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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8일 09시 27분 등록
Hung:여기 숫자 뭐가 들어갈 것 같냐?
빼빼: 어디보자. 음, 1.
프린스:나두 1.
Hung: 야 메뚜기만 잡지말고 너두 와서 봐.
KID : 이게 뭔데?
Hung: 응 수열이란 건데, 앞에 걸 보고 뒤에 것을 미루어 짐작하는 거야. 여기 백번째에 뭐가 들어가는지 맞추는 거야.
종이에는 1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는 백번째에 들어갈 숫자를 묻고 있었다.
KID : 백번째? 거긴 2, 백한번째는 3, 그 다음은 4 이렇게 계속 돼.
Hung : 왜?
KID : 그럼 백번 이나 기다렸는데, 또 1이어야겠어? 쭉 2,3,4,5,6,.... 쓸꺼야.
KID 또 메뚜기 따라서 달려간다.

이 이야기는 몇 년전 홈페이지 만드는 법을 독학하면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들 때 홈페이지에 적어두었던 이야기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Hung에게 해주고 싶었다. Hung은 Kid가 잘 따라다니는 좋아하는 사람이다. 물론 Kid는 나다. 당시 『헐리우드키드의 생애』라는 소설을 재미나게 읽었고, 그것에서 따서 내 인터넷 아이디는 yellowkid였다. Hung, 빼빼, 프린스 모두 입사동기였고,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정이 들었다. 당시 나는 Hung을 눈에 담고 있어서 그에게 몇 번이나 좋아한다고 고백했었다. 그의 대답은 늘 No였다. 난 같이 있으면 좋은데, 생각하면 별로란다. 그가 너무 좋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나는 그에게 100번은 프로포즈 할거라는 말을 이렇게 내비쳤다. 그는 작년 이맘때에 회사 동료와 결혼을 했다.

금산 적벽에서 사부님의 시지프스 신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문득 그 100번째가 생각났다. 매일이 같을 거라는 전제하에서는 절망 뿐이다. 어제같은 오늘이 계속되는 한 그것은 오늘이 아니고 어제이다. 관계는 그렇게 물을 한방울씩 떨어뜨려서도 컵 하나를 다 채울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그것 자체를 포기하고 부인하면 관계는 거기에서 발전되지 않는다.

지난주에는 오이디푸스 때문에 거리의 무수한 나무들에게 푸념을 해댔다. ‘왜 하필 오이디푸스야?’ 색이 변하고 점점 더 아름다워지다가 낙엽을 떨구는 나무를 볼 때도 나는 시간 앞에 시비를 걸고 있었다. 어디에선가 뒤틀린 것은 눈에 띄는 뭔가에 시비를 걸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뭔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들』의 저자는 또 무슨 소리를 하려구하는 거야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오이디푸스를 마중물 정도로 언급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들』에는 영웅들이 많이 등장하고 거기서 기존에 내가 알던 것과는 다른 모습의 오이디푸스를 보여주었다.

지난주 오이디푸스로부터 연상되는 나의 관계에 대해서 글을 썼었다. 쓰고 싶지 않지만 머리 속을 맴도는 것, 그래서 쓸 수 밖에 없는 것. 쓰면서 어떤 대상인가에 화를 내고 있었다.세상을 향한 공격과 내 자신을 향한 공격을 헤대곤한다. 그리고는 쓴 만큼 토해내고, 토해낸만큼 가벼워진다. 치유라는 것이 연상된다. 아직도 토해낼 것이 남았지만 그것은 점차로 희석되어져 간다.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다. 외할머니 생신이라고. 그러니 어머니께 전화해서 외할머니 휴대폰 번호 물어서 축하전화를 하라고. 아버지 목소리를 들은 게 몇 달만인가? 지난 추석 때 뵙고 못 뵈었구나. 어머니와 통화한 것도 까마득한 옛날 같다. 어머니의 목소리도 잠시. 건강하신 외할머니의 목소리도 잠시.

아버지, 어머니.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이야기. 편지를 써 두어야겠다. 쓴 편지를 다 부치지는 않을 것이다. 예전에도 쓴 편지를 부치지 않았던 것처럼. 그러나 점점 더 집에 부치는 편지가 많아질 것이다. 물 한방울이 추가된 만큼 컵이 차가는 것처럼 오늘 하나를 추가한다.
몇 번째부터인가는 더 이상 부치지 않는 편지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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