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누구나 다 처음엔 어린아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들은 많지 않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말입니다.

저가 기억하는 어릴 때는 세 살 정도 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나에게 영양제를 사주셨습니다.

당시 어린이 영양제로 ‘원기소’와 ‘에비오제’가 있었습니다.

둘 다 그냥 씹어 먹는 것이었고 맛은 고소했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먹는 것이 보기 좋았던지 방바닥에 영양제를 흩어놓고 먹게 하셨습니다. 나는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주워 먹은 기억이 납니다.

좀 크면서 나는 출생의 비밀이 궁금하였습니다.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요?”라고 묻자 어머니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치마로 받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처음에는 내가 하늘나라에서 살다가 발을 헛디뎌서

그만 땅으로 떨어진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는 어머니에게 뭔가 말 못할 비밀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 후 동생이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이번에는 다리 밑에서 주웠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그대로 믿었지만 나중에야 그 다리가 그 다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른들은 왜 진실을 말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할까요?

내가 어른이 되어보니 어른이 되면 숨겨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나도 때로는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오기 전에 다른 별에서 살았을 것이라고 어렴풋이 생각했습니다. 그 별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화성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멀면 오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나는 전생에 바위 같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무거운 것에 깔려 죽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한 것은 가끔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무엇에 깔려 괴로워하는 꿈을 꾸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사실처럼 동생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그들은 내 말을 믿었습니다. 좀 지나면서 그런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았습니다.

나를 믿는 사람에게 확실하지도 않은 말을 하는 것이 부끄럽고 두려웠습니다.

내가 언젠가 죽으면 이 지구도 함께 멸망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때는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철이 들면서부터 내가 사라져도 지구는 여전히 잘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만간 사라질 대상은 지구가 아니라 ‘나’라는 사실을 안 순간 두려웠습니다.

지난 일을 회상해 보니 몇 년 전의 일같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시간은 많이 흘렀습니다.

내게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올해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가을을 미처 느끼기도 전에 겨울 문턱에 온 것 같습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김달국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