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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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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8일 20시 33분 등록

아들이 5학년 학기 초에 있었던 일이다. 하루는 망가진 립밤(트는 입술에 바르는)을 들고 와서는 엄마 이거랑 똑같은 거 사 주세요.” 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같은 반 친구 건데 자기 실수로 망가져서 안 열린다고, 그래서 사줘야 한다고 했다. 알았다고 하고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몇 만원씩이나 하는 외국제품이었다.

 

주문을 하고 다시 물었다. “친구가 물어내라고 했어? 그 친구 엄마가 물어내래?” 했더니 아들이 울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그 친구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다. “그 얘가 우리 반 아이들 괴롭히는 아이야. 나도 그랬고. 그래서 나는 친하게 지내면 안 그럴 것 같아서 친하게 지내왔는데 이번에 이런 일이 생겼어.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간 힘들었을 아이를 생각하니 왜 내게 말하지 않았을까 싶었고 무엇보다 담임교사는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엄마가 선생님 찾아 뵙고 말씀드릴게.” 했더니 안 된다고 했다. “선생님도 아셔. 그리고 엄마가 말씀드리면 선생님이 또 그 아이한테 뭐라 할 거고 그럼 일이 더 복잡해져.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 했다. 힘들지 않겠냐고 물었고 그 아이는 왜 같은 반 친구들을 괴롭히는 지 물었다. 아들말로는 집에서 엄마에게 많이 혼나고 그걸 학교에 와서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 친구가 안 됐다고 했다.

안 열리는 립밤은 억지로 열었다. 다른 용기에 덜어 아들이 사용했다. “이거 좋다. 덕분에 좋은 거 쓰네.” 하며 아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학부모 상담이 있어 담임교사를 찾아갔다. 아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괴롭히는 반 친구에 대해 물었다. 다행히 담임교사는 그 아이에 대해 알고 있었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아들이 있었던 일에 대해, 어른의 개입(교사와 부모)을 원치 않는 것도 말했다. 현명한 선생님이라 상담한 내용도 학부모가 이야기한 것도 티 내지 않고 잘 지도했다. 이후 그 아이도 반 친구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아이들 사이에 괴롭힘, 싸움을 잘 지켜봐야 한다. 어른들이 생각하듯 단순한 장난에서 오는 몸 부딪힘인지, 힘의 우위가 작용해서 마음의 상처까지 남을 정도인지 구분해야 한다. 남자아이들은 해드락을 걸며 놀기도 한다. 하는 아이와 당하는 아이가 서로 번갈아 한다든지 하고 나서 서로 웃으며 혹은 하기 싫을 땐 하지 마하고 말할 수 있으면 괜찮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한 아이만 당하고 싫어도 싫다고 말하지 못한다면 그건 어른이 개입해야 하는 부분이다. 교사와 부모는 언제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힘든 일, 괴로운 일이 없는 지 잘 살펴야 한다. “오늘 학교에서 어땠어? 별일 없었어?” 이렇게 직접 물어보면 대답하는 아이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엄마가 오늘 이런 일이 있었어. 그래서 엄마 마음이 불편했어.” 부모 상황을 빗대서 이야기를 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엄마 나도 오늘 이런 이런 일이 있었는데…….”하고 말을 한다.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그것만으로 판단해서는 곤란할 수 있다. 그래서 담임교사와의 교류가 중요하다. 학교생활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부모의 도움을 모른 척하지 않는다. 교사는 본인 아이만 위하며 다른 아이를, 교사를 힘들게 하는 부모를 좋아하지 않는다. 교사는 모든 아이의 교사다. 내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에게도 교사로 역할을 해야 한다. 부모 역시 내 아이가 우선인 것은 당연하지만 내 아이가 같이 생활해야 하는 학교엔 교사도 있고 다른 아이들도 있다. 내 아이 보호와 함께 그 부분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 부분이다. 교사와 부모가 같이 의논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지 고민해야 한다. 아이 앞에서 교사에 대해, 학교 친구에 대해 험담을 하는 것은 아이의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야 하는 데 아이 스스로 믿음이 아닌 적대감을 가지게 된다면 학교생활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아이가 교사나 친구 때문에 힘들어 한다면 그 감정은 받아줘야 한다. 감정은 받아주며 너 힘들었겠다. 엄마라도 그럴 것 같아. 그런데 선생님(친구)가 왜 그랬을까?” 하고 물어보며 생각할 기회를 주면 좋겠다. 본인의 힘든 감정을 받아줬기에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의외로 아이들은 자기 나름의 판단력이 있어 왜 그런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간혹 모르겠다거나 계속 힘들다고만 한다면 엄마는 이러지 않을 까 하는데 어때?” 하고 다시 물어보면서 엄마의 생각을 말하거나 좀 더 힘든 마음을 표현하게 한다. 공감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

 

반대로 그럴 때 이렇게 했어야지.”하며 엄마가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며 해결방안을 주면 아이는 다음부터 엄마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또는 선생님(친구)이 잘못했네.”라며 험담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의 생활에 어른이 개입해야 하는 시점과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자칫 그 시기를 놓치면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진다.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 자신도. 그러기에 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심을 가지고 잘 관찰하면서 평소 대화를 한다면 개입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대화를 통해 상대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공감력을 키우다보면 관계맺기를 잘한다. 문제 상황에 대해 해결하는 힘도 생겨난다. 내 주위에 있는 어른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혹여 본인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부모와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아이가 요청해 올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다음 오해 3’에서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IP *.124.2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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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9 06:44:18 *.48.44.227

누구나 이런 태도를 가지면 좋겠지만 잘못된 가치관을 가졌거나 우리 아이가 반드시 이기겠다고 마음먹은 학부형을 만나면

대화가 진행이 안될때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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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0 10:50:23 *.70.59.205
관찰.
생각보다 어렵죠. 애정이 없다면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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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2 16:11:34 *.103.3.17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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