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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6일 22시 14분 등록
3기 연구원 최종 합격자 발표

경주가 일단락되었습니다. 3주 동안의 지적 경기는 짜릿했습니다. 작지만 뜨거운 축제였습니다. 책과 글쓰기를 가지고 우리가 이렇게 놀 수도 있다는 것이 퍽 즐거웠습니다. 19 명이 끝까지 훌륭한 경기를 펼쳐 주었습니다. 1차 서류전형이 매우 적절했다는 자화자찬의 흐뭇함도 있었습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몇 사람들이 순간순간 훌륭한 기예를 보여주어 더욱 흥을 돋우어 주었습니다. 신종윤의 글은 경쾌하고 울림이 좋았습니다. 조안 시울라에 대한 조사 역시 돋보였습니다. 박승오는 자신을 둘러 싼 모든 것들이 글의 소재임을 보여 주었습니다. 좌충우돌 우리를 무척 즐겁게 해주었지요. 송창용은 가장 성실한 선수 중 하나였고 특히 과제 3권을 통합한 리뷰가 읽는 사람을 즐겁게 했습니다.

박소라의 글은 특이합니다. 접신이 되긴 된 모양입니다. 이은남의 글은 웃깁니다. 우리의 열정적인 관전자 초아 선생님이 미친 듯 반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도윤의 글은 스스로 음미하는 느긋함이 있습니다. 현재만을 가지고 3기 연구원을 선발했다면 나는 이 6명을 뽑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기준 하나를 더 설정해 두었습니다. 누가 가장 많이 발전해갈 수 있을까 ? 누가 가장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까 ? 이 질문은 시간이 필요한 평가입니다. 그러나 나는 두 사람이 이미 짧은 기간 동안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김민선은 두 달 남짓한 시간동안 자신을 깊이 관찰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한정화는 첫 번 째 글과 마지막 글 사이에 대단히 커다란 건너 띄기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나는 두 사람을 즐겁게 추가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성실하고 오래 동안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다 뽑고 싶은 생각이 나를 거의 지배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함께 가장 강한 팀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 효과적인 수업이 가능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했습니다. 나는 이 중에서 5명을 더 선발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치지 않고 많은 진보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번에 선발된 분들이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와의 경쟁이 훨씬 더 훌륭한 자기 건설의 방법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기를 희망합니다.

2차 지적 경쟁에 참여한 13명의 최종 합격자를 발표합니다. 축하합니다. 나는 여러분들과 평생 함께 놀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신종윤, 박승오, 김민선, 한정화, 김도윤,
박소라, 이은남, 송창용, 최영훈, 이희석
오윤, 최정희, 정선이

경주는 계속됩니다. 자신과의 놀이입니다. 지치지 않기 바랍니다. 습관이 되면 멀리 오래 동안 갈 수 있습니다. 좋은 습관을 만드세요. 정해진 시간에 읽고 정해진 시간에 쓰세요. 절대 시간이 부족했던 ‘성실한 독종’ 오병곤이 지하철을 활용한 것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당신을 즐기며 스스로 멀리 이어지는 좋은 길이 되기 바랍니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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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연구원이 되었을까?


연구원이 되자마자 어쩌면 나는 책을 쓰겠다는 신념보다 먼저 3기 연구원 13명이 다 수료하는 것에 도움이 되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께서 내게 무슨 재능이 있거나 기대할 것이 있어서 뽑아 주셨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그간의 나의 삶을 안쓰러이 여기시고 나이도 먹고 산전수전 격은 것이 있으니 사람들
과 어울리고 보듬어 가면서 더러 궂은 일이 있더라도 스스럼없이 나서서 할 수 있는 사람
이 필요하셨을 지도 모르겠다고, 애시당초 마음먹고 있던 사람이다.

그런데 위인이 부족하다보니 나도 내가 생각한 나의 본분을 망각하고 또한 항시 내 코가 석자라서 나의 처음의 마음가짐과 다짐들을 제대로 행하질 못하였다.

나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13명 모두 함께 수료를 마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경주에서 내가 제외되지 않으려고 했다. 시작했을 때의 그 숨 막히는 치열함을 뚫고 함께 기뻐했던 그 순간처럼, 우리의 수료도 처음 그때처럼 그렇게 감동적이기를 원한다.

나는 여러모로 참 부족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도 오늘 나는 호소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싶다. 우리 모두 함께 같이 어깨동무하며 수료하자고. 그리고 이런 글을 앞으로 또 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연구원이 책을 써야 하는 것인 줄도 모르고 지원한 사람이다. 나는 무엇인가에 절실히 몰두 하고 싶었고 그러한 가운데 진실한 나를 발견하고 찾아 갈 수 있기를 바랐다. 아무 생각 없고 목적 없이 주어진 과정을 성심으로 하는 가운데 최선의 삶의 지향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마음같이 열심히 하고 있지는 못하다.

나는 이 과정을 정말 온전히 과정 자체로 받아 드리고 싶었다. 다만 시기적 차이일 뿐이지 어차피 글을 쓸 사람은 정해져 있고, 책을 낼 사람도 판가름이 나게 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조금도 없다는 입장에서 이 과정을 즐기며 느끼고 싶었다.

이 나이가 먹도록 어찌 보면 철들지 못한 사람으로서 나이 값도 못하고 사는 사람일 런지 모른다.

먼저 내세울 것 없이 불안정한 내 이력이 그렇고, 현재의 내가 세상에 보여주는 삶의 단편적인 모습들이 또한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거나 하찮을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정신은 추호도 내 삶으로 인해 남에게 민폐를 끼치거나 본의 아니게 일말의 피해도 입히고 싶지 않으며, 다소 여러모로 힘들지만 언제나 올곧게 살아가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익은 못 챙기고 날이 선 꼿꼿한 곧음을 선택하는 편이기 때문에 더러 주위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이런 마음으로 사는 가운데에도 살다보면 내게도 어떨 땐 예기치 않은 유혹이 펼쳐지기도 하고 일순간 혹하여 달콤하리라는 환상을 가져보게도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더라.

그러나 감사한 마음으로 덮으며 모든 일체의 미혹됨을 단념하고 연구원에 지원하였다. 애잔함이 없지 않았지만 그 결정은 매우 옳았고 썩 잘한 일인 것 같다.

외롭기로 따진다면 누구한테 비할 만큼 외롭지 않으랴. 서럽기는 누구한테 빠지랴. 그러나 이러한 숙명의 길 가운데에서도 나는 언제나 나이고 어떠한 상황에 처해도 나는 내 의지의 인생을 살아가야 함을 느낀다. 예외적 선택, 그것은 한번으로 족하다.

나는 인간관계에서 신뢰와 의리가 바탕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한 생활이 내 삶의 예의라고 여긴다. 경우에 빠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남이 함부로 나를 얕잡아 보는 것에 매우 참을 수 없어한다. 부덕의 소치이겠지만 일방적 무시에는 분노함을 아직은 멈추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해서 남의 눈에 내가 좋게 보인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다만 내 삶의 모토가 일단은 그러하다는 것이고 되도록 그렇게 지향하며 산다는 것이다. 나도 때때로 사람들과 다툴 일도 있고, 속상한 마음에 잠 못 이루는 경우도 많다. 성깔이 있는데다가 예민하기까지 해서 그런 모양이다.

할 일이 많이 쌓였음에도 이글을 고집하며 억지로 쓰는 이유는 단 한가지며, 머릿속이 윙윙거려서 이야기가 잘 전개되지 않으나, 여하튼 나는 13이라는 숫자를 잃고 싶지 않음을 말하고 싶다. 조금 덜 친하건 아직 익숙하지 않건 차치하고 어쨌든 나는 13이란 숫자를 가져가고 싶다.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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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해 보겠지만 칼럼을 다시 쓸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글로 대신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IP *.70.7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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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윤
2007.11.16 22:48:35 *.109.100.17
누나~ 썼구나. 누나가 올려준 사부님의 글도, 그리고 이어지는 누나의 마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 고마워요. 13명이 다 처음의 그 모습처럼 졸업하게 될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잘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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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11.16 23:47:29 *.72.153.12
언니 이거 미안해지잖여. 처음처럼 13명 다 델꼬 간다니... 중간에 어문맘 먹었던 거 미안해 지잖여.

예전 뒷풀이에서 말했듯이 난 13명이 좀 많아서 3~4명쯤 중간에 나가 떨어져줬으면 했었어. 스스로 뒤로 물러서는 사람까지 챙길 여력 없다고 고백했잖여. 그런데 이제는 그게 싫어.
일종의 자존심 같은 건데... 내가 알고있는 그 누군가가 연구원에서 떨어져 나가는 거 생각만 해도 짜증나. 자존심 상해서 싫어.
힘들면 힘들다고 도움 청하지 혼자서 끙끙대는 것. 그거는 더 짜증나. 왜냐구 '당신은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잖여!'라고 침묵으로 말하는 것 같아서, 여러달 동안 식구로 살아온 것 인정하지 않은 거 같아서.
미련스러움도 짜증나고... 그렇게까지 밖에 못한 나한테도 화가나거든.

그 이면에는 이런 것도 있어. 나태한 놈한테는 '넌 빠져.'라고 말하고도 싶어. 그렇게 미적거리며 가는 게 자존심 더 상해. 더 열심히 하고 더 날카로워 졌으면 좋겠어. 물론 나도 그렇고.

내가 과정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
어떤 놈은 꽃이 빨리 피고, 어떤 놈 추워져야 꽃을 피우고, 어떤 놈은 꽃눈을 가지고 있다가 해를 넘기고서야 피잖어. 그래서 미련스럽게 믿고 꽃이 피길 기다리기로 했어. 내 경우도 그러길 바라고.

같이 가자고 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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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제
2007.11.19 05:07:28 *.86.177.103
써니가 쓴 이러한 글을 읽을 수 있음이 좋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누가 누군가를 생각하고 그리고 함께 공유한 마당에 들어가 내가,너가 또는 그 누군가의 마음의 글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에 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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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11.19 10:21:29 *.75.15.205
종윤아, 처음처럼 공 많이 들이고. ㅋ
정화는 요즘 많이 좋아지네. 좋은 일이야.

우제언니, 막내는 시험 잘 쳤나요? 언니가 말씀 하신대로 그렇게 하면 될 것 같아요. 그 방법이 좋다는 거 우리가 경험하고 있으니까.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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