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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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편지]
- 아내의 눈물
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습니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가을햇살이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2년 전 가을에 아내와 함께 부산 MBC 강당에서 하는 혜민스님 법문을 들었습니다.
보통 법문과 달랐습니다.
무대에 의자가 몇 개 있었습니다.
스님은 한 커플을 무대 위로 올라오게 하였습니다.
젊은 부부였습니다.
마주보게 하고 서로의 눈을 보라고 하였습니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스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1분 정도 지나자 여자가 울먹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잠시 후 남자도 따라 울었습니다.
스님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조명이 밝아졌습니다.
스님이 왜 우느냐고 물었습니다.
여자는 "같이 살아도 이렇게 얼굴을 오래 보고 있은 적이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스님은 지금 마음이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여자는 속이 시원하고 편안하다고 했습니다.
스님은 두 사람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두 사람은 스스로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습니다.
스님은 다음에는 나이가 좀 지긋한 부부를 올라오게 하였습니다.
내 옆에 있던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올라갔습니다.
스님은 같은 방법으로 부부를 마주보게 하였습니다.
역시 조금 지나자 여자가 먼저 울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부부보다 우는 데 까지 시간은 더 걸렸지만 더 격하게 울었습니다.
그런데 남자는 울기는커녕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살아오면서 감정이 무디어진 것 같았습니다.
음악이 그치고 조명이 밝아지자 스님이 여자에게 왜 울었는지 물었습니다.
그녀도 역시 앞의 젊은 부부와 같은 말을 하였습니다.
스님은 남자에게 지금의 심정이 어떤지 물었습니다.
남자는 아내에게 고생을 많이 시켜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만 짧게 대답했습니다.
앞으로는 아내에게 더 잘해주어야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두 부부를 보고 느꼈습니다.
'물고기가 물에서 살아도 목마르다'는 말처럼 부부가 같은 집에 살면서도
서로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 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당신이 만약 앞의 부부와 같이 무대에 올라가서 서로의 눈을 마주보고 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습니까?
만약 눈물을 흘린다면 무었 때문이겠습니까?
만약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 같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오늘 밤에 분위기를 만들어 와인을 한 잔 하면서
서로의 눈을 보며 마음의 대화를 한 번 해보시죠.
부부간의 문제의 대부분은 서로 눈을 보며 이야기 하지 않는 데서 오는 것은 아닐까요?
내일로 미루지 말고 바로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