 나를 다독였다. '이 순간의 방황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이 곳에서 무엇이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지, 내가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 내가 아닌 것들은 무엇인지를 배우고 있다. 나는 내 인생의 중심이 될 '하나의 열정'을 만들어내기 위한 치열한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2.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주위엔 어둠이 내렸고, 가로등이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났다. 잠시 비가 그친 저녁 하늘은 초가을 특유의 푸른 빛으로 저물고 있었고, 삼청동 거리는 몽골 울란바토르의 8월 저녁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 속에 푹 잠겨 있었다.
우린 책을 접고, 북카페를 나와 잠시 거리를 걸었다. 거리는 비에 촉촉히 젖어 있었다, 시간과 구름은 푸른 강처럼 흐르고 있었고, 골목길 구석 구석은 자기만의 빛깔들로 반짝이고 있었다. 꿈을 꾸는 듯한 길을 걸으며 사진기에 풍경을 담았다. 저녁 7시, 그 순간의 분위기를 스케치했다.
미래를 미리 알 수는 없지만 이제 한가지 사실 만은 분명히 알고 있다. 결국 모든 시작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로부터 나온다는 것. 그리고 그 어디도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 아주 작은 깨달음이지만, 내겐 소중한 첫걸음이다.
지난 주, 톰 피터스는 이런 말을 했다.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브랜딩'의 핵심은 '마케팅'이 아니라 전적으로 '태도'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 '브랜드 아웃사이드(시장에 내놓은 우리의 경험)'는 '브랜드 인사이드(하나의 기업으로서 우리 개인이나 영혼 속에 있는 것)'에서 나온다."
모든 찬란한 가능성의 씨앗은 바로 지금, 내 안에서 숨쉬고 있다. "우리의 영혼이 우리 내부에 있는 가장 위대한 가능성"인 것이다. 이 가능성의 씨앗을 정성껏 싹 틔워 내는 것이 소중한 인생을 선물 받은 우리의 의무이다.
때문에 우리는 삶이 그리 만만치 않은 것임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가로막는 그 모든 벽들을 넘어서야 한다. 나를 무시했던 것들, 나를 아프게 했던 것들, 미처 자라지도 못한 채 꺽여버린 자신감들, 그 영혼의 상처를 치유해 내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믿어야 한다. 내면의 속삭임을 듣고, 모호한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어야 한다.
나는 어렴풋이 예감한다. '지금이 내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이며, 변화의 시기임을.' 내 안에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던 것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는다. 이리 저리 연결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그 영혼의 파편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이 될 때, 나만의 독특한 이야기는 시작될 것이다.
나는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의 것을 무기로 하여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는 그 누구의 길도 아닌 나만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나는 현재 하나의 높은 산을 오르는 경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내 안의 반짝이는 별을 찾는, 각자의 반짝이는 영혼을 찾는 '서로 다름'의 길을 가는 중이다. 찰스 핸디 할아버지가 이런 내게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중요한 것은 일등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남을 따라하지 말라. 남과 비교하지 말라. 자신을 믿고,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 아무도 가지 않은 자기만의 길을 가라."
기분 좋은 바람이 귓볼을 스쳐 지나간다. 다시 빗방울이 후두둑, 흩뿌리기 시작한다. 나는 지금 내 생의 한가운데 서 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우리 내부에 있는 가장 위대한 '그것'이다." - 르네상스 철학자, 마르실리오 피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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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내가 직장을 그만두었다.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나도 하루를 쉬었다. 남들이 일하고 있는 평일에 쉰다는 건 조금 낯설지만 참 여유로운 기분을 준다. 가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9월, 우린 조금 들뜬 마음으로 외출을 나섰다.
우선 극장에 들러 영화를 한 편 골랐다. 관객이 별로 없는 영화관에서 팝콘과 콜라와 함께 여유롭게 영화를 본 뒤, 삼청동을 향했다. 조금 늦은 점심으로 홍합밥을 맛있게 먹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여태 가보지 못했던 작은 북카페에 들렀다. 편안한 음악이 흐르는 그 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찰스 핸디의 책을 펼쳤다. 제목처럼 매력적인 책, '코끼리와 벼룩'이다.
따뜻한 목소리를 가진 옆집 할아버지 같은 찰스 핸디의 책은 그날 오후, 창가에 내리던 가는 빗줄기처럼 편안했다. 읽은 이에게 무언가를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고, 조용히 물 흐르듯 흘러갔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나는 그의 글 속에 깊이 빠져 들어 있었다.
그의 편안하지만 통찰력 있는 글을 읽으며 앞으로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의 미래와 직장인들의 미래,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 것이며, 또 어떻게 변화를 시작할 것인가, 등등 두서 없는 고민들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일말의 불안감과 함께 '나는 현재의 직장에서 대체 무엇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찰스 핸디는 말한다. "자기 자신을 알려면 먼저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나는 이렇게 되뇌며 나를 다독였다. '이 순간의 방황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이 곳에서 무엇이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지, 내가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 내가 아닌 것들은 무엇인지를 배우고 있다. 나는 내 인생의 중심이 될 '하나의 열정'을 만들어내기 위한 치열한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2.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주위엔 어둠이 내렸고, 가로등이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났다. 잠시 비가 그친 저녁 하늘은 초가을 특유의 푸른 빛으로 저물고 있었고, 삼청동 거리는 몽골 울란바토르의 8월 저녁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 속에 푹 잠겨 있었다.
우린 책을 접고, 북카페를 나와 잠시 거리를 걸었다. 거리는 비에 촉촉히 젖어 있었다, 시간과 구름은 푸른 강처럼 흐르고 있었고, 골목길 구석 구석은 자기만의 빛깔들로 반짝이고 있었다. 꿈을 꾸는 듯한 길을 걸으며 사진기에 풍경을 담았다. 저녁 7시, 그 순간의 분위기를 스케치했다.
미래를 미리 알 수는 없지만 이제 한가지 사실 만은 분명히 알고 있다. 결국 모든 시작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로부터 나온다는 것. 그리고 그 어디도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 아주 작은 깨달음이지만, 내겐 소중한 첫걸음이다.
지난 주, 톰 피터스는 이런 말을 했다.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브랜딩'의 핵심은 '마케팅'이 아니라 전적으로 '태도'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 '브랜드 아웃사이드(시장에 내놓은 우리의 경험)'는 '브랜드 인사이드(하나의 기업으로서 우리 개인이나 영혼 속에 있는 것)'에서 나온다."
모든 찬란한 가능성의 씨앗은 바로 지금, 내 안에서 숨쉬고 있다. "우리의 영혼이 우리 내부에 있는 가장 위대한 가능성"인 것이다. 이 가능성의 씨앗을 정성껏 싹 틔워 내는 것이 소중한 인생을 선물 받은 우리의 의무이다.
때문에 우리는 삶이 그리 만만치 않은 것임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가로막는 그 모든 벽들을 넘어서야 한다. 나를 무시했던 것들, 나를 아프게 했던 것들, 미처 자라지도 못한 채 꺽여버린 자신감들, 그 영혼의 상처를 치유해 내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믿어야 한다. 내면의 속삭임을 듣고, 모호한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어야 한다.
나는 어렴풋이 예감한다. '지금이 내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이며, 변화의 시기임을.' 내 안에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던 것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는다. 이리 저리 연결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그 영혼의 파편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이 될 때, 나만의 독특한 이야기는 시작될 것이다.
나는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의 것을 무기로 하여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는 그 누구의 길도 아닌 나만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나는 현재 하나의 높은 산을 오르는 경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내 안의 반짝이는 별을 찾는, 각자의 반짝이는 영혼을 찾는 '서로 다름'의 길을 가는 중이다. 찰스 핸디 할아버지가 이런 내게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중요한 것은 일등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남을 따라하지 말라. 남과 비교하지 말라. 자신을 믿고,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 아무도 가지 않은 자기만의 길을 가라."
기분 좋은 바람이 귓볼을 스쳐 지나간다. 다시 빗방울이 후두둑, 흩뿌리기 시작한다. 나는 지금 내 생의 한가운데 서 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우리 내부에 있는 가장 위대한 '그것'이다." - 르네상스 철학자, 마르실리오 피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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