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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6일 16시 13분 등록
나무 한 그루가 있었어요. 참 곧고 바른 나무에요. 여러 남매의 나무들이 있었지요.
그 중에 첫째 나무였어요. 이 나무의 본성은 원래가 맑고 환한 나무였어요.
어른나무들은 이런 말을 해요.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그것은 바로 이 나무를 두고 하는 말 같았어요. 이 나무는 어릴 때부터 다른 나무들과 달랐거든요.

어떻게 다르더냐굽쇼? 하하하. 성질도 급하시긴. 안 그래도 제가 다 말씀드리려고 하고 있다니까요. 여러분들은 어렸을 적에 그런 말씀 안 들어보셨나요? 다들 들어보신 것 맞죠? 네? 못 들어보셨다고요? 저, 그러면 혹시 어렸을 때 어떠셨는지요? 그런 거 묻지 말아달라고요? 음... 왜 그러실까? 어려서부터 혹시 싹수가 없다거나 떡잎이 노랬나보지요? 아아, 이건 농담입니다. 웃자고 해보는 소리에요.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으시다면 공연히 마음의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요. 다 지난 이야기에요. 그러나 우리들은 이렇게 서로 다른 형태로 성장을 하고 그로인해 저마다의 토양과 환경조건에 의해서 어린 시절의 꿈들로부터 하나하나 커나가지요. 그러면서 그 나무라 지칭되는 하나의 이미지를 갖으며 어른 나무로 성장하게 되지요. 어른 나무가 된다는 것은 어느 날 문득 번개를 맞아 별안간 쑥 키가 자라거나, 무지개 같은 철이 쏙하고 드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면 여러분들께서 무척 궁금해 하시니 이 나무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아주 어렸을 적 그러니까 아마 한 두어 살쯤 됐을까요? 이 아기 나무가 첨벙대며 마구 뛰어놀 그럴 시기였지요. 일테면 누가 부르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가느라고 넘어지거나 아무데나 부딪혀서 깨어지고, 앞에 뭐가 있는지 그저 눈에 띠는 것에 마음이 달려가는 그런 아가 나무였을 때부터, 이 나무는 여니 나무와는 좀 달랐다고 하네요.

어떻게 달랐느냐고 하면요. 다른 나무들과 마찬가지로 이 나무는 따로 가르치거나 한 적도 없는데, 또래의 다른 나무들과 달리 바닥에 신문지 같은 것이 널려 있거나 하면 그것을 그냥 밟고 넘어가거나 하는 법이 없이, 글쎄 그 주위를 마치 금을 밟지 않고 가야하는 것처럼 빙둘러가고는 했다지 뭐에요. 이야기 인 즉은 아주 어릴 때부터 그토록 다른 나무들과 다르게 바르고 신중했다는 거지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쳐 알아듣는다.”고나 해야 할까요? 그렇게 어릴 적에도 말썽 한번 안 부리고 착실하게 자라나는 대견하고 신통방통한 나무였지요. 그래서 아주 어린 나무일 때부터 철들었다는 이야기를 여러 주위에서 많이 들으며 자랐던 거구요.

이 왕언니 나무는 또한 첫째라서 책임감도 강했어요. 여러 동생들 앞에서 항상 모범을 보이거나 의젓하게 양보하며 자랐지요. 그러다 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결정할 틈도 없이 가족들의 의견을 우선 따르거나, 자신의 욕구보다 먼저 동생들을 보살펴야하는 의무감 같은 것을 지니며 자라게 되었어요.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동생 나무들이 태양빛을 너무 오래 못 보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항상 엄마아빠나무를 대신해서 동생나무들을 보살폈어요. 자신만이라도 제 할 일을 알아서 하여서, 고생하시는 엄마아빠나무를 도와 착한 언니나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랐지요. 그렇게 언니나무는 늘 씩씩하고 믿음직한 나무로 동생나무들의 부러움을 사며 올곧게 성장해 나갔어요.

그런데 정작 본인 나무는 이렇게 칭찬받고 착한 나무가 되는 것이 즐겁거나 재미있는 일만은 아니었어요. 어느 날부턴가는 자신의 나무기질과 성격들이 거북해지거나 답답해지기 시작했어요. 이제와 성장하고 보니 자신의 처신은 다른 나무들과 어울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약간 손해를 보거나, 약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고는 한다는 거죠. 이점에 대해 여기 이 자리에 계신 여러 나무 위원들께서는 어떻게 생각이 되시는지요? 객석의 몇몇 나무들께서 이파리를 끄덕이고 계시네요. 이해가 간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바로 그거지요. 이 나무는 어려서부터 신뢰를 받고 칭찬을 듣다보니 자꾸만 철든 어른스러운 일들만을 하게 되었던 거예요. 의당 알아서 잘 하는 애어른 같은 나무가 되어서 어른나무들의 잔소리나 조언 등도 따로 필요 없이, 그저 알아서 잘 하는 나무라는 기특한 칭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자라게 된 것이지요. 물론 엄마아빠나무의 신임을 받은 것이고 믿거니 해서 내리신 처사이지만, 본 나무로서는 그러한 무조건적 신임이나 자율적인 토양들이 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지요. 왜냐하면 세상나무들의 일이라는 것이 젊은 나무들이 자신의 나이테로는 다 알아차리거나 감당해가며 살 수 없는 부분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어? 아까보다 이파리를 더 많이 끄덕이고들 계시네요. 다들 공감이 되신다는 예기겠죠?

이 왕언니야 나무가 점점 나이테가 늘어가며 성년나무가 되어서 세상의 여러 일들과 부대끼다보니 나무자신이 생각해왔던 것과, 세상이 요구하고 뜻하는 바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크게 들기도 하더라는 거예요. 가정에서는 나무세계의 교과서적 일상으로 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보다 마땅하고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세상은 그렇게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어서 당혹스러웠던 거죠. 그러다보니 자신이 너무 다른 나무들과의 사이에서 눈치를 보거나 오히려 무언가에 의존하듯, 제대로 원하는 길을 가지 못하고 주변인 나무로 겉도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과 자책감이 들기도 했답니다.

세상일이나 직장생활 등은 항상 바르거나 옳은 일을 하는 나무에게만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나무들 틈에서 성과를 내거나 경쟁을 하며 섞여서 살아가게 되어있는데, 그런 것들이 양보심이 많고 착한 이 나무에게는 여간 재미없게 느껴지지 않는 거예요. 예를 들어 자신은 늘 먼저 집안을 걱정하며 힘든 일도 당연하게 참고, 하고 싶은 일도 체념하며 묵묵히 해나가는 반면, 동생나무들은 착한 언니나무를 믿고, 우선 자신들 위주로 하고 싶은 것 다하며, 누리고 싶은 대로 마음껏 누리며 생활하더라는 애기죠. 그러니까 언제나 힘든 일은 언니나무 자신의 몫이 되고, 의당 혼자서 마땅히 감수해 내야 하는 처지가 되곤 하는 것이 언젠가 부터는 숨이 막히듯 답답함과 우울한 기분이 들기도 했던 거예요.


그래서 그러던 어느 날, 그런 문제점들로부터 약간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이 왕언니야 나무는 평소에 책을 통해 잘 알고 존경하던 스승님을 찾아, 나무들의 변화경영연구소의 꿈 프로그램에 과감하게 도전하여 참가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기 시작했어요. 나무스승님은 이 왕언니 나무가 원래 착하고 바른 심성의 예쁜 나무아가씨 인 것을 한눈에 알아보시고 귀여워하셨어요. 그리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왕언니야 나무는 본격적으로 나무자신의 참모습을 찾아 모색하기 위해 연구원나무 과정에까지 입문하게 되었지요. 연구원나무가 될 때 시험을 치렀는데, 그때 나무스승님께서는 왕언니야 나무가 한 달여 동안 치르는 시험에서 큰 걸음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감탄하시며 뽑아주셨어요. 자신을 향해 용기 있게 내딛는 모습, 참 대견하고 멋진 일이지요? 그래요.

지금 이 언니냐 나무는 진정한 자신을 찾고,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들과 나름대로의 멋진 꿈을 그려가기 위해 여러 연구원나무들과 함께 서로가 친구이자 스승이기를 노력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얼굴도 하얗게 예쁘게 생겨서 밀가루라는 애칭을 갖고 있기도 하면서 말이죠. 키도 크고 몸매도 잘빠진 왕언니야 나무는 모두가 좋아하는 조용하고 깔끔한 인상의 과묵한 아가씨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그랬을까요?

이 왕언니야 나무는 그곳에서 같은 연구원나무 선배 하나와 특별히 친하게 되었는데, 그들 나무는 서로를 향해 마주서서 자라는 은행나무처럼 서로를 이쁘게 지원하고 도와 갔어요. 그래서 이 왕언니야 나무는 그 선배나무의 성실한 코칭을 받으며, 자신의 내면을 여러모로 돌아보고 문제점과 개선점이 무언가를 함께 찾고, 의견을 나누는 등 살뜰한 우정을 나누게 되었지요. 그래서 더욱 날로 온화하고 부드러운 본성을 찾아 예뻐지기도 하면서 말이죠.

저의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 두 그루의 나무가 서로 특수 관계인의 나무가 되기를 바라지요. 왜냐하면 맑고 환한 나무를 알아주고 이해하며 도와줄 수 있는 참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되니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장하고 의젓한 의미 깊은 나무가 되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고, 이 나무들 역시 서로에게 나눔과 도움이 될 수 있는 진실한 우정을 쌓아가는 나무들이라는 점에서, 그러한 친절과 예쁜 나무마음들을 오래 지속시켜 나갔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이제 이 왕언니야 나무가 연구원나무가 된지 반년도 훌쩍 지났어요. 회사일도 열심히 하고 또 연구원나무들의 총무 일까지 맡으면서 특유의 책임감과 성실함을 더 한층 인정받으며 당당하게 말이죠. 이 왕언니야 나무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꿈을 찾아 나가는 지를 모색하며 오늘도 열심히 연구원나무들의 수업에 매진하고 있답니다. 우리들의 왕언니야 나무가 찾아가는 젊은 꿈이 바로, 여러 아우들이나 젊은 나무들이 꿈을 찾아나가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을 확신하며, 왕언니야 나무의 가슴속 노란 황금씨앗 같은 그녀의 멋진 꿈을 기대해 봅니다.

왕언니야 나무 파이팅! 탈리다 쿰!! 달리자 우리들의 싱그러운 젊은 나무 꿈이여!!!

IP *.70.7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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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
2007.10.17 07:36:01 *.99.242.60
나무로 변신하던 모습이 다시 기억이 나네요.
나무잎과 가지, 그리고 얼굴 표정이 너무나 좋았어요.
써니만의 표현력과 상상력, 그리고 우리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이
그리고 선생님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
이것이 하나의 배움과 놀이가 어우러진 풍경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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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정
2007.10.17 08:26:52 *.244.218.10
언니... 이것도 그렇고 같이 올린 다른 것도 그렇고..
다시 보니 구석구석 도움되는 좋은 말이 눈에 띄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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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10.18 10:04:33 *.75.15.205
이제 다시 읽어보니 왜 이리 어설픈지요. 쓱쓰럽습니다. ㅋ

호정의 이미지를 꿈꾸는 초록 나무라 연상하며 내 아이에게 들려주는 동화처럼 쓰고 싶었나본데, 에그그~ 언어도 그렇고 그야말로 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글이 된 것 같네요. 다음에는 좀 나아질 수 있으려나요. 고맙습니다. ^-^* 부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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