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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21일 17시 19분 등록
정 떼는 연습

엄마랑 대판 싸웠다.
별 것 아닌 작은 이야기에서 시작해,
그냥 넘겨도 될 법한 말다툼이 커져
결국에 나는 밥그릇을 던져 버렸다.

화 내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내가,
더 이상 참으면 마음이 곪아버릴 것 같아
그냥 터지게 내버려 두었다. 오랜만에 화를
내려니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폭풍이 지나간 뒤,
방에 들어가 이불 뒤집어 쓰고,
회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원래, 화 낸 사람 마음이 더 힘든 법이다.

그 동안에는 소리 없이 눈물 흘렸는데,
오늘은 그냥 소리 내어 울었다. 시원하다.
그리고 비록 자식 된 자로서 부모에게
할 짓이 아니었다는 것 잘 알지만,
나도 살아야겠기에 그랬다고 하면 핑계일까?

한참을 울다가 내가 정말 행복했던 시절을
애써 떠올려 보려 했다. 안타깝다.
살면서 과연 ‘사랑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어봤나 곰곰이 생각해 봤다. 없다.

오히려 욕을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무슨 상처가 그리도 많아 내게 화풀이를 하는지.
사회에 나가 들어보지도 못한 욕을 나는 집에서 듣는다.
그럴 때마다 내가 겪는 정신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나 같이 내 기억 속에 고스란히 각인되어 있다.

몇 년 전에 한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너네 집 분위기 왜 이렇게 차갑니?
너는 너를 정말 아껴주는 정 많은 시댁 식구들
있는 집으로 시집가야겠다”
이 말이 참 서글펐다.

물론, 부모는 자식이 잘 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자식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은 욕망과
자식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것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판단과 분별은 서로 다른 것이다.

내가 아직 자식을 가져보지 못해 매우 조심스럽게
말하고는 있지만, 신은 인간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유의지라는 것을 주셨다. 부모 또한 자식이 내린
결정과 선택 앞에서 끝까지 격려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내가 무슨 잘못을 그리도 많이 저질렀다고……

자식은 분명 신이 주신 선물일 텐데, 나 같으면
이만큼 건강하고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아준 것도
고마울 텐데 사람 마음은 다 제각각 인가보다.

그러다 문득,
부모 또한 신이 자식에게 준 선물이겠구나 싶다.
이것도 내가 겪어야 할 하나의 과정이라면,
모든 상처들이 잘 아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꾸리게 될 가정을 위해서
지금부터 준비하고 기도해야겠다는 마음이 절실해졌다.
이 사회의 좋은 일꾼이 되기 위해서,
내 남편에게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서,
내 자식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에게 자랑스런 내가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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