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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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경기도 오산에 강연하러 갑니다.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휴머니스트)>, <가족의 발견(부키)>, <이상한 정상가족(동아시아)> 세 권 주제도서를 중심으로 총 10차시에 걸쳐 ‘가족’을 테마로 인문학, 심리학, 사회학을 두루 둘러보는 과정입니다.
주중 오전 시간, ‘내 아이~’로 시작하는 강연이 인기가 많습니다. ‘영어’나 ‘역사’, ‘논술’ 등 구체적인 과목명을 제시하면, 인기는 수직상승합니다. ‘내 아이 OO을 위한’으로 시작하는 강연이 차고 넘치는 9월, ‘가족’을 주제로 열 번이나 들어야 하는 강연을 과연 누가 신청할까 싶었습니다.
예상대로 신청자 수가 많지 않았으나 매주 인원이 늘고 있습니다. 차시가 거듭될수록 어느 정도 인원이 줄어들기 마련인데 참 신기한 일입니다. 멀리 수원에서 오시는 분, 가족 동반으로 오시는 분, 이웃과 함께 오시는 분 등 4차시를 앞두고 인원이 꽤 늘었습니다. 체험활동보고서를 제출하겠지만 학교 수업을 빠지면서까지 참석하는 중학생이 있어 놀랍기도 했습니다.
지난 주 강연 주제가 ‘배움의 공동체로서의 가족’이었습니다. 강연이 길어져 질의응답을 할 시간이 없어 제 이메일 주소를 알려드렸습니다. 고민이 담긴 메일을 여러 통 받았습니다. 책의 힘을 알기에 나를 비롯 온 가족이 함께 책을 읽으며 동반 성장하고 싶지만, 한 권은 가능할지 몰라도 계속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공통의 고민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 권이 두 권이 되고 두 권이 세 권이 될 수 있을까요? 지속적으로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선수가 아닌 일반인이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것은 함께 달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전거를 탈 때, 혼자 탈 때보다 여럿이 함께 탈 때 더 오래 탈 수 있고 더 멀리까지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인간이란 주위 사람의 영향을 받는 존재인데요. 책 읽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온 교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온 동네 아이들이 책을 읽는다면, 혼자 책을 읽지 않기가 더 어려운 일이 될 지 모릅니다. 쉬는 시간에 책 읽는다고 왕따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초등학교에서 ‘책 읽어주는 엄마’로 활동하고, 중학교에 책 읽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매일 아침 40분간 ‘인문독서’를 지도합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책을 가까이하던 아이들이 자라 ‘읽은 인간’으로 성장할 것을 알기에, 많은 엄마들이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책 읽기를 위해, 먼저 가까운 이웃과 독서동아리를 만들어 보세요. 함께 읽으면 혼자 읽을 때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적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시간을 정하고 만나서 책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독서동아리 멤버들과 함께라면, 혼자 힘으로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답니다. 지역 도서관과 학교와 연계해 ‘책 읽어주는 엄마’나 ‘인문독서’지도, ‘독서캠프’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기록을 남기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독서기록장 쓰는 것만큼 힘든 일이 또 있을까 싶지만, 여러 명이서 돌아가면서 기록한다면 그리 힘들지 않을 거예요.
가정은 세계를 축소한 하나의 소우주로서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곧 가정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 버지니아 사티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은 곧 가정을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내 힘으로 당장 세상을 바꿀 순 없어도 일상에서 가정의 문화를 바꿀 수는 있습니다. 이러한 작은 변화가 모여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겠지요. 가족이 배움의 공동체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독서동아리 활동 덕분입니다. 나와 가족과 이웃, 세상이 책으로 연결되어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받는 기쁨을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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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 월요일에 발송하는 마음을 나누는 편지 '가족처방전'은 필자와 독자가 함께 쓰는 편지입니다. 가족 관계가 맘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고 계시다면 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마음을 다해 고민하고 작성한 가족처방전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김정은(toniek@naver.com)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