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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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나면 정리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요즘 하고 있다.
‘무슨 내용이야?’라는 질문에 ‘어, 음... ’이렇게 한참을 뜸을 들여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멍하다. 말로 풀어내는 솜씨가 부족한 것, 즉 출력이 문제가 있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안에 저장이라도 되어 있어야 하는 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컴퓨터로 따지면 입력이 되다가 말아버려서 저장하다 에러난 것처럼 이름은 있는데, 파일의 내용이 없는 경우다. 파일 크기를 보면 0바이트인 경우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읽기는 읽었으니 아예 감감하지는 않겠지만 내게는 무척 답답한 노릇이었다. 금새 잊는다는 것. 휘발성 기억을 갖는 안타까움이다.
정리해서 저장해 두지 않았으니 필요할 때에 꺼내어 쓸 수 없다. 이번주에 읽은 책은 ‘난중일기’를 읽을 때 사부님께서 보면 도움이 될 거라고 추천하신 영화 ‘묵공’과 연관이 있었다. 영화 묵공의 시대 배경과『강의』에 나온 사상들이 다듬어지고 세력을 얻는 시대가 같다. 묵자의 전쟁을 반대하는 점과 ‘겸애’ 그리고, 성주, 관리들의 태도. 성안의 백성들이 바라는 것들. 이것들이 동양고전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들과 연결시킬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연결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연결은 되지 않고 토막이 났다.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은 것들과 서로 연결되지 않는 파편들에서 내가 가진 습관을 몇 가지 찾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리뷰를 하면서 어려움을 겪다보니 몇 가지 습관이 눈에 띈다.
책 읽고 정리하는 법을 찾다보니 스스로 이런 답을 하게 된다. 내가 가진 나쁜 습관 몇 개와 그것을 대신할 만한 것들을 제시해 본다. 스스로 찾아낸 것들이라 제대로 찾아졌는지의 여부는 잘 모르겠다.
나쁜 습관 중에 하나는 우선 이름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과 타인이 약속해서 쓰는 것 중에 가장 기본이 이름일 것이다. 그것은 다른 것들과 구별하게 해준다. 그 이름을 사용하는한 책 속에서 언급한 사람이나, 리뷰에서 언급하는 사람은 동일 인물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전달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사람임을 구별하게 하는 요소이다. 이러한 것들을 내 경우는 ‘그 사람’, ‘그 곳’, ‘거기’ 라는 말로 대치해 버린 것이다. 영화 ‘묵공’을 리뷰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묵공이 영화에서 어떤 이름으로 불리었는지 모른다. ‘묵공’의 배경이 된 성을 기억하지 못한다. 성을 공격한 세력(나라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핑계로 영화를 본 지 몇 달이 지났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도 기억에서 없었던 것 같다. 영화를 볼 당시나 보고난 직후에도 그 이름들을 잘 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복이란 것을 하지 않아서라고 말하고 싶다.
두 번째로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전달하지 않는다. 표현하지 않는 습관이 굳어져 버린 것 같다. 자신의 언어로 무엇인가를 서술하는 데 애를 먹는다. 어렵게 읽은 책에 대해서만이 정리가 안되는 것이 아니다. 재미나게 본 영화에 대해서도 그러한 것을 보면 정리해서 말하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역시 영화 ‘묵공’에서 상황을 묘사할 수 없다. 영화 ‘묵공’을 리뷰한다면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나 시대배경들을 설명하고, 거기에 주인공들을 배치한다면 전체적인 상황이 더욱 잘 전달될 것이다. 책의 리뷰에서는 저자가 서술하고있는 것이 전체 중에 어디에 해당하는 것인지, 무엇을 말하려고 예시들을 끌어다가 썼는지를 표현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기존에 알고있던 다른 것들과 연결시키게 될 것이다.
세 번째 습관은, 이것이 무엇보다 정리하고 기억하는 데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 같다. 어렵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묵공’의 상황을 묘사할 수 없다고 단정하고 묘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영화 ‘묵공’을 보고 며칠이내에 리뷰를 시도했다가 금새 포기했었다.) 정리해서 저장할 기회조차 갖지 않는 것이다. 인터넷을 뒤지니 ‘묵공’에 대해서 주인공의 이름이나 시대정도는 쉽게 검색된다. 줄거리 또한 그렇다. 기억을 새로 정리할 기회조차 갖지 않은 채 기억이 나질 않고 정리는 안된다고 투털거린 것이다. 다른 것들과 꼭 연결시켜서 뭔가를 하고 싶을 만큼 중요한 것이라면 다시 정리하면 된다.
그 밖에도 책 읽고 정리하는 것에 방해되는 요소로 지적할 수 있는 것들은 ‘책에 집중하지 않고 건성으로 읽기’, ‘목적없이 책 읽기’, ‘부분에 집착하여 전체 놓치기’, ‘생각을 닫아두고 책 읽기’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언급한 몇 가지 습관이라도 대안으로 스스로 제시한 것으로 대치해 봐야겠다.
몇 명의 선배들과 동료들이 책 읽는 법도 알려주고 메모하는 법도 알려주었는데, 몇 번을 하다가 금새 예전의 하던 버릇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래도 다시 한다. 머리 속에서 맴돌지만 잡히지 않는 것들을 대하는 답답함을 풀고 싶다. 애써서 잡은 것이 파편들이란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겠다.
그 파편들을 주워가다보면 헤매던 길을 찾게되는가? 바다에 도달하는가?
길을 제대로 찾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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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72.153.12
‘무슨 내용이야?’라는 질문에 ‘어, 음... ’이렇게 한참을 뜸을 들여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멍하다. 말로 풀어내는 솜씨가 부족한 것, 즉 출력이 문제가 있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안에 저장이라도 되어 있어야 하는 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컴퓨터로 따지면 입력이 되다가 말아버려서 저장하다 에러난 것처럼 이름은 있는데, 파일의 내용이 없는 경우다. 파일 크기를 보면 0바이트인 경우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읽기는 읽었으니 아예 감감하지는 않겠지만 내게는 무척 답답한 노릇이었다. 금새 잊는다는 것. 휘발성 기억을 갖는 안타까움이다.
정리해서 저장해 두지 않았으니 필요할 때에 꺼내어 쓸 수 없다. 이번주에 읽은 책은 ‘난중일기’를 읽을 때 사부님께서 보면 도움이 될 거라고 추천하신 영화 ‘묵공’과 연관이 있었다. 영화 묵공의 시대 배경과『강의』에 나온 사상들이 다듬어지고 세력을 얻는 시대가 같다. 묵자의 전쟁을 반대하는 점과 ‘겸애’ 그리고, 성주, 관리들의 태도. 성안의 백성들이 바라는 것들. 이것들이 동양고전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들과 연결시킬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연결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연결은 되지 않고 토막이 났다.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은 것들과 서로 연결되지 않는 파편들에서 내가 가진 습관을 몇 가지 찾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리뷰를 하면서 어려움을 겪다보니 몇 가지 습관이 눈에 띈다.
책 읽고 정리하는 법을 찾다보니 스스로 이런 답을 하게 된다. 내가 가진 나쁜 습관 몇 개와 그것을 대신할 만한 것들을 제시해 본다. 스스로 찾아낸 것들이라 제대로 찾아졌는지의 여부는 잘 모르겠다.
나쁜 습관 중에 하나는 우선 이름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과 타인이 약속해서 쓰는 것 중에 가장 기본이 이름일 것이다. 그것은 다른 것들과 구별하게 해준다. 그 이름을 사용하는한 책 속에서 언급한 사람이나, 리뷰에서 언급하는 사람은 동일 인물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전달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사람임을 구별하게 하는 요소이다. 이러한 것들을 내 경우는 ‘그 사람’, ‘그 곳’, ‘거기’ 라는 말로 대치해 버린 것이다. 영화 ‘묵공’을 리뷰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묵공이 영화에서 어떤 이름으로 불리었는지 모른다. ‘묵공’의 배경이 된 성을 기억하지 못한다. 성을 공격한 세력(나라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핑계로 영화를 본 지 몇 달이 지났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도 기억에서 없었던 것 같다. 영화를 볼 당시나 보고난 직후에도 그 이름들을 잘 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복이란 것을 하지 않아서라고 말하고 싶다.
두 번째로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전달하지 않는다. 표현하지 않는 습관이 굳어져 버린 것 같다. 자신의 언어로 무엇인가를 서술하는 데 애를 먹는다. 어렵게 읽은 책에 대해서만이 정리가 안되는 것이 아니다. 재미나게 본 영화에 대해서도 그러한 것을 보면 정리해서 말하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역시 영화 ‘묵공’에서 상황을 묘사할 수 없다. 영화 ‘묵공’을 리뷰한다면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나 시대배경들을 설명하고, 거기에 주인공들을 배치한다면 전체적인 상황이 더욱 잘 전달될 것이다. 책의 리뷰에서는 저자가 서술하고있는 것이 전체 중에 어디에 해당하는 것인지, 무엇을 말하려고 예시들을 끌어다가 썼는지를 표현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기존에 알고있던 다른 것들과 연결시키게 될 것이다.
세 번째 습관은, 이것이 무엇보다 정리하고 기억하는 데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 같다. 어렵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묵공’의 상황을 묘사할 수 없다고 단정하고 묘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영화 ‘묵공’을 보고 며칠이내에 리뷰를 시도했다가 금새 포기했었다.) 정리해서 저장할 기회조차 갖지 않는 것이다. 인터넷을 뒤지니 ‘묵공’에 대해서 주인공의 이름이나 시대정도는 쉽게 검색된다. 줄거리 또한 그렇다. 기억을 새로 정리할 기회조차 갖지 않은 채 기억이 나질 않고 정리는 안된다고 투털거린 것이다. 다른 것들과 꼭 연결시켜서 뭔가를 하고 싶을 만큼 중요한 것이라면 다시 정리하면 된다.
그 밖에도 책 읽고 정리하는 것에 방해되는 요소로 지적할 수 있는 것들은 ‘책에 집중하지 않고 건성으로 읽기’, ‘목적없이 책 읽기’, ‘부분에 집착하여 전체 놓치기’, ‘생각을 닫아두고 책 읽기’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언급한 몇 가지 습관이라도 대안으로 스스로 제시한 것으로 대치해 봐야겠다.
몇 명의 선배들과 동료들이 책 읽는 법도 알려주고 메모하는 법도 알려주었는데, 몇 번을 하다가 금새 예전의 하던 버릇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래도 다시 한다. 머리 속에서 맴돌지만 잡히지 않는 것들을 대하는 답답함을 풀고 싶다. 애써서 잡은 것이 파편들이란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겠다.
그 파편들을 주워가다보면 헤매던 길을 찾게되는가? 바다에 도달하는가?
길을 제대로 찾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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