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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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스민 문학] 애틀란타 공항에서
- 마거릿 미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저는 지금 이 글을 미국의 애틀란타 하차필드-잭슨 국제공항(Hartsfield-Jackson International Airport)에서 보냅니다. 지난 편지에서 이미 말씀드렸듯이, 원래는 출장 장소가 있던 피닉스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고 시애틀을 거쳐서 한국으로 오는 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공항에서 갑자기 비행기가 결항이 되었다면서 다시 스케줄을 잡으라고 했습니다. 가장 먼저 걱정이 되었던 것은 바로 이 <마음편지>였습니다. 혹시나 제 시간에 글을 보내지 못하면 어쩌지? 혹시나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가까스로 변경된 스케줄을 보니, 피닉스에서 애틀란타를 거쳐서 그 다음날 인천공항으로 가는 일정입니다. 원래 일정보다는 하루 정도 더 늦게 도착할 것 같습니다.
미국 공항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니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미국 사람들이 많이 읽는 ‘페이퍼 백’입니다. 재생지처럼 생긴 아주 가벼운 책을 미국 사람들은 가볍게 잘 가지고 다닙니다. 공항 가판대를 가보면 이 페이퍼 백이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읽고, 막 구겨서도 읽고, 접기도 하고, 때로는 북- 하고 찢어서 주머니에 넣기도 합니다. 이런 그들의 책에 대한 집착을 저는 예전부터 참 부러워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구본형 선생님의 책 <코리아니티>의 맨 뒤편에 있는 평설에 이렇게 쓴 적이 있습니다.
“난 이 책(코리아니티)가 이제 막 한국에 도착해 한국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외국인들이나, 쫒기는 시간 동안 한국인에 대해서 명쾌하게 알고 싶어 하는 모든 불들이 공항이나 고속도로 휴게실 같은 곳에서 마음껏 집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에 대한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연구될 모든 연구원들의 저작들도 코리아니티에 관해 일관성있는 시리즈로 제작되었으면 좋겠다.”
바로 이런 페이퍼 백으로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것입니다.
공항 서점에 전시 되어있는 수많은 페이퍼 백 중에 유독 붉게 물들어 있는 표지가 저에게 인사를 합니다. 꽤 두꺼운 양을 자랑하는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어쩜. 그러고 보니, 배경도 제가 지금 있는 이 ‘애틀란타’입니다. 책을 보니, 이 곳 애틀란타에 대해서 이렇게 묘사되어있습니다.
“애틀란타는 언제나 그 어떤 도시보다 그녀를 매혹시킨다. 왜냐하면 그녀가 어릴 때 제럴드는애틀란타와 그녀가 같은 나이에 태어난 동갑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아- 이 곳 애틀란타가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와 동갑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이 도시가 왠지 더 정답게 느껴집니다. 그냥 비행기 결함으로 스쳐지나가야 하는 장소가 아닌, 좀 더 입체적이고 낯설지 않게 느껴집니다. 바로 이 공항에서 얼마 되지 않은 거리에 마거릿 미첼 하우스가 있다는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서 검색했지만, 일정상 포기하고 맙니다. 하지만, 만약에 이 책의 주인공인 스칼렛이라면, 일정을 다 취소하고 방문했을 것이라고 상상해봅니다. 호텔방에 앉아 조명을 켜고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나갑니다. 스칼렛은 착하지 않고 순정적이지 않습니다. 남자에 의존하지 않고 본인의 욕망에 충실한 당차고 적극적인 여성입니다. 짝사랑하던 애슐리의 결혼소식에 충격을 받고 홧김에 애슐리의 처남인 찰스와 결혼하는 욕망의 여인, 후에 전쟁 미망인이 된 후에도 죽은 남편의 고모를 당당히 찾아가서 살 길을 모색하는 강인한 여성, 상복을 입은 채 자선 바자회와 무도회에서 새로운 사랑의 대상인 레트 버틀러를 만나는 당당한 여성, 바로 스칼렛 오하라입니다.
이제 이 공항에서 입국을 향한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 잠시 컴퓨터를 꺼 두고 비행기 안에서 혼자 불을 밝히고 다시 페이퍼 백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집어 들어야겠습니다. 멋쟁이 여인, 스칼렛 오하라를 만나려구요.
안녕- 애틀란타!
정재엽 (j.chung@hanmail.net) 드림.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출간소식> 『관계를 읽는 시간』 문요한 지음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변화경영연구소 문요한 1기 연구원의 신간 『관계를 읽는 시간』이 출간되었습니다. 살면서 늘 겪는 ‘인간관계’에서의 힘듬은 ‘내 맘 같지 않음’을 한탄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 필연적인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 타인과의 ‘건강한 거리’를 되찾아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변화의 출발점인 관계의 틀에 주목하였습니다. 관계의 자기결정권을 되찾는 출발선이 될 ‘바운더리’를 다시 세우는 법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의 일독 권해드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48762
2. [모집] 카리브해의 흑진주 쿠바(&멕시코) 일주(15일)
변화경영연구소 4기 연구원이자 아티스트웨이 여행사의 로이스 대표가 카리브해의 흑진주 쿠바(&멕시코) 일주(15일, 2018.12.30~2019.1.13)에 참가할 여행객을 모집(15명 선착순)하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유일한 색깔을 가진 쿠바의 풍광, 태양과 함께 헤밍웨이의 문학, 체 게바라의 혁명 그리고 그들의 춤인 살사와 문화를 체험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https://cafe.naver.com/morningpage/6959
3. [재무강좌] 차칸양의 <월급쟁이 짠테크 도전기> 11/07(수)~28(수), 매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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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ang1999/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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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연 팟캐스트 36번째의 주인공은 김글리 작가입니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에피소드와 앞길이 보이지 않는 청년 세대가 관습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시선을 찾음으로 ‘자신의 답’을 찾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23개국을 여행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삶의 에너지를 느낀 나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고 하니 방송을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2734604
5. [모집] <퇴사연습 – 체크리스트 진단> 11/06(화)~12/04(화) 매주 화요일
1인회사 연구소 대표이자 변화경영연구소 5기 연구원인 수희향 대표가 <퇴사연습 – 체크리스트 진단> 과정을 진행합니다. 저성장 고령화 시대, 화이트 칼라 중산층들은 모두 잠재적 퇴준생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회사 문을 나오는 순간 가능한 옵션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이미 레드오션인 자영업 창업이나 이직 시장을 전전하는 것이 아닌 장기적으로 자신의 기질에 가장 맞는 1인 지식기업가의 길을 도모하고 싶은 분들 그 가능성의 첫 걸음을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48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