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습니다.  

아침에 부는 바람이 제법 선선합니다. 

지난 여름에는 정말 가을이 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며칠 사이에 날씨가 확연하게 달라졌습니다.

아침에 고추를 땄습니다.

일을 쉽게 하려고 고춧대를 다 뽑아서 마당에 앉아 

잘 읽은 고추와 풋고추를 다른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고춧잎도 땄습니다.

이것을 무쳐서 나물로 먹으면 아주 맛있습니다.

농약을 하나도 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습니다. 

 

고추를 따는 것보다 고춧잎을 따는 것이 더 재미있습니다.

부드러운 순만 따야 먹기가 좋습니다.

고춧잎을 딴다고 해야할지 훑는다고 해야할지...

어쨌든 힘조절을 잘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서툴었지만 좀 하다보면 요령이 생깁니다.

며칠 동안은 향기로운 고춧잎 나물을 먹을 수 있습니다. 

햇살은 따갑지만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시원합니다.

풀벌레 소리와 함께 우는 매미소리가 우렁차지만 애처롭게 들립니다.

나는 언제 매미처럼 우렁차게 나의 목소리를 내어보았는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을이 되니 하늘도 깊어가고 머리도 맑아집니다.

올 가을에 나는 어떻게 깊어질 것인가 생각해 봅니다.

지난 여름이 힘든 만큼 가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가을이 되면 벌레도 바빠집니다.

그러면 벌레를 잡아먹는 새도 바빠지겠지요.

여러분들도 가을 바람에 힘을 내어 바쁘게 사시길 바랍니다.

가을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행복한 가을을 보내시고

가을 하늘처럼 높고 가을 새털구름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오늘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김달국 (dalkug@naver.com)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