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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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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0일 10시 00분 등록

[일상에 스민 문학] 가을 운동회

 

가을 운동회가 지난주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아이는 달리기 시합을 위해 친구들과 길게 줄을 섰습니다. 설렘 속에 재잘거립니다. 출발선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는 아이는'' 소리에 운동장을 돌기 시작합니다. 제일 먼저 뛰어나간 아이가 따라오던 아이의 발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다른 아이는 자꾸 주위를 둘러봅니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아이들은 코너를 돌면서 몸싸움도 합니다. 아이들은 차례대로 골인을 합니다. 일등을  아이는 그다지 빠른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제일 늦게 들어왔습니다.

 

- 이제는 아버지들 달리기입니다. 그런데, 그냥 달리기가 아니라 약 30미터정도를 달리고 중간에 마련된 종이에 기입되어있는 사람을 찾아서 같이 들어가는 경기입니다. “2학년 아버지를 찾는 푯말이 나오자 저는 우탕탕탕! 뛰어나가서 함께 달리기를 합니다. 야호! 저희 팀이 가장 먼저 들어왔습니다.

 

학창 시절, 저는 달리기 시합에서 일등을 하는 아이들이 늘 부러웠습니다. 저는 늘 꼴찌를 하거나 어쩌다 잘 달리던 아이가 넘어져서 어부지리로 삼등을 해서 공책  권을 상으로 받아온 것이 운동회의 가장 기뻤던 기억입니다. 팔뚝에 선생님이 찍어 주신 3등 이라고 적힌 보랏빛 도장을 운동회가 끝난 다음 날까지 지우지 않았던 저였습니다. 그런 제가 아이와 함께 뛰는 달리기에서 1등이라니요.

 

마음껏 흥이 난 저는, 마지막 학부모와 함께 뛰는 계주 경기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왠지 우리 팀이 이길 것 같았거든요. 제가 함께 뛰기 경기에서 1등을 하자 주위에서도 부추긴 것도 있었습니다. 표면상으로는 우리아이가 꼴찌를 한 것을 만회해보려는 의도였지만, 실제로는 우울한 학창시절에 대한 보상심리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백팀에 속했던 저는, 먼저 들어오는 바톤을 잡고 빠르게 코너를 돌기 시작했습니다. - 그런데 이상하게 저의 마음과 다리가 따로 돌기 시작합니다. 확실히 조금 전 함께 뛰기와는 다르게 몸이 움직였습니다. 오른발과 오른 팔이 함께 움직이는 로봇같은 달리기. 겨우 100미터를 뛰고, 다음 주자에게 바톤을 넘겨주는 찰라, 저는 바톤을 지닌 채 앞으로 확- 하고 넘어졌습니다.

 

-. 그 순간.

모든 사람들의 일그러진 얼굴이며, 모든 안타까운 함성, 그리고 상대팀인 청팀의 환호성이 교차했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주위가 새하얗게 변하는 현상을 경험했습니다. 넘어진 저의 몸과 저만치 날아가 버린 바톤, 그리고 다음 주자의 당황함이 고스란히 운동장에 전해졌습니다.

 

저희 아이는 울고 있었습니다. - 무엇보다 운동회 달리기에 대한 저희 우울했던 기억이 다시 살아가는 것 같아 저 또한 마음이 속상했습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상대팀인 청팀의 마지막 주자가 저와 같은 위치에서 홀라당- 하고 넘어지는 실수를 해서 막판에 저희 백팀이 이겼다는 사실입니다.

 

1학년 아이들의 꼭두각시 춤, 6학년 형 누나들의 부채춤과 북, 그리고 2학년 아이의 깃발 춤을 마치고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자, 다리와 허리가 욱신거립니다. 울던 아이를 달래며 돌아오는 길에 맛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갑니다.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 입에 물고 창밖으로 여물어가는 높은 가을 하늘이 보입니다. 아이는 금새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리고선 아이스크림을 다 먹을 때 쯤,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빠. 오늘 좀 멋있었어.”

 

이렇게 가을은 아이들의 함성과 함께 익어만 갑니다.

 

 

<가을 운동회>

 

- 이승민 (영월 청령초교 5)

 

운동회, 청팀 이겨라 백팀 이겨라

달리기는 아이들이 씽씽씽

 

우사인볼트인가?

정말 빠르다

 

장애물달리기 가을 운동회

아이들이 땀을 흘리며

재미있게 노는 모습이 보기 좋은 가을 운동회

 

정재엽 (j.chung@hanmail.net)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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