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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6일 16시 02분 등록
글쓰기…… 타인에 대한 애정

2007년 가을의 초입부터 나에게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고요하기만 하던 나의 바다에 이따금씩 연속적인 파도가 출렁이기 시작하면서 바람을 동반한 새로운 공기가 나를 감싸 안았다. 추수의 계절인지라, 좋은 일도 많이 일어났지만 겨울의 황량함을 준비해야 하는 계절이기에 가슴 속 추위도 함께 보듬어줘야 했다. 나에게는 참으로 필요한 훈련이 아닐 수 없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그러한 마음 속의 혼란스러움 때문에 글쓰기 마감 기한을 몇 번 놓쳤었다. ‘나’라는 사람은 마음의 평정을 찾지 못하면 글이 안 써지는 모양이다. 시간적 여유와 공간적 여유뿐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아무리 소재가 다양해도 글이 안 써지니 말이다. 나 스스로를 속이는 일은 내가 가장 하기 힘들어하는 일인가보다.

그래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10월 달에 썼어야 할 글쓰기 관련 칼럼을 빠트려 이제야 이렇게 끄적이고 있다. 비록 조금 늦었지만, “Better late than never” 란 말을 지푸라기 잡듯 손에 한 번 꼬옥 쥐어본다.

글쓰기에 관한 테크니컬한 요소에 대해 나는 별로 해줄 말이 없지 싶다. 나보다 다른 분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해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리라. 대신, 기술적인 면보다는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말도, 하고 싶은 말도 바로 이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글을 쓰는 것일까?”
“나는 왜 글을 쓰는 것일까?”

내 글쓰기의 ‘시작’은 나를 위함이었다. 표현되지 못한 감정들을 토해내기 위함이었고, 나를 위한 정리 차원에서였고, 그 글을 읽고 타인이 공감해줄 때 느끼는 감동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생의 4계절과 사랑의 4계절이 있듯이, 글쓰기의 4계절을 거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글쓰기의 ‘시작’은 나를 위함이었으나 그 ‘끝’은 바로 타인을 위함이라고.

우리가 책을 쓰는 이유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나를 알리고 나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서라지만, 단지 그 이유 때문이라면 글 또한 읽는 이들 마음의 껍질만을 두드리는 격이 될 테니 말이다. 껍질 그 이면에 있는 마음의 알맹이를 건드릴 수 있는 글은 다름 아닌 ‘타인에 대한 애정’ 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진정 타인의 행복을 위할 줄 아는 마음, 타인의 안위를 생각하는 배려심, 타인에게 글로서 미소 짓고 함께 눈물 흘릴 수 있는 마음가짐. 글쓰기 작업을 위한 기술적인 측면 이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마음의 훈련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선생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아주 파워풀한 것이라고. ‘파워풀’이란 수식어에 대해 깊이 곱씹어 보았다. 단순히 사용하는 어휘나 표현력 자체가 파워풀해서 라기보다는 마음이라는 커다란 산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파워풀한 도구라는 것. 마음이 움직이면 생각이 움직이고, 생각이 움직이면 행동이 움직이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글쓰기 작업을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시간이다. 시간의 힘이 얼마나 파워풀한지, 그래서 그 시간이란 녀석을 들여 쓴 글이 갖는 힘은 대단한 것이다. 인풋이 좋으면, 아웃풋이 좋을 수 밖에 없고 심은 대로 거두는 법이기에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I give you my time, a portion of my life that I will never get back”
(나는 당신께 내 시간의 일부를 드립니다. 그 시간은 내게는 결코 돌아오지 않을 내 인생의 일부분이거든요)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은 내 인생의 일부를 주는 것이고, 애정 없이는 내 인생의 일부를 줄 수가 없다.

‘나’에서 시작해 ‘그대’로 끝나는 것, 이것이 바로 글쓰기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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