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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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솔직함이란 거짓을 말하지 않는 것, 누구를 속이지 않는 것만인 줄 알았어. 그런 면에서 넌 솔직했지. 연극할 줄 몰랐으니까. 그러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누구에게든 거짓을 보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넌 솔직함의 한 단면만을 보고 있었던 거야.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것. 그것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 이것도 솔직하지 못한 거였어.
넌 벌써 오래전부터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이런 당위성을 가진 스스로의 규범이 많았어. 그러다 보니 그거에 눌려서 그랬나봐. 자기가 정말 원하고 바라는 것을 잘 나타내지 못했어. 아니, 그게 뭔지도 잘 몰랐어. 그러다보니 결론을 내리고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되면 방황하고 갈피를 잘 못 잡고 머뭇거리곤 했지. 그러다가 그 분위기에 휩쓸려버리고 상황 가는대로 따라가 버리고 말았어. 아니면 타인의 의견이 자기 의견인 양 착각하고 그런 줄 알았지. 응당 본인이 해야 할 결정을 다른 사람의 의견에 기대어 하는 거야. 그러다 보니 괜한 눈치까지 보게 되고. 그리고 나중이 되면 불편해 하는 거야. 그건 결국 자기가 아니었거든.
그런데 상황은 이미 벌어지고 종결된 터라 그 때는 어찌할 수 가 없는 거야. 되돌릴 수가 없으니까. 그럼 그 때부터 자신을 그 상황에 끼워 맞추는 거야. 다른 사람의 입을 빌어 변명하고 마치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양 스스로를 위로했지. 하지만 그러면서도 너는 편편치가 않았어. 그럴 테지. 본래 자기가 아니었으므로. 넌 자신이 그랬다는 걸 전혀 몰랐을까. 아니었을 거야. 어렴풋이라도 느끼기도 했었을 거야. 하지만 부인하려 했어. 그렇지 않으면 이미 일어난 상황과 본래 마음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에 괴로우니까. 그 상황이 흘러가 끝을 보게 될 때, 정작 아무 판단도 하지 못하고 내 일인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이 괴로우니까.
그리고, 그러면서 점점 정말로 뭘 바라고 뭘 원했던지는 더 묻혀져 버리게 되는 거야. 그리고 상황이 끝나버린 후 새롭게 얻을 수 있는 생각과 감정들조차 순수하지 못하고 왜곡되어져 버리는 거야. 당연할 거야. 그 전부터 자신을 속이고 있었거든.
적당히 자신에게 속는 것도 자신에게는 이로울 지도 몰라. 세상을 사는 한 방법일 수도 있고. 하지만 알고 그러는 것과 모르고 그러는 것은 차이가 있겠지.
넌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는 그 당위성의 틀 안에서 놀았던 건지 몰라. 그 틀은 세월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면서 계속 넓어져 갔지만, 지금도 그러고 있지만, 그 틀의 경계 밖으로 넘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넌 여전히 엄격한 거 같아.
이 세상은 녹녹치 않아. 착한 사람들 많지만 못된 사람들도 많고,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고. 진실한 사람들도 많지만 사기꾼들도 많고. 상식 밖의 일도 많고. 기가 막힌 일도 많고. 생각과 전혀 다른 일들이 다양하게 펼쳐지는 곳이지. 그런 세상에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 수만은 없겠지. 그렇게 돌아가지도 않고 자기를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겠지.
그런데 원하고 바라는 것도 잘 모르고 있던 넌, 이것들을 밖으로 표출하고 외부와 조율하는 과정들이 그동안 많이 결여되어 있었어. 이율배반적인 모순이 수도 없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말이야. 사람이던 일이던 자기를 던지고 부딪히고 겪고 하면서, 타협하고 반박하고 조율하는 그런 과정. 그러면서 자신만의 생각과 견해도 몸으로 얻고 보눈 눈도 길러질 테지. 이것도 성장하는 한 과정인데 말이야. 그런 값진 과정들이 부족했던 게 참 아쉬워.
이런 상황은 또 올 수 있어. 자기 생각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정말 원하고 바라는 것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또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어. 그 때는 어째야 하지?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 보자 호기심에 따라 결정할 수 있고, 그냥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막연한 느낌을 따라갈 수도 있고, 상황이 허락한다면 판단의 근거를 마련하느라 시간을 더 벌고 결정할 수도 있을 거고, 근거 없는 직관에 따라 움직일 수도 있겠지.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뭔가 편치 않은데도 끌려가 버리고 마는 건, 이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 그런데 이런 상황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또 다시 쉽지 않을 거야. 상황이 항상 나를 기다려 주지 않거든. 누군가에게 폐를 끼칠 수 있거든. 나도 사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잘 모르겠어. 물론 최선의 결정을 해야겠지만.
그런데,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너무 자책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 자체로 소중한 과정일 수 있잖아. 그러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거잖아.
갑자기 니체가 말한 구절 중 하나가 떠올라.
“우리는 잘못 간주되어진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은 계속 자라며 변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허물을 벗고 매년 봄마다 새 껍질을 입으며 계속해서 젊어지고 미래로 채워지며 더 커지고 강해진다.”
훗날 너는 허물을 벗고 유연해지느라 아팠던 이 순간을 회상할 수 있을 것이고, 달라진 너를 볼 수 있을 거야.
힘드니.
하늘을 봐. 가을이라 참 파랗고 높다. 시원하다. 이 하늘을 보고 숨을 한 번 크게 쉬어봐.
자신을 놓아주어. 편안하게 해줘. 네 마음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게. 길을 터줘. 경계를 풀어줘. 훨훨 날 수 있게.
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 그리고 조금씩이라도 꺼내어 봐. 마음을 확 열어봐.
그리고 세상으로 나와. 어렵고 힘든 때라도 숨지 말고 세상으로 나와. 그리고 부딪히고 겪어봐.
솔직해 봐. 단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솔직함이 아닌, 진정한 나를 알고 표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솔직함. 그럼 더 자유로울 수 있어. 네가 그렇게 좋아하고 갈망하는 자유. 솔직하면 더 자유로울 수 있어. 그럼 네 안의 너와 편하게 놀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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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다'과 억지로 연결시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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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벌써 오래전부터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이런 당위성을 가진 스스로의 규범이 많았어. 그러다 보니 그거에 눌려서 그랬나봐. 자기가 정말 원하고 바라는 것을 잘 나타내지 못했어. 아니, 그게 뭔지도 잘 몰랐어. 그러다보니 결론을 내리고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되면 방황하고 갈피를 잘 못 잡고 머뭇거리곤 했지. 그러다가 그 분위기에 휩쓸려버리고 상황 가는대로 따라가 버리고 말았어. 아니면 타인의 의견이 자기 의견인 양 착각하고 그런 줄 알았지. 응당 본인이 해야 할 결정을 다른 사람의 의견에 기대어 하는 거야. 그러다 보니 괜한 눈치까지 보게 되고. 그리고 나중이 되면 불편해 하는 거야. 그건 결국 자기가 아니었거든.
그런데 상황은 이미 벌어지고 종결된 터라 그 때는 어찌할 수 가 없는 거야. 되돌릴 수가 없으니까. 그럼 그 때부터 자신을 그 상황에 끼워 맞추는 거야. 다른 사람의 입을 빌어 변명하고 마치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양 스스로를 위로했지. 하지만 그러면서도 너는 편편치가 않았어. 그럴 테지. 본래 자기가 아니었으므로. 넌 자신이 그랬다는 걸 전혀 몰랐을까. 아니었을 거야. 어렴풋이라도 느끼기도 했었을 거야. 하지만 부인하려 했어. 그렇지 않으면 이미 일어난 상황과 본래 마음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에 괴로우니까. 그 상황이 흘러가 끝을 보게 될 때, 정작 아무 판단도 하지 못하고 내 일인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이 괴로우니까.
그리고, 그러면서 점점 정말로 뭘 바라고 뭘 원했던지는 더 묻혀져 버리게 되는 거야. 그리고 상황이 끝나버린 후 새롭게 얻을 수 있는 생각과 감정들조차 순수하지 못하고 왜곡되어져 버리는 거야. 당연할 거야. 그 전부터 자신을 속이고 있었거든.
적당히 자신에게 속는 것도 자신에게는 이로울 지도 몰라. 세상을 사는 한 방법일 수도 있고. 하지만 알고 그러는 것과 모르고 그러는 것은 차이가 있겠지.
넌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는 그 당위성의 틀 안에서 놀았던 건지 몰라. 그 틀은 세월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면서 계속 넓어져 갔지만, 지금도 그러고 있지만, 그 틀의 경계 밖으로 넘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넌 여전히 엄격한 거 같아.
이 세상은 녹녹치 않아. 착한 사람들 많지만 못된 사람들도 많고,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고. 진실한 사람들도 많지만 사기꾼들도 많고. 상식 밖의 일도 많고. 기가 막힌 일도 많고. 생각과 전혀 다른 일들이 다양하게 펼쳐지는 곳이지. 그런 세상에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 수만은 없겠지. 그렇게 돌아가지도 않고 자기를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겠지.
그런데 원하고 바라는 것도 잘 모르고 있던 넌, 이것들을 밖으로 표출하고 외부와 조율하는 과정들이 그동안 많이 결여되어 있었어. 이율배반적인 모순이 수도 없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말이야. 사람이던 일이던 자기를 던지고 부딪히고 겪고 하면서, 타협하고 반박하고 조율하는 그런 과정. 그러면서 자신만의 생각과 견해도 몸으로 얻고 보눈 눈도 길러질 테지. 이것도 성장하는 한 과정인데 말이야. 그런 값진 과정들이 부족했던 게 참 아쉬워.
이런 상황은 또 올 수 있어. 자기 생각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정말 원하고 바라는 것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또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어. 그 때는 어째야 하지?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 보자 호기심에 따라 결정할 수 있고, 그냥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막연한 느낌을 따라갈 수도 있고, 상황이 허락한다면 판단의 근거를 마련하느라 시간을 더 벌고 결정할 수도 있을 거고, 근거 없는 직관에 따라 움직일 수도 있겠지.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뭔가 편치 않은데도 끌려가 버리고 마는 건, 이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 그런데 이런 상황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또 다시 쉽지 않을 거야. 상황이 항상 나를 기다려 주지 않거든. 누군가에게 폐를 끼칠 수 있거든. 나도 사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잘 모르겠어. 물론 최선의 결정을 해야겠지만.
그런데,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너무 자책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 자체로 소중한 과정일 수 있잖아. 그러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거잖아.
갑자기 니체가 말한 구절 중 하나가 떠올라.
“우리는 잘못 간주되어진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은 계속 자라며 변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허물을 벗고 매년 봄마다 새 껍질을 입으며 계속해서 젊어지고 미래로 채워지며 더 커지고 강해진다.”
훗날 너는 허물을 벗고 유연해지느라 아팠던 이 순간을 회상할 수 있을 것이고, 달라진 너를 볼 수 있을 거야.
힘드니.
하늘을 봐. 가을이라 참 파랗고 높다. 시원하다. 이 하늘을 보고 숨을 한 번 크게 쉬어봐.
자신을 놓아주어. 편안하게 해줘. 네 마음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게. 길을 터줘. 경계를 풀어줘. 훨훨 날 수 있게.
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 그리고 조금씩이라도 꺼내어 봐. 마음을 확 열어봐.
그리고 세상으로 나와. 어렵고 힘든 때라도 숨지 말고 세상으로 나와. 그리고 부딪히고 겪어봐.
솔직해 봐. 단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솔직함이 아닌, 진정한 나를 알고 표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솔직함. 그럼 더 자유로울 수 있어. 네가 그렇게 좋아하고 갈망하는 자유. 솔직하면 더 자유로울 수 있어. 그럼 네 안의 너와 편하게 놀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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