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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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스민 문학] - 2018 이상문학상 대상작
손홍규 <꿈울 꾸었다고 말했다>
언젠가 한번 마음편지 가족께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매년 <이상문학상>과 <동인문학상> 수상집은 꼭 읽어본다는 것을요.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수학 문제집을 사달라는 딸 아이의 부탁을 받고 동네 서점에 갔는데, 계산대 위에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작이 놓여있었습니다. 순간 저는 ‘잠시만요. 이것 같이 계산해주세요’ 하며 서둘러 계산을 추가해달라고 했습니다. 예년 같으면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자가 누구일까 궁금했을 텐데 올해는 유독 조용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개인적으로도 올 초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도 한 몫 했으리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가장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수상작가 본인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올해의 대상 수상 작가는 ‘손홍규’ 작가입니다. 손홍규? 솔직히 저는 잘 모르는 작가였습니다. 작품을 읽은 기억도 잘 나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런 대중적인 인지도 때문에 화제성이 예년에 비해서 조금 덜한 것도 사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궁금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소파에 반쯤 누워 당장 읽기 시작했습니다. 참. 행복한 시간입니다. 매년 저에게 다가오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는 시간... 92년도부터 매년 모으기 시작했으니, 이젠 저만의 작은 성찬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맨 앞장에 있는 작품들의 제목을 읽고, 우수작으로 추천된 작가들이 누구인가를 살펴 본 후, 그 작품들의 제목들을 쭉 훑어봅니다. 아.. 올해는 이 작가가 추천되었구나.. 오랜만에 반갑네.. 하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맨 처음에 나와 있는 심사평을 먼저 읽고는 이 작품이 어떨까 상상해봅니다. 작품을 읽기 전에 심사평을 먼저 읽고 일종의 ‘편견’을 갖고 작품을 읽기 시작합니다. 저는 그런 저만의 ‘편견’이 참 좋습니다. 올해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한 가지 불만은 작품집의 부피가 예년에 비해서 많이 줄어들고 책값은 올라서 저 혼자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재미없기만 해봐라...’
처음 접한 작가의 첫 중편 소설, <이상문학상> 대상작, 그 작품의 제목은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입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모든 주인공들은 절망을 안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불한당들이 모여있는 술집에 검은 상복입고 들어서는 젊은이, 그 청년을 바라보는 동석한 노인, 직장의 근로자 농성 장소에 나가는 아내와 가출한 딸, 그리고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아들이 작품 전반에 스쳐갑니다. 직장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사회 초년생과 집과 사회의 경계에서 여성과 아내로 사느니 차라리 성별이 없는 존재로 남기를 바라는 아내들의 조그만 일탈들이 이 소설안에 담겨져 있습니다. 꿈을 꾸는 듯이 몽환적으로 그려내지만, 지극히 현실적이고, 스토리의 전개가 개연성이 없어 보이지만, 그것이 ‘꿈’이라는 시선으로 연결이 되는 구조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아름다운 문장들은 읽는 내내 독자들을 사로잡기는 것은 기본입니다. 대상작품을 다 읽었을 때는 솔직히 앗, 대상?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평론가들이 쓴 평들이 너무나도 ‘칭찬 일색’이어서 였을까요? 하지만, 작가의 대표작인 <정읍에서 울다>를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아.. 역시 그렇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차가 있겠지만, 저는 자선 대표작이 더 다가 온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앗, 대상? 이라고 생각한 그 지점이 바로 이 작가만이 지닌 장점임을 다시 알아 챈 순간이었습니다.
동시에 우수작품으로 선정된 정 찬 작가의 <새의 시선>과 조해진 작가의 <파종하는 밤>, 그리고 정지아 작가의 <존재의 증명>도 아름다운 작품들이었습니다. ‘제가 만약 심사위원이라면...’이라는 가정이라면 다른 작품을 추천해보는 상상을 한번 해보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재미삼아 써봅니다. ‘이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는....’ 과연 어떤 작품일까요? 여러분도 한번 해보시면 어떠세요? 문학상 심사위원이 되어보시면요?
정재엽 (j.chung@hanmail.net)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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