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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30일 02시 47분 등록

세상은 더욱 고독해지는데 사람은 고독을 즐길 줄 모른다.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데 핸드폰, 인터넷 등 가볍고 즉각적인 수단에만 얽매여 산다. 글을 쓰고자 하는데 좋은 글을 쓰려는 욕심에 발이 걸려 방향을 자주 잃어버린다. 진정 그 순간을 즐길 줄 모르고 수단이나 결과에 연연해한다.

가끔 어쩌다 의외의 결과를 얻게 되지만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짐 콜린스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오랜 시간동안 많은 자료를 토대로 밝혔듯이 위대한 기업은 한 순간에 이루진 것이 아니다. 모든 일도 마찬가지이고, 위대한 글도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짐 콜린스가 이 책에서 밝혔던 내용들을 글쓰기에도 응용해본다면 글을 쓰면서 고민하던 문제들의 좋은 해답을 얻을 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능력으로도 위대한 글은 고사하고 좋은 글도 못 쓰지만 이렇게 고민하는 과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염치불구하고 글을 써본다.

좋은 글은 많으나 위대한 글은 드물다. 그 이유를 짐 콜린스는 이렇게 말한다. 대개의 경우 좋은 글로 만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것이 위대한 것의 유일한 적이라고 한다. 그럼 어떻게 위대한 글로 나아갈 수 있을까? 짐 콜린스가 제시한 내용을 응용하여 보자.

첫째,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시킨 리더들은 덕을 갖추고 직업적 의지가 매우 뛰어난 사람이다. 패튼이나 시저보다는 링컨이나 소크라테스에 더 가깝다고 한다. 자신의 글에 겸손하여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글을 거울삼아 자신을 돌아보고, 글이 잘 써질 때도 내적인 요인에 우쭐대지 않고 외적인 요인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둘째,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시킨 리더들은 먼저 적합한 사람을 찾고, 그 다음에 할 일을 찾았다. 글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마음에 먼저 침작한 다음, 그 마음이 인도하는 대로 써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내용은 나탈리 골드버그가 쓴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책이 위대한 해답이 될 것이다.

셋째, 스톡데일 패러독스이다. 어려움이 있어도 결국엔 우리가 성공하리라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지니며, 동시에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글쓰기도 힘든 육체적인 노동이다. 어렵고 힘든 과정 속에서도 나는 글을 꼭 쓸 수 있다는 마음과 글을 쓸 때 느끼는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도 글을 쓰는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넷째, 고슴도치 컨셉이다. 강한 열정을 느끼는 일,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일,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충분한 대가를 받는 일을 찾는 것이다. 내가 잘 쓸 수 있는 글, 그 글이 최고가 될 수 있는 글, 그리고 그 글을 쓰면서 자신만의 만족을 느끼는 글을 써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앞의 세 가지 내용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글은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계속해서 글을 쓰며 생각하고 자신에게 물어보는 과정이 반복되어야만 한다. 어쩌면 지루하고 진전이 없어 포기할 마음을 불러올 지도 모른다. 이 단계에서 첫 번째 요건인 굳은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다섯째, 규율의 문화이다. 달리 표현하면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고, 그와 동시에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관리하여야 한다. 이는 매일 규칙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라 하겠다. 글은 쓰지 않으면 쓸 수 없다. 그것도 매일 반복적으로 써야 한다. 이를 위한 체계적인 계획이 반드시 있어야 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일상화하는 것이 부족하다. 이에 대한 확실한 의지와 계획을 가져야 하겠다.

여섯째, 위대한 기업은 기술이 필요할 때 추진력이 아닌 가속페달로 활용하였다. 글도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방법론이나 기술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우선 글을 열심히 쓰다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기술을 익히고 고치더라도 충분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못 쓰는 이유로 내용보다는 맞춤법이나 단어의 부족 등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영문법을 많이 안다고 또는 단어를 많이 안다고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듯이 글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일곱째,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의 전환은 한 순간에 진행되는 법이 없다. 거대하고 무거운 플라이휠을 한 바퀴씩 꾸준히 돌리며 밀고 나갈 때 이루어진다. 위의 6가지 내용을 조금씩 실천하다 보면 가끔은 좋은 글도 쓰고, 그 횟수가 잦아지다 보면 언젠가는 위대한 글을 쓸 날이 있을 것이다. 구본형 선생님도 매일 새벽에 일어나 두 시간씩 글을 쓰고, 1년 뒤에 그 글들을 모으면 한 권의 책이 된다고 한다.

경영의 원리를 글에 응용해보았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고 충분한 성과도 얻으리라 기대가 된다. 진리는 먼 곳에 있지 않으며 경계도 없는 듯하다. 어떤 일이든 실천이 중요하다. 실천만이 변화를 만들고, 그 속에서 발전이 있을 것이다.
IP *.212.16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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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
2007.10.02 10:39:15 *.249.162.56
창용형님, 글쓰기에 대한 고민 잘 읽었습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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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7.10.03 09:36:49 *.128.229.81
창용아, 글이 잘 써지면 기뻐야 하고 글이 않써지면 울어야 한다. 그렇게 웃고 울면서 써야한다. 그러다 보면 많은 글을 쓸 수 있다. 많은 글 중에 좋은 글도 있다. 좋은 글들은 시시한 글들을 버리게 한다. 좋은 글중에 훌륭한 글도 있다. 훌륭한 글들은 좋은 글들을 버리게 한다. 그래서 훌륭한 글만 남는 것이다. 그러나 훌륭한 글만 쓰려하면
한 자도 써 낼 수 없다.

성공하려는 사람은 그래서 실패해야하는 것이다. 이루려고만 하면 두려움에 진다. 울며불며가라. 울음이 많아야 그리움이 쌓이고, 웃음이 많아야 실컷 즐긴 것이다. 그런 삶은 괜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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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10.04 09:27:06 *.132.71.10
얼마전 그리는 것 때문에 고민있어 지인과 통화하다가 이와 비슷한 결론을 얻었습니다. 잘하려고 하니까, 막히고... 그래서 안하고, 안하니까 안느는 거라구. 그래서 자기 내면에서 뭐라고 하든, 남들이 뭐라고 하든 우선 해보는 것이 그것 타파하는 방법이라구. 그런 말들이 그림 그리기 뿐 아니라 글쓰기 등 모든 창조적인 활동, 뭔가를 배우는 활동에 모두 적용된다고 봅니다.
자기 자신의 성공과 실패를 가장 방해하는 것은 자신이 아닐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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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용
2007.10.04 09:31:27 *.93.113.61
순간을 즐기겠습니다. 즐거우면 즐거운대로 힘들면 힘든대로 그 순간을 즐기며 나아가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삶도 괜찮아지겠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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