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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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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1일 20시 57분 등록

[일상에 스민 문학] - 빨간 머리 앤을 닮은 그녀

 

그녀는 빨간 머리 앤을 닮았습니다고상하게 들린다는 이유로 이름 끝에 꼭 자를 넣어 불러달라고 부탁하는 주근깨 많은 앤빨간 머리를 검은 색으로 염색하려다 녹색으로 물들이고서 자책하는 빨간 머리 앤목사님 부인을 집으로 초대하고 케익에 바닐라 향 대신 진통제를 넣어 만든 앤그리고 가로수 길을 기쁨의 하얀 길, ‘배리 연못을 반짝이는 호수로 바꾸어 이름 짓는 상상력 많은 앤감성이 풍부하고 예민하지만 자존심 강한 이 소녀는 여러모로 그녀와 닮아있습니다.

 

’, ‘희망’, ‘사랑과 예쁜 상상력으로 가득 찰 것 같은 이 소설, <빨강머리 앤>이 사실은입양 과정 중 남자아이에서 여자아이로 바뀌어 실망하는 슬픈 장면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은 것 같습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부모님을 잃고아이 보기로 다른 사람의 집을 전전했던 11살 소녀가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불행하다고 말하지 않는 긍정적인 이미지 때문일 것입니다아픔을 날것’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늘 상상으로 대체시켜야 하는 고아 소녀 앤은아마도 제가 모르는 그녀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양갈래로 땋아 내린 머리와 살짝 보이는 덧니에서그리고 깡마른 체격에서 오는 이미지는 차치하더라도벌을 받으면서도 울지도고개를 숙이지도 않지만언젠가 그녀가 낸 책을 기념하는 출판 기념회에서 엄마’ 라고 부르는 소리에 본인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쏟아내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그 둘을 동일시한 적이 있습니다그녀는 벌써 책을 3권이나 낸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그런 그녀에게서 문득카카오톡 메시지가 왔습니다.

 

오빠오빠 책 <파산수업>을 다시 읽는데... 처음에 읽었을 때랑은 다른 마음으로 읽히네.

 

라고 시작된 긴 메시지였습니다이 문자를 확인했을 때 저는 자동차 공업사에서 자동차를 맡긴 채 수리 견적을 기다리고 있는 자리였습니다그녀는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많이 불편했어오빠가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순간순간이 그대로 내 마음에 들어오는 것 같아서내 기억에는 끝까지 읽지도 못했던 거 같아어쩌면 마지막까지 나는 경험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상황이고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도 없어서 어쩌면 그냥 눈감아버리고 싶었는지도 몰라.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오빠의 마음이 읽히는 것을 알 수 있었어오빠는 여전히 그 상황을 견디고 있겠지만 내가 도움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이제 와서 이런 이야기가 무슨 소용일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말해주고 싶어. ^^

 

하고 밀려드는 이 느낌은 무엇이었을까요같이 연구원 동기로 생활을 했을 때도 늘 저희는 농담만을 이야기하고, 장난기어린 이야기만 나누었습니다이런 감정은 감동이라고 하나요아니면 놀라움이라고 할까요농담을 빙자한 장난 뒤에 그녀는 날카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저는 늘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야기합니다.

 

그때 그날어떤 분이 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에 오빠 회사 직원분이 회사에 관한 글을 올렸을 때... 우리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아무도 그에 대한 해명이나 변명을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 했는데... 그게 몹시 서운하고 외로웠겠지만... 사실은 어찌해야 할 지 몰랐어이미 이성을 잃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에게 뭐라도 이야기를 했다는 일을 더 키울 수도 있는 상황인 것 같기도 하고사실은 한 번도 경험도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상황이라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랐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

 

맞습니다아버지와 함께 하던 회사가 어려워지고 회사의 유동성이 얼어붙어서 결제가 늦어지고마침내 약속한 날짜가 늦어지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이에 화가 난 몇몇 분들이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가 열정적으로 변화경영연구소의 일들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악의적인 글들을 올린 사건이 있었던 것입니다제 책 <파산수업>에서 저는 그 당시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은 연구소 분들에게 내심 서운했던 이야기들을 쓴 적이 있습니다그 당시의 일들을 떠올리며그녀가 보낸 편지를 읽으니 자동차 공업사에서 맥심커피 한 잔을 일회용 컵에 털어 마시던 저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돕니다갑자기 1년도 더 된 책을 다시 읽고 메시지를 보내는 그녀에게 저는 무슨 문자를 남겨야 할지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오빠다만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말을 걸어줘야 하는지그냥 모른 체 해야 하는지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기를 선택한 거야.

 

그래도 만나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잠시나마 오빠의 마음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 줄 수도 있었는데... 오빠가 그동안 수 십 번도 넘게 내게 쌓아놨던 밥과 커피를 갚을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오랜 시간을 미루고 지냈네라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어. ^^

 

그녀는 이제 마무리를 합니다.

 

그동안 혼자 둬서 많이 미안해그리고 이 말을 할 기회를 줘서 고맙기도 해.

 

빨간머리 앤을 많이 닮은 그녀는 처음으로 <혼자 놀기>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오직 그녀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한 책이었습니다일상에서 소소하게 벌어지는 일들을 놀이와 함께 접목시켜서 일상을 놀이로 업그레이드하는 밝은 책이었는데연구원을 함께했던 그녀를 아는 나는그 책을 읽으며너무 그녀답다는 생각에 깔깔대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무언가 부족하지 않고넉넉하고당당하고언제나 재치와 발랄함으로 뭉쳐어떤 때는 그녀만의 엉뚱한 상상력으로 ‘4차원 아니야?’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킨 작가입니다.

 

그러나이제는 깨닫습니다그녀가 앤을 닮은 모습은 바로고통과 절망을 상상력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상대방을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그 공감에 있음을 말입니다소녀 같은 풍부한 감수성으로 책을 읽는 내내 밝은 꿈과 소망을 공유하고자 하는 그녀의 긍정성이 바로 빨간 머리 앤의 모습이라고 말입니다.

 

이제 저는 일회용 컵에 있는 커피를 입에 털어 넣고 주머니에 있는 손수건으로 땀과 눈물을 자연스럽게 닦아 냅니다그리고 그녀에게 답장을 보냅니다.

 

날도 더운데 왜 사람 울컥하게 만드냐우리 만나서 술이나 한 잔 하자!

 

이 무더위가 한 풀 가시면우리 연구원 동기들과 오랜만에 한번 만나야겠습니다.

 

정재엽 (j.chung@hanmail.net)드림

 

 

P.S 1.

이 글을 쓰고 그녀의 책 <숨통트기>에 이런 구절이 나와서 공유합니다.

밥 한 번 먹자는 약속은 어른들이 슬프지 않게 헤어지기 위해 외우는 주문과 같다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인사처럼 하면 슬프지 않게 헤어질 수 있다곧 다시 만날 거라 믿으면 지금의 헤어짐을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P.S. 2. 

다음 주는 제가 출장이 겹쳐 마음편지는 한 주 건너뛰고 그 다음 주에 뵈어야 할 것 같습니다사실이 편지도 휴가지에서 보냅니다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공지] 촌TV 개국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시청자를 연결해주는 촌TV가 개국했습니다. 변경연 꿈벗 출신인 안철준대표가 운영하는 촌TV는 IT 서비스들을 소개하는 <클라우드촌> 채널, 기업교육 관련 콘텐츠를 알려주는 <파인드강사촌> 채널, 작가와 함께 하는 <북촌> 채널 등 다양한 채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8월부터는 <북촌> 채널에 매월 한명의 변경연 작가를 초청, 함께 할 예정이라 하니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시청 바랍니다.

2. [출간소식] 『상처받지 않고 나답게 사는 인생수업』(김달국 지음) 개정판 출간
변화경영연구소 꿈벗이자 자기계발연구원 김달국 대표가 『나를 다스리고 세상과 친해지는 유쾌한 인간관계』의 개정증보판을 출간하였습니다. 2003년부터 매년 한 권씩 꾸준히 책을 내고 있는 김대표는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해 때론 상처받지 않고 나를 지킬 줄도 알아야 하는 반면 유쾌하게 세상과 친해질 수도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도 상처에 아파하고 타인을 의식하며 자기답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니만큼 일독을 권합니다.

3. [안내] 아티스트웨이 여름여행 <코카서스 3국(2018.8.8-19, 12일)>
올해 아티스트웨이 여름여행은 이름마저 생소한 코카서스 3국입니다. 슬픈역사를 간직한 아르메니아, 와인과 미식의 나라 조지아, 캬라반과 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입니다. 코카서스에는 우리와 전혀 다른 시간이 흘러갑니다. 미지의 땅에 끌리는 DNA를 가진 분이라면 이 여행은 당신 것입니다. 15명만 참여하는 소그룹 여행이니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4. [변경연 팟캐스트] 『굿잡 - 직장인 성장공식』(1부) – 이관노 작가
이번 변화경영연구소 팟캐스트의 주인공은 『굿잡 - 직장인 성장공식』의 저자 이관노 작가입니다. 그는 33년간 직장인이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보직을 거친 멀티플레이어이자, 후배들의 행동하는 멘토로서 아직도 현장을 누비고 있는 대선배입니다. 그는 직장이란 자기 생각을 실천하여 ‘나의 역사’를 쓰는 곳이라 말합니다. 33년 멘토로부터 주도적 직장생활이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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