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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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년제 인문독서 #05] 자본론
올 해 저희 가족의 프로젝트는 자유학년제를 맞이한 중학교 1학년 큰
딸과 아빠와 엄마가 함께 인문고전을 읽고 가족토론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번 가족토론으로 선정한 책은
<자본론> (최성희 글, 손영목 그림, 주니어김영사) 입니다. 아내와 저는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강신준 저, 사계절)을 읽었습니다. 엄마) 우리 다 함께 돌아가면서 영화 속 자신만의 베스트 장면을 꼽아보았으면
합니다. 수민)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만나는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두 사람이 밤이 새도록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대목을 보며 두사람의 우정이 부러웠습니다. 저도 나중에 성인이 되면 꼭 저렇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엄마)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에디슨도 젊은 시절 여러 설계도를 그렸지만
실제 실현된 것은 설계도에 미치지 못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엥겔스라는 좋은 친구를
만나 협력하였기에 여러 활동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빠) 영화의 끝부분에 해변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대화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공산당선언을 써 달라고 재촉하는 엥겔스에게 마르크스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밀린 원고를
2개나 써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의 마음이 느껴져서 내심 놀랐습니다. 엄마) 마르크스는 멋진 글을 참 빨리도 써서 연달아 발표하던데 그
점이 저와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엥겔스는 아버지와 불화를 많이 겪는 것으로 나옵니다. 비록 공장장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공장에서 일어나는 노동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문제를 향해 더 깊이 파고들어가
분석하며 개선할 수 있는지 연구합니다. 또한 공장에서 아버지를 위해 일하면서도 동시에 마르크스를 발굴하여
후원합니다. 이런 모습의 엥겔스를 보면서 현실을 등지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세상에 맞서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영화에서 마르크스의 부인 예니와 엥겔스의 연인 메리가 중요한 캐릭터로 소개되는 것도 좋았습니다. 마르크스의 아내 예니는 권태로운 귀족의 삶을 버리고 자유로운 가난을 선택했다고 이야기는 당찬 인물로 그려집니다. 엥겔스의 연인 메리는 ‘왜 아이를 낳지 않냐?’고 묻는 예니에게 ‘싸우기 위해서는 가난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두 딸을 낳고 엄마로 살고 있지만
혹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결혼하지 않고 세상에 맞서 싸우는 인생을 살고 싶어 졌습니다. 아빠) 수녀님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이야기 이군요. 엄마) 아닙니다. 수녀님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빠를 노려봄) 수민) 마르크스는 결점도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영화에서도 나오는데 마르크스는 악필로도 유명했고, 또 영어를 잘
못해서 엥겔스가 도와주었다고 합니다. 세계사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도 헛점이 있는 사람이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아빠) 제 ‘인생책’ 세 권으로 성경과 삼국유사와 공산당선언을 꼽습니다. 그 이유가 …… 엄마, 수민)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엄마) (급히 말을 자르며) 지금
마르크스 이야기를 하는데 토론의 주제를 너무 크게 펼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빠) 알겠습니다.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 관련한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저는 지금도 남상일 선생님이 번역한 <공산당선언>(백산서당)을 가지고 있습니다. 94년도 대학교 1학년때 대학교 근처 서점에서 구입하였고 첫 페이지에 붓펜으로 정성스럽게 학번과 이름도 적어놓았네요.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저는 세상에 계급투쟁 혹은 노동자운동이 존재하는 줄 전혀 몰랐습니다. 대전 고향집에서 받아보던 신문은 조선일보 한가지였고 TV를 틀면 KBS와 MBC 두가지 뉴스만 나왔습니다. 대학진학을 위해 서울에서 머무르면서 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을 난생 처음 접했습니다. 철거지역 빈민투쟁도 대학시절 처음 알았습니다. 세상은 가진 사람들과 빼앗긴 사람들 간에 싸움이 늘 있어왔지만 그때까지 제가 만난 언론과 교육은 한결같이 이 숨막히는 싸움을 벗어난 것만 저에게 보여주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진짜 충격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식인이라면 당연히 계급투쟁에 대해 연구하고 빼앗긴 사람들을 위해 세상에 무엇이라도 외칠 줄 알아야 생각했습니다. 그때 만난 것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선언>이었습니다.
엄마) 저는 부산에서 자라면서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과 노동운동을 늘 접하면서 살았습니다. 부산에는 오뎅도 많았지만 신발공장도 많았습니다. 신발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긴 시간을 공장에서 일하지만 늘 저임금을 받습니다. 저는 나중에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면 신발공장 노동자들보다는 많은 임금을 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래서 대학교도 경영학과에 진학했습니다. 대학생때 선배들로부터 마르크스나 혹은 노동운동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발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고생하는 엄마 아빠를 위해 보다 비싼 몸값을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앞섰습니다.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때 당시 대학교 경영학과를 다니면서도
세상과 맞서 싸우려 했던 선배들 중에 방송국 PD가 되어 추적60분
다큐 프로그램을 하는 선배가 있습니다. 이명박 일가의 비리와 삼성재벌의 추악한 모습을 추적하여 세상에
고발하다가 수난을 겪지만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세상의 잘못된 권력에 맞서 싸우고 있더라고요. 경영학과를
선택했지만 얼마든지 삶의 방향성을 옳은 길로 나아갈 수 있음을 그 선배를 보면서 알았습니다.
오늘 토론을 정리하면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했으면 합니다.
엄마) 일중독에서 벗어나겠습니다. 경영학과를
다니던 20대 시절부터 제 자신이 보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다 보니 한때 직업병으로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습니다. 일중독은 결국 병들고 아픈 몸만 남깁니다. 가족들은 어떻게 볼 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 스스로 예전에 비해서 일중독 증세가 훨씬 줄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다섯 번째 정리를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형선 드림 (morningstar.yoo@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