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편지]

- 아침에 새 소리를 듣고

적막을 깨는 새소리에 창밖을 보니 먼동이 트고 있다.

새는 아침을 알리는 전령사다.

새는 이 순간을 기다렸을 것이다.

새가 기다린 것은 벌레였을까

찬 공기를 가르며 자유롭게 나는 것이었을까?

이제 나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나의 하루는 이미 두 시간 전에 시작되었다.

일어나서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을 반 정도 읽었다.

어른도 거인 앞에 서면 아이같이 느껴지듯이

거장 앞에선 나는 작아보였다.

마치 거대한 성 옆에 있는 작은 집 같았다.

자신이 작다고 느껴질 때 자신이 더 커질 수 있으며

자신이 어리석다고 느낄 때 더 지혜로울 수 있다.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은 이 기쁨을 알까?

더 많은 거장들을 만나면서 나를 깊게 만들고 싶다.

아침에 읽은 책은 8년 전에 읽었다.

다시 읽으니 더욱 향기가 난다.

사람도 처음 만났을 때 보다 다시 만날 때

향기가 더 나는 사람이 깊은 사람이듯이

다시 읽을 때 새롭게 느껴지는 책이 좋은 책이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많은 친구를 가지는 것 보다

좋은 친구를 자주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느끼는 요즘이다.

책장의 많은 책들을 좀 솎아내고

다시 보고 싶은 책만 남겨두고 싶다.

폰에 있는 많은 사람들도 정리가 필요하다.

시냇물이 모래를 떠내려 보내고 자갈만 남기듯이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 오늘은 편지형식이 아니라 평서문으로 썼습니다. 

김달국 드림.