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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1일 21시 59분 등록
혼자 놀기 - 신이 숨겨둔 장난감 찾기놀이

나 자신을 타인에게 나타낼 때‘혼자 잘 논다’라는 말을 가끔 사용한다. 실제로도 이것은 맞는 말이다. 어쩌면 ‘혼자 더 잘 논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지도 모르겠다. 나만의 공간에서 내가 나 자신과 건강한 관계맺음을 시도하고 함께 즐기고 때로는 웃고 울기까지 한다. ‘혼자만의 놀이’는 묵상에서 시작해서 음악듣기, 글쓰기, 여행하기 등, 놀 수 있는 영역은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엄밀한 면에서 살펴본다면 나는 혼자 노는 것이 아니다.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또 다른 ‘나 자신’과 잘 놀고 있는 것이다. 내가 그에게 대화를 청하면 거절하는 법이 없다. 내가 즐거워하면 그도 함께 기뻐하나 들뜨거나 넘침은 없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강력히 주장하거나 나에게 시비를 거는 적도 없으며 강요하는 적도 없다. 다만 간간히 그는 엄밀한 목소리로 나에게 다음과 같이 속삭인다.
‘나는 언제나 너 편이야’

어린 시절,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으면 혼자 놀면서 아이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 ‘논다’는 것은 막대기로 땅에 그림 그리기, 돌팔매 치기, 노래 흥얼거리기, 죽마타기 등이었다. 한참을 놀아도 아이들이 나타나지 않으면 ‘아이 심심해’를 연발하며 집으로 향한다. 집에 간들 별 수가 없음을 알기에 ‘혼자 놀자 놀아야겠다.’라는 자신과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심심하다’의 어근은 ‘마음이 있다’ 또는 ‘마음 ’등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즉 심심함은 타인과 함께함이 아니라 ‘내 자신과의 시간’이란 의미를 내포한다고 말하고 싶다. 타인과의 놀이가 시끌벅적 하다면 자신과의 놀이는 조용하다. 내면의 기쁨이며 성찰의 기회인 동시에 자신과의 은밀한 대화다. 그렇다고 여럿이 함께하는 놀이가 무의미하다거나 비생산적임을 이야기 하고자 함은 물론 아니다. 타인과의 놀이를 통해서도 나 자신이 보다 성숙해지고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경우는 얼마든지 많다. 여기서는 단지 ‘혼자 노는 재미와 그 의미’를 발견해 보자는 것이기에 여럿이 함께하는 놀이는 잠시 접어두는 것이다.
혼자 잘 노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혼자 놀 곳을 찾아 나서는 편이다. 이것은 장소의 이동에만 중심을 두기보다는 시간적인 것도 동시에 포함한다. 놀 곳은 지천이다. 놀잇감도 무수히 많으며 숨어있는 놀이 재료를 찾아내는 재미가 얼마나 솔솔한지 모른다. 삶이 흥미롭고 감격할 정도로 재미있어서 탄성을 지를 때도 있다. 신(神)은 우리를 심심하게 내버려두지 않았음을 나의 ‘놀잇감 찾기’놀이에서 나는 수시로 확인한다. 그는 인간과의 숨바꼭질을 원했는지 모른다. 어쩜 숨바꼭질에 앞서서 우리 인간을 놀이의 상대자로 점 찍어 두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유인책으로 놀이감을 곳곳에 숨겨두고 우리를 은근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즐김’의 놀이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런 나의 추측이 맞다면 신은 또한 자비롭다.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그가 숨겨둔 열심히 찾아내고 잘 놀기 까지 한다면 그는 ‘보상’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내면의 충만에서 오는 ‘기쁨’이라는 보따리를 선물한다. 그 속에는 온갖 생필품들이 들어 있어 일상이 편하고 즐겁다. 이것은 또한 새로운 놀이감을 찾아내는 힘의 원천이 된다.
몇 년 전에 난 ‘금광’를 발견했다. 매장량은 가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혼자 캐내는 것보다 둘이, 셋이 캐어낼 때 그 매장량은 점점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 금광은 미술관에 숨어 있었다.
혼자 놀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한 것처럼 그 기쁨 또한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쓰는 기쁨은 은근한 재미를 주고 늦은 밤에 음악을 듣는 것은 내면의 충만감을 준다. 혼자 산길걷기 놀이에서는 명상에서 오는 성찰의 기쁨을 주고 아이들처럼 실실거리며 노는 것에는 무념무상이라는 포상을 받는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놀이의 규칙을 어기는 방해자가 나타났다. 그는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강력한 유혹이다. 처음에는 나도 신이 선물한 또 다른 놀잇감인 줄 알고 덥석 물었다. 그러나 그것은 강력한 흡입력을 가진 무시무시한 놀잇감 파괴자였다. 그들은 ‘현대 물질문명’이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변장을 잘하기에 컴퓨터나 텔레비전 같은 매개체로 나타나기도 하고 달콤하고 먹음직스러운 패스트푸드라는 형태로 다가오기도 한다. 자칫 잘못하면 속기 일쑤다. 그들은 순간적인 놀이의 쾌감으로 지속되는 즐거움은 송두리째 삼켜버린다. 심지어는 신의 힘에 도전장을 보내기도 한다. 무지막하고 인정사정없다. 그들이 떠난자리에는 비만, 소외, 길들어짐, 맹목적임 등의 잔유물이 떨어져 있다. 고약하기 그지없기에 냄새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그러나 확신하건데 신은 너그러우시고 생각이 깊으시기에 우리에게 이 놀이의 훼방꾼을 따돌릴 분명한 계책을 그 어딘가에 숨겨 두셨을 것이다. 그것은 찾기 놀이에서 발견됨이 분명하다. 확신하건데 그것은 혼자 놀기를 통해서 발견되리라. 누가 먼저 찾아내느냐가 놀이의 규칙이 아니다. 단지 누가 찾기를 시도하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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