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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일 00시 40분 등록

고슴도치 컨셉.
명칭도 참 흥미롭다.

고슴도치, 어떻게 생긴 녀석일까. 인터넷을 기웃거려 보았다. 어떤 사진은 짐 콜린스의 말대로 촌스럽고 볼품없다. 생기 있고 활력을 줄만한 것은 없을까. 그나마 마음에 드는 녀석을 골랐다.

이제는 좀 진지해져 보자.

짐 콜린스는 고대 그리스 우화를 바탕으로 한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의 수필<고슴도치와 여우>에서 고슴도치 컨셉을 따왔다.

“여우는 갈림길에서 교활한 침묵 속에 고슴도치를 기다린다. 고슴도치가 제 일에만 신경을 쓰면서 여우가 숨어 잇는 바로 그곳으로 다가온다. ‘야, 이제 잡았다!’고 여우는 생각한다. 여우가 후다닥 뛰쳐나가 번개처럼 땅을 가로지른다. 위험을 느낀 작은 고슴도치는 여우를 올려다보며 ‘또 만났군. 아직도 덜 배웠나?’하고 생각한다. 고슴도치는 몸을 말아 동그란 작은 공으로 변신한다. 공 둘레에는 작은 가시가 사방으로 돋아나 있다. 사냥감 앞으로 달려온 여우는 고슴도치의 방어 태세를 보고 공격을 멈춘다. 여우는 숲 속으로 퇴각하여 새로운 공격 전략 구상에 착수한다. 고슴도치와 여우 사이에 이런 싸움들이 매일같이 펼쳐지는데, 여우가 훨씬 교활함에도 이기는 건 늘 고슴도치이다.”

벌린은 이 우화에 비유하여 사람들을 두 가지 그룹, 여우와 고슴도치 그룹으로 나누었다. 여우는 여러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며 복잡한 면면들을 두루 살핀다. 그러다 보니 산만해져 버린 탓에 자신의 생각을 종합적인 개념이나 통일된 비전으로 통합하지 못한다. 고슴도치 그룹의 사람들은 복잡한 세계를, 모든 것을 한데 모아 안내하는 단 하나의 체계적인 개념이나 기본 원리 또는 개념으로 단순화한다. 고슴도치 컨셉으로 축소시킨다. 여기에 부합하지 않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업들의 공통적 특징 중 하나로 그들이 고슴도치 컨셉을 가지고 있음을 밝힌다. 고슴도치 컨셉은 심원한 통찰에서 나온다. 그 통찰은 단순하고 핵심에 닿아 있다. 현실에 기반을 둔다. 그래서 명쾌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짐 콜린스는 세 가지 원이 겹치는 부분에 대한 이해에서 도출된다고 한다.
1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일
2 경제 엔진을 움직이는 것
3 깊은 열정을 가진 일



그는 각 기업들에 이 개념을 적용하였다. 이를테면 월그린즈라는 기업은 ‘편의점형 약국’, 질레트는 ‘정교한 제조 기술을 필요로 하는 면도기’ 가 고슴도치 컨셉이었다. 그런데 이 컨셉은 개인에게 적용하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기업이 사업 선정과 추진에 바탕이 되는 컨셉으로 적용하는 것처럼, 개인이 평생으로 삼을 일을 고르고 해 나가는 데 있어 바탕이 되는 컨셉으로 한다는 말이다.

개인에 따라 가치관과 직업관이 다르므로, 일을 고를 때 위 세 가지 원이 기준의 전부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들임은 분명하다.

나는 책의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개인의 경우와 나의 경우에 적용하고 싶어졌다. (사실 나의 경우는 사활이 달려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세 개의 원을 개인에게 맞는 쉬운 언어로 다시 달아 보고 그것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보았다. 다행히(?) 나의 직업과 업무 선정 기준 우선 순위와 배치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에 대한 적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안을 다루어야 하므로 여기서는 올리지 않는다.


1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일 -> 잘 하는 것.

그냥 잘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남보다 조금 잘 하고 점수가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것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 최고가 될 수 있어.’ 이런 자신감 드는 것이다. 탁월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것이다. 짐 콜린스가 든 예를 하나 소개한다.

‘어떤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수학 성적이 좋아 학창 시절 줄곧 A였다. 그는 그렇다고 뛰어난 수학자가 될 수 있는 것일까? 그는 대학 수학과를 진학해 마치 수학적 유전형질을 물려받은 것 같은 학생들과 대학 생활을 함께 했다. 그들은 그가 3시간이나 걸린 시험을 30분만에 마치고 A⁺ 를 받았다. 그들은 아예 뇌 구조가 달랐다.’

그저 잘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탁월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그냥 잘 하는 사람은 아주 많다. 그러나 탁월한 사람은 극히 소수이다. 이는 유일함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잘하는 것은 고슴도치 컨셉의 후보일 뿐이다.

“고슴도치 컨셉은 탁월함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그것은 단지 강점이나 역량이 있다고 해서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170p

그것은 노력한다고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질과 강점을 바탕으로 한다. 타고 나는 자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사람은 누구나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있다. 뛰어난 면이 있고 아닌 면이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자질일 뿐이다. 우연히 발견되든 노력 끝에 발견되든 아무튼 발견되어야 하고, 후천적인 개발을 통해 발현되어야 한다. 그래서 빛이 나도록 한다.


2 경제 엔진을 움직이는 것 -> 돈이 되는 것.

금전적인 혜택을 가져올 수 있는 일이란 말이다. 기업의 목적이며 존재 이유 중 하나가 이윤 추구이듯, 개인의 그것도 돈이라 하면 지나친 비약일 것이며 반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 기준이 탐탁치 않으면 제외시키면 된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 이 사회에서 돈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돈이 되는 일이 현재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금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훗날에는 적게는 몇 년 후에는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 지금은 있지도 않은 직업이 엄청난 부를 가져올 수 있다. 블루오션과도 연결된다고 할까.

필요한 것은 경제적인 통찰이다.

“어떤 회사가 반드시 큰 업종에 속해 있어야만 큰 회사가 되는 건 아니다. 도약에 성공한 기업들은 업종에 관계없이 제각기 놀라운 경제 엔진들을 만들어냈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그들이 나름의 경제학에 대한 깊은 통찰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174p

기업만 그러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투자한 돈은 여기 저기서 여러 형태로 흘러 다니고 있다. 주식 추이, 환율 변동, 기업의 움직임, 정부의 정책, 기술의 변화 양상 등 자금의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항목들을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이는 사실 생존 필수의 과목이다.

돈이 다니는 길목을 보고 지켜 설 수 있는 눈을 가져 보자. 내가 하는 일은, 내가 할 일은 얼만큼의 시장 가치가 있는가. 나는 내가 가진 것을 돈으로 만들 수 있는가.


3 깊은 열정을 가진 일 -> 좋아하는 것.

역시 그저 좋아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미치도록 좋아하는 것이다. 이런 것에는 자연히 열정이 간다.

단시일 빠져들었다 금방 나오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강한 흡인력을 가진 것이다. 가슴을 뛰게 하고 생각만 해도 기분 좋고 즐겁게 하고 열의를 불태울 수 있는 것이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이걸 왜 좋아하니?’ ‘왜 이것으로 훌륭해지려 하니?’ 이런 질문을 무색케 하는 것이다. 사실 답하기도 어렵다. 굳이 답한다면 ‘그냥 너무나 좋다.’ 정도일까.

“열정을 제조하거나 사람들에게 열정을 느끼도록 ‘동기 부여’를 할 수는 없다. 다만 무엇이 당신과 당신 주변 사람들의 열정에 불을 붙이는지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181p

어느 곳으로 향한 열정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자연 발생적인 것이다. 열정은 강요할 수 없다. ‘지금 하는 일에 열정을 가져라.’는 어불성설이고 억지이다. ‘열정이 가는 일을 발견하라’ 는 것이 맞다. 열정이 가는 일은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다.



그러나 이 컨셉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장기에 걸친 탐색과 실험과정이 수반된 후 도출된 결론이어야 의미가 있다.

“아인슈타인은 천재였지만 안개 속을 더듬어 특수상대성 이론을 터득하기까지는 10년이 걸렸다.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 도약한 기업들이 자신의 고슴도치 컨셉을 명확히 하기까지는 평균 4년이 걸렸다. 그 개념을 얻기 까지는 지독하게 힘들고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고슴도치 컨셉을 얻는 것은 한 판의 대사건이 아니라 본질상 계속 반복되는 과정임을 알라” 188p

좋아서 시작한 어떤 일이 타인과 구별되는 탁월함을 끌어낼 수 있는 일이었고 금전적인 면도 아쉬울 것이 없었다는 사람이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개인은 적은 수이고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에 속한다. 많은 사람들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는 지 잘 알지 못하며 심지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알고서도 현실화시키지 못한다.

고슴도치 컨셉 찾기는 수고가 많이 들어간다. 짐 콜린스는 (세 개 원의 안내를 받으며) 묻기, 대화하고 토론하기, 집행 결정 내리기, 해부하고 분석하기를 반복하는 것이 고슴도치 컨셉을 얻는 과정이라고 한다. 개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묻고 타인에게 묻고 걸러내고 실행한다. 그리고 분석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끌어내 본다. 그리고 반복한다.


지인 중 하나가 이렇게 말한다. 자기 일 찾는 것이 그렇게 거창하고 힘들어야 하는 것이냐고.

누구는 또 이렇게 말한다. 지금 하는 일 할 만 하고 월급 제 때 잘 나오는데 무엇이 또 모자라느냐고.

또 이렇게 말하는 누가 있다. 먹고 살기 바쁜데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을 고집하느냐고.

이렇게 말하는 누가 또 있다. 배우자가 버는 돈으로 일 없이 편히 지내고 있는데 그것이 잘못이냐고.

그 입장에서 물러날 수 없다면, 그렇게만 생각된다면 그렇게 살라. 그 사람의 삶의 의미는 거기까지이다. 고슴도치 컨셉을 운운할 필요도 없겠다.

개인마다 가치관이 다르므로 추구하는 삶도 다르고, 어떻게 살라고 어떤 일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과연 그대에게 의미 있는 삶과 일은 무엇이며 어떻게 찾고 어떻게 살 것인가.

참고로 짐 콜린스는 의미 있는 삶을 논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의미 있는 삶을 살지 못하는 한 크고 위대한 삶을 살기란 불가능하다. 그리고 의미 있는 일 없이 의미 있는 삶을 살기란 매우 어렵다. 그런 다음에야 당신은 세상에 기여하는 탁월한 뭔가를 만들어 가는 데 일조했다는 인식에서 나오는 소중한 평정심을 얻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깊은 만족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당신이이 지구상에서의 짧은 시간을 잘 보냈고, 그 시간들이 쓸모 있었다는 깨달음 말이다.” 3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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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
2007.10.01 10:16:14 *.249.162.56
고르고 고른 고슴도치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데... 맹한 듯 총명하게 보이는 것이^^

글에 변화의 향기가 담겨있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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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2007.10.02 01:47:34 *.147.17.43
좋은 책을 잘 읽으니, 칼럼도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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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10.02 13:03:16 *.75.15.205
민선아, 네 마음 속 깊이 애타게 갈구하는 무언가가 나오고 있네. 그렇게 찾고 있는 것이 우리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문제나 모색일 지 모르겠구나. 너와 내가 닮은 점 말이지. 너의 성숙한 내면이 보이는 구나.

나는 너가 경험한 일 가운데 아주 멋지게 해낼 일이 있을 거라고 믿고 그것을 독립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이 느껴지고 너를 진실하게 도울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단다. 연구원 기간 동안 이러한 점들을 많이 생각하고 발견하면 좋겠구나. 그리고 말야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나 피드백을 통해 좀 더 자신을 구체화 하고 명료화시켜나갈 수도 있단다. 그런 시간들도 짬을 내보면 좋을 것 같아. 우리 만나서 밥 먹으며 수단 한 번 떨어보자 . 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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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7.10.02 20:26:05 *.128.229.81
세개의 원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원에서 최고의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고민이다. 그러나 3개를 연결하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세개의 원의 교집합에 늘 촛점을 맞추어라.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그렸던 세개의 원, 그 한 복판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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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정
2007.10.03 02:18:40 *.120.66.142
네.. 이거 쓰면서 그 생각 스쳤어요. 보통은 하나의 원에서의 높은 수준도 쉽지 않다고.

교집합, 시너지 효과. 이제 이 생각도 깊이 해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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