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海瀞 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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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을 위한 막바지 훈련
이른 아침에 드리는 기도 후에, 책상머리 앞에 앉았습니다.
창을 통해 비춰지는 가을 햇살 때문인지 노트북 화면은 흐릿해지고, 스피커에서는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잠시 눈을 지긋이 감고, 몽골의 드넓은 초원과 그 고요함을 다시금 떠올려 봅니다. 잔인한 겨울을 준비하고 있을 유목민들이, 그리고 그들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말들이 불현듯 보고 싶습니다. 그들에게는 매해마다, 매번 그렇게 해왔을 ‘월동 준비’ 이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게 삶이 아닌가 싶네요.
계절이 변하고, 우리의 생각이 변하고, 길거리를 메우고 있는 풍경도 변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 살 더 많아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쩌면 ‘변화’라는 것은 우리가 억지로 만들어내야만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 자체가 크고 작은 변화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기에 말입니다.
삶에도 방향이 있다고 했던가요? 삶이라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나침반의 역할을 해주는 것은 바로 ‘준비하는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이왕 변해야 한다면,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 ‘제대로’ 변화해야겠지요. 그래서 이번 달……아니, 남은 2007년의 제 개인적인 테마는 바로 이 ‘준비’ 입니다. 예전 같으면 보통 연말이 되어서야, 12월 31일이 되어서야 그 다음해를 준비하거나 계획을 세웠을 텐데 올해는 조금 다르게 해볼까 합니다. 2007년을 마무리 하기 두 달 전, 2007년 11월부터 2008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아볼까 합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스물일곱이 앞으로 피어날 내 인생을 준비하는 막바지 훈련기간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냥 재미있는 여담이지만, 얼마 전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와 재갈공명이 만나게 된 삼고초려의 이야기를 다시금 접하고 나서 저도 모르게 피식ㅡ하고 웃었습니다. 그 둘이 만나게 됐을 때, 재갈공명의 나이가 스물일곱이었다고 합니다. 감히 재갈공명과 저 자신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스물일곱이라는 나이가 새롭게 다가왔기에 잠시 숙연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단순히 여느 자기 계발서에 단골로 나오는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 라는 식의 발상이 아닙니다. 준비는 일생에 걸쳐 일어나는 크고 작은 해프닝의 연속입니다. 27년을 살아 오면서 저는 과연 무슨 훈련을 해왔을까요? 아마도 저는 ‘버리는 훈련’을 해 왔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버림의 대상이 되는 것들이 물건이건, 사람이건, 제 욕심이건, 제 성공이건 간에 그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 한 해, 2007년을 장식했던 훈련은 아마도 제 ‘자신을 다스리는 훈련’ 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싫어하는 일들, 마주 대하기 껄끄러운 사람들, 피하고 싶은 상황들…… 이 모든 것들이 제게 주어진 소중한 훈련의 기회라는 생각에 앞으로의 제 삶이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2008년을 위한 가장 큰 세 가지 준비는 아마도 첫 번역서 출간, 또다시 직장인, 그리고 결혼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에 저를 가장 많이 고민하게 한, 또 다시 직장인이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할까 합니다. 벌써 두 번의 화려한(?) 사직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찰스 핸디가 말하는 벼룩의 삶을 살고 싶은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남들이 얼핏 들으면 어려운 취업난 속에서 행복한 고민한다고 핀잔 줄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르고 고생하는 것이, 알고 고생하는 것보다 훨씬 쉽잖아요. 그런데, 이미 다 알고 난 뒤에도 그 길을 가야 한다면, 그 결정에는 누가 뭐래도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되니까요.
하루는 아무도 없는 공원 벤치에 앉아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나님, 나 또 다시 직장인 되기 싫어요.
나 몸도 약하고, 사람 관계에 예민하고,
그리고 나보다 더 일 잘하는 사람 세상에 많잖아요.
나 지금 이대로도 너무 잘 살고 있는데요”
그렇게 도망가기 위한 구멍을 파느라 여러 가지 이유를 한참 동안 열거하고 나니, 제 마음은 어느새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평온해졌습니다. 27년 동안 그래왔듯이 힘들면 힘든대로, 필요하면 필요한대로 앞으로도 채워주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품지 못했던 사람들을 품을 수 있고, 이전보다는 조금 더 지혜롭고 현명하게 모든 상황 가운데 대처해 나갈 수 있겠구나 싶은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혼자가 아닌 둘이기에, 왠지 모르게 든든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제 입을 통해 나온 고백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나의 뜻대로가 아닌, 주의 뜻대로 하옵소서.
그리하면, 나 순종하겠나이다”
순종…… 인간으로서 가장 하기 힘든 훈련이 아닐까 합니다.
IP *.6.5.237
이른 아침에 드리는 기도 후에, 책상머리 앞에 앉았습니다.
창을 통해 비춰지는 가을 햇살 때문인지 노트북 화면은 흐릿해지고, 스피커에서는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잠시 눈을 지긋이 감고, 몽골의 드넓은 초원과 그 고요함을 다시금 떠올려 봅니다. 잔인한 겨울을 준비하고 있을 유목민들이, 그리고 그들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말들이 불현듯 보고 싶습니다. 그들에게는 매해마다, 매번 그렇게 해왔을 ‘월동 준비’ 이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게 삶이 아닌가 싶네요.
계절이 변하고, 우리의 생각이 변하고, 길거리를 메우고 있는 풍경도 변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 살 더 많아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쩌면 ‘변화’라는 것은 우리가 억지로 만들어내야만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 자체가 크고 작은 변화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기에 말입니다.
삶에도 방향이 있다고 했던가요? 삶이라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나침반의 역할을 해주는 것은 바로 ‘준비하는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이왕 변해야 한다면,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 ‘제대로’ 변화해야겠지요. 그래서 이번 달……아니, 남은 2007년의 제 개인적인 테마는 바로 이 ‘준비’ 입니다. 예전 같으면 보통 연말이 되어서야, 12월 31일이 되어서야 그 다음해를 준비하거나 계획을 세웠을 텐데 올해는 조금 다르게 해볼까 합니다. 2007년을 마무리 하기 두 달 전, 2007년 11월부터 2008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아볼까 합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스물일곱이 앞으로 피어날 내 인생을 준비하는 막바지 훈련기간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냥 재미있는 여담이지만, 얼마 전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와 재갈공명이 만나게 된 삼고초려의 이야기를 다시금 접하고 나서 저도 모르게 피식ㅡ하고 웃었습니다. 그 둘이 만나게 됐을 때, 재갈공명의 나이가 스물일곱이었다고 합니다. 감히 재갈공명과 저 자신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스물일곱이라는 나이가 새롭게 다가왔기에 잠시 숙연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단순히 여느 자기 계발서에 단골로 나오는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 라는 식의 발상이 아닙니다. 준비는 일생에 걸쳐 일어나는 크고 작은 해프닝의 연속입니다. 27년을 살아 오면서 저는 과연 무슨 훈련을 해왔을까요? 아마도 저는 ‘버리는 훈련’을 해 왔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버림의 대상이 되는 것들이 물건이건, 사람이건, 제 욕심이건, 제 성공이건 간에 그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 한 해, 2007년을 장식했던 훈련은 아마도 제 ‘자신을 다스리는 훈련’ 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싫어하는 일들, 마주 대하기 껄끄러운 사람들, 피하고 싶은 상황들…… 이 모든 것들이 제게 주어진 소중한 훈련의 기회라는 생각에 앞으로의 제 삶이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2008년을 위한 가장 큰 세 가지 준비는 아마도 첫 번역서 출간, 또다시 직장인, 그리고 결혼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에 저를 가장 많이 고민하게 한, 또 다시 직장인이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할까 합니다. 벌써 두 번의 화려한(?) 사직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찰스 핸디가 말하는 벼룩의 삶을 살고 싶은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남들이 얼핏 들으면 어려운 취업난 속에서 행복한 고민한다고 핀잔 줄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르고 고생하는 것이, 알고 고생하는 것보다 훨씬 쉽잖아요. 그런데, 이미 다 알고 난 뒤에도 그 길을 가야 한다면, 그 결정에는 누가 뭐래도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되니까요.
하루는 아무도 없는 공원 벤치에 앉아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나님, 나 또 다시 직장인 되기 싫어요.
나 몸도 약하고, 사람 관계에 예민하고,
그리고 나보다 더 일 잘하는 사람 세상에 많잖아요.
나 지금 이대로도 너무 잘 살고 있는데요”
그렇게 도망가기 위한 구멍을 파느라 여러 가지 이유를 한참 동안 열거하고 나니, 제 마음은 어느새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평온해졌습니다. 27년 동안 그래왔듯이 힘들면 힘든대로, 필요하면 필요한대로 앞으로도 채워주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품지 못했던 사람들을 품을 수 있고, 이전보다는 조금 더 지혜롭고 현명하게 모든 상황 가운데 대처해 나갈 수 있겠구나 싶은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혼자가 아닌 둘이기에, 왠지 모르게 든든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제 입을 통해 나온 고백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나의 뜻대로가 아닌, 주의 뜻대로 하옵소서.
그리하면, 나 순종하겠나이다”
순종…… 인간으로서 가장 하기 힘든 훈련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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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바다
써니언니... 이제 시작인듯 싶어요 ^^;;; 히힛
선생님~~~~~!!!!!!! 헤헤헤.... 안그래도 오늘은 새벽기도 다녀와서
몰려오는 피곤을 주체할 수 없어 그냥 잠이 들었는데, 꿈에 선생님이
나왔어요. 이른 아침에 저희 집을 방문해주셨는데, 부엌에서 저희
엄마는 음식을 준비하고 계셨고, 저희 아부지는 선생님 맞이할
준비를 하고 계셨죠. 저는 선생님께 집 구경시켜드리고.....
꿈이 너무 리얼했는데... 일어나자마자 아부지께서 선생님이 답글
다셨다고 빨리 일어나서 보라고 하시더라고용 ㅎㅎㅎ
선생님! 이전보다 더 활기차게 복귀할께요 ^^ 안 열리는 파일들은
그냥 포기하고 다시 번역하기 시작했어요. 오히려 다시 하게 되니까
한 번 고민할 거 두 번 고민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선생님이 저 짜르셔도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거에요~~~~~힛
선생님~~~~~!!!!!!! 헤헤헤.... 안그래도 오늘은 새벽기도 다녀와서
몰려오는 피곤을 주체할 수 없어 그냥 잠이 들었는데, 꿈에 선생님이
나왔어요. 이른 아침에 저희 집을 방문해주셨는데, 부엌에서 저희
엄마는 음식을 준비하고 계셨고, 저희 아부지는 선생님 맞이할
준비를 하고 계셨죠. 저는 선생님께 집 구경시켜드리고.....
꿈이 너무 리얼했는데... 일어나자마자 아부지께서 선생님이 답글
다셨다고 빨리 일어나서 보라고 하시더라고용 ㅎㅎㅎ
선생님! 이전보다 더 활기차게 복귀할께요 ^^ 안 열리는 파일들은
그냥 포기하고 다시 번역하기 시작했어요. 오히려 다시 하게 되니까
한 번 고민할 거 두 번 고민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선생님이 저 짜르셔도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거에요~~~~~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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